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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조개전골입니다.
 푸짐한 조개전골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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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행복한 고민입니다. 1900~1960년대 가난했던 시절에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뭐든 닥치는 대로, 주는 대로 먹어야 했습니다. 그래, 음식 선택에 여지가 없었지요. 지금은 배고픔을 잊기 위해 먹었던 음식들이 과거 명물로 되살아나 맛집 탐험에 나서게 합니다. 그러고 보면 '세월'이란 놈 참 재밌습니다. 이게 바로 '추억의 맛'이지요.

먹을거리가 풍족한 요즘은 자기 입맛에 맞는 요리를 찾아다니며 먹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배고픔을 달래고 배를 채우기 위해 먹던 음식이 입맛 살리기 위한 요리로 변한 것입니다. 하여, 사람 만날 때마다 그가 어떤 종류를 좋아할까? 이런 취향이겠지? 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이왕이면 맛나고 푸지면 금상첨화지요.

어제 저녁, 일자리를 알선한 지인들에게 한 턱 냈습니다. 날짜와 식당 등을 잡기가 장난 아니더군요. 날도 한쪽이 맞으면 한쪽이 틀어지고. 우여곡절 끝에 날 잡는데 성공. 음식점은 신간 편하게 제 마음대로 고르기로. 요것도 곤혹이더군요. 취향이 다양하다 보니 누구 입맛에 맞출까? 등이 걱정이대요. 대중이 좋아할 만한 것으로 고르는 수밖에.

그렇게 찾은 곳이 전남 여수시청 인근의 조개집이었습니다. 간판도 재밌습니다. '보조개'. 어떻게 이런 이름을 생각해 냈을까. 주인장의 번뜩이는 해학적 감각에 웃었습니다. 뭐든 맛나게 먹고 기분 좋으면 장땡이지요.

"함 무거봐라. 배터지게 무것는디 다 못 무꼬 남겼다."

이러면 안되는데, 주인장의 특별 서비스 홍어.
 이러면 안되는데, 주인장의 특별 서비스 홍어.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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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게으르면 한 없이 편하고, 바지런 떨면 바쁩니다. 그래서 다들, "지 팔자"라 했나 봅니다. 음식복도 그렇습니다. 두 부류로 나뉩니다. 맛있는 거 해주는 사람과 먹는 사람. 요즘 한창 뜨는 요리사, 일명 셰프는 부지런을 떨어야 합니다. 요리 준비 과정에 정성 가득해야 하니까. 이에 반해 앉아서 넙죽넙죽 받아먹는 손님은 한가롭게 맛있는 집만 알면 되니 편하지요.

"여긴 또 언제 개발했대?"

지인들, 음식점에 들어서면서 한 마디씩 던지더군요. "새로운 곳이라서 좋다"는 거죠. 그것도 60 이쪽저쪽의 영감들이라 "고기 먹은 후에는 속이 부대껴 꺼리는데, 조개류는 그런 부담이 없어 좋다"는 반응입니다. 초장에 요런 반응이면 성공입니다. 사실, 이곳을 발견한 건 지난 5월이었습니다. 지인과 우연히 지나가다 먹고 싶었던 조개집 간판을 보고 들어갔는데 대박이었지요.

"함 무거봐라. 저번에 야하고 둘이 배터지게 무것는디 다 못 무꼬 남겼다. 푸지고 맛나다!"

메뉴는 조개전골, 해산물 모둠, 선어(삼치, 민어, 병어 등), 매운탕, 농어 등이 있더군요. 후식으로 칼국수와 날치 알 주먹밥이 나옵니다. 조개전골 큰 것 6만 원짜리를 주문했습니다. 밑반찬으로 부침개, 물김치, 순두부, 잡채, 젓갈 등이 나왔습니다. 이를 안주 삼아 입가심으로 맥주와 소주를 섞어 한잔씩 들이킵니다. 술꾼들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캬~!"면 게임 끝이지요.

알찬 취직 턱 평가, "오늘 거나하게 참 잘 먹었다!"

늦은 나이에 취직하는데 결정적 공을 세운 지인들입니다.
 늦은 나이에 취직하는데 결정적 공을 세운 지인들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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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 큼지막한 철 불판을 들고 오더니 불을 피웁니다. 불판 속 내용물이 기막힙니다. 키조개, 전복, 오징어, 조개, 달걀, 백합, 피조개, 홍합, 소라 등등. 지인들, 입이 쩍 벌어집니다. 일할 땐, 일감을 바라보는 눈이 먼저 "아이고 저 많은 일을 언제 다한데…"라고 게으름을 피웁니다. 그러나 먹을 땐 눈이 먼저 즐겁습니다. 푸짐하면 눈이 놀라 자빠지지요.

이쯤 되면 반응은 자동입니다. 침이 꼴딱꼴딱 넘어가지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지요? 눈의 평가 후, 입이 달려듭니다. 그 기세가 '네가 맛을 알아?' 하는 툽니다. 하지만 눈은 이미 알고 있지요. 고수는 먹지 않고 보기만 해도 맛을 안다는 이치. 눈이 일을 시킵니다. 전복을 끄집어 내 연장자 순으로 한 마리씩 안겼습니다. 지인들 입이 쫙 찢어지면서 하는 말.

"자네가 준께 더 맛있네!"

조개전골에 전복까지 들었습니다.
 조개전골에 전복까지 들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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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니, 취직 턱으로 '적네', '많네' 소리가 쑥 들어갑니다. 처음부터 불만에 대한 입막음용으로 이곳을 온 듯합니다. 이것도 어딘데…. 일자리 이야기가 빠질 수 없지요.

"어이~, 자유로운 영혼. 일은 할만 헌가?"
"할 만하고 아니고가 어딨다요. 즐기면서 즐겁게 하지요."
"그럼 다행이네. 난 못하겠다 할 줄 알고 간이 콩만 했는디…."
"고맙수다. 내 조건과 맞아 더 좋아요."

맛있는 음식에 맛난 삶의 이야기가 더해지니 더욱 살맛납니다. 이런 게 사는 정이요, 재미지요. 헐, 후식으로 나온 칼국수에 배 터지는 줄 알았다는. 먹길 마치고 나오는데, 들리는 반가운 소리.

"오늘 거나하게 참 잘 먹었다!"

후식으로 나온 칼국수. 배 터지는 줄 알았다는...
 후식으로 나온 칼국수. 배 터지는 줄 알았다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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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여수 맛집, #조개전골, #칼국수, #취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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