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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국가정보원 직원 임아무개씨를 수색한 용인소방서 상황실이 지난 7월 18일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보낸 상황 보고서.
 숨진 국가정보원 직원 임아무개씨를 수색한 용인소방서 상황실이 지난 7월 18일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보낸 상황 보고서.
ⓒ 박남춘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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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국가정보원 직원 임아무개씨를 수색한 소방당국이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거나 주요 정보를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킹프로그램 담당자인 임씨의 자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건 초기 보고가 부실한 배경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오마이뉴스>는 임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난 7월 18일 용인소방서가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보낸 '구조·구급상황 1차 보고서'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박남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을 통해 입수했다.

'(용인)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위치추적 동향보고'라는 제목의 해당 보고서를 보면, 용인소방서는 인적사항 항목에 임씨의 직업을 '무직(보호자, 지인 진술)'으로 기입했다. 그러나 임씨의 부인은 사건 당일 119에 처음으로 신고할 당시 "저희 남편이 오늘 새벽에 출근한다고 나갔는데 연락이 안 된다"고 말했다. 남편인 임씨가 직장인임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도 수색 당시 '직장 동료'라고 밝힌 사람과 접촉했다고 여러 차례 인정했다. 한 소방대원은 지난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임씨의 배우자가 남편의 직장과 관련해 '서울에 있는 곳'이라 답했다"라고 전했다. 이렇게 임씨가 직장인이라는 사실이 사전에 인지됐는데도 보고서에는 '무직'이라고 적은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또한 소방대원들이 임씨의 시신을 발견한 후 경찰에 현장을 인계한 시각도 사실과 다르게 기재했다. 보고서에는 18일 오전 11시 55분에 임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인계했다고 기록했지만, 실제로 용인소방서는 임씨를 발견한 지 7분 후인 오후 12시 2분에 경기경찰청 상황실로 현장 출동을 요청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최종적으로 사건이 인계된 시각은 오후 12시 50분이다.

사건의 주요 정보가 빠진 대목도 발견됐다. 용인소방서는 임씨를 최초로 발견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 자살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번개탄의 위치 ▲ 임씨 시신 상태 등은 서술했지만, 임씨의 시신 위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은 임씨의 사망 장소가 마티즈 뒷자석에서 앞좌석으로 수정 보고된 사실을 문제 삼았고, 이에 경찰은 소방당국이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번개탄의 발견 위치를 시신의 발견 위치로 잘못 기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방당국의 1차 보고서에는 번개탄이 차량보조석과 뒷좌석에서 꺼진 채로 발견된 점만 나와 있을 뿐, 시신의 위치는 아예 기록되지 않았다.

국회 안행위 관계자는 "최초의 시신 위치를 기록하는 것은 보고서 작성의 기본이다"라며 "왜 이렇게 최초 보고서를 허술하게 작성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18일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관련 내용이 포함된 유서를 남기고 숨진 국정원 직원 임모(45)씨가 발견된 승용차. 임씨는 자신 소유 이 승용차의 운전석에서 번개탄을 피워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7월 18일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관련 내용이 포함된 유서를 남기고 숨진 국정원 직원 임모(45)씨가 발견된 승용차. 임씨는 자신 소유 이 승용차의 운전석에서 번개탄을 피워 숨진 채 발견됐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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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 "경찰 설명에 따라 '무직'으로 기재"

용인소방서 관계자는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당시 현장에서 철수한 이후 임씨의 신원을 최종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연락했더니 '보호자와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직업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다"라며 "경찰의 설명에 따라 무직으로 기재했다"라고 해명했다.

경찰인계 시각이 부정확한 부분을 두고는 "수색대상자(임씨)를 발견한 후의 상황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오전 11시 55분'으로 동시에 기재한 것"이라면서 "일부러 잘못 적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씨의 시신 위치가 빠진 이유도 "발생 개요를 간략하게 작성하는 차원에서 몇몇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라며 "소방서 처지에서는 수색대상자(임씨)의 사망 원인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번개탄의 발견 위치와 시신의 상태 위주로 서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국정원 해킹, #국정원 직원, #마티즈, #국가정보원,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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