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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7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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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특별사면 명단 '초안'이 마련됐다. 법무부는 지난 10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특별사면·특별감형·특별복권 대상자에 대한 심사·의결을 진행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11일 이 심사위원회 결과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박 대통령은 이 결과를 놓고 오는 13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최종 사면대상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즉, 박 대통령의 최종결단만이 남은 셈이다.

일단, 관심은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를 저지른 재계 총수들의 사면 포함 여부에 쏠린다. 박 대통령은 이번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을 주문하면서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만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무엇보다 "국내 경기회복을 위해 우리 경제의 양대 축인 내수 진작과 수출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라면서 사면 검토를 주문해 그간 자제됐던 기업인 사면이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국민적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삼고 기업인 사면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전 국무총리, 측근 인사들의 이름이 적힌 '성완종 리스트' 의혹 당시에도 대국민 메시지 발표를 통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등 기업인을 대거 사면한 참여정부의 결정을 "법치의 훼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명단에 일부 재계 총수가 포함될 경우, 박 대통령 스스로 한 약속을 어긴 것이라는 역풍 역시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최근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으로 재계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도 이 같은 역풍 가능성을 신중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사면 대상으로 고려됐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을 두고 심사위원들 간 견해차가 있었고, 그 폭을 줄였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형기 중 3분의 1 이상 복역'이란 가석방 요건을 채운 최태원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과거 사면 전력과 국민감정 등을 이유로 배제됐다는 구체적인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예상보다 적은 재계 총수들이 사면되더라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유력한 사면대상으로 꼽히는 최태원 회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2013년 4월 법무부·안전행정부 업무보고 당시 "앞으로 사회지도층 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라면서 "특히 주가를 조작하거나 회사 돈을 횡령하는 경제사범이 이런 제도나 시스템이 미비해서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큰 문제다, 경제사범의 범죄수익은 끝까지 추적해서 회수하기 바란다"라고 당부한 바 있다.

결국 그 폭과 관계 없이 기업인 사면은 박 대통령의 '원칙'에 어긋난 결정인 셈이다.

부담 덜어주려는 여당 "최태원 회장 사면, 법적 형평성 유지한 것"

이 때문에 야권은 "대통령의 약속처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사면이 돼야 한다"라고 압박하고 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지난 10일 "배임과 횡령으로 축재한 소수지분의 총수들이 재벌기업을 좌지우지하며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현실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라며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드러난 재벌의 후진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한 마당에 부정부패, 반사회적 범죄를 일으킨 재벌총수들을 사면하는 것은 국민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진후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때마다 반복돼온 재벌 대기업에 대한 특혜성 사면, 이제 더 이상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기업 총수라는 이유로 남들보다 적은 형량에, 남들보다 편한 옥살이에, 그마저도 죗값의 절반만 치르고 풀려나는 이런 악순환은 이제 끝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여당은 박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최태원 회장에 대한 사면 결정을 하고 대통령께 상신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라며 "대단히 타당한 결정"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특히 삼성SDS BW(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이명박 정부 당시 사면 됐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때와 비교하며 최 회장의 형량이 과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 의원은 "재판장의 개별성향, 또 기업에 대한 당시의 사회적인 비판적인 시각, 전관예우하는 차원에서의 특별한 고려 등이 작용해서 (그 때와 다른) 들쭉날쭉한 판결이 있었다"라며 "제가 어느 재벌 좋아하고 어느 재벌 미워하고 그런 차원이 아니고 (최태원 회장을 사면키로 한) 이번 대통령 사면 결정은 대단히 (법적) 형평성을 유지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은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 국민 사기진작이라는 사면의 원칙과 의미가 잘 조화되도록 고심하고 있다"라며 "사면(명단이) 발표될 때까지 그에 대한 확인이나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박근혜, #최태원, #광복절 특별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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