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사과문 발표 후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 대국민 사과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사과문 발표 후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기사 보강 : 11일 낮 12시 32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최근 벌어진 신씨 일가의 그룹 경영권 다툼에 대해 국민들에게 재차 사과했다. 지난 3일 공항 회견에 이은 두 번째 사과다.

이날 신동빈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롯데호텔를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일본계열회사들의 지분비율도 축소한다고 밝혔다. 또한 416개에 달하는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역시 올해 안에 80% 이상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그룹 체제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은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로 많은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는 "최근 사태는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롯데호텔 빠른 시일내 상장하고,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것"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신동빈 회장은 또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대책도 내놨다. 하나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롯데호텔에 대한 일본 계열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하겠다는 것. 그는 "주주 구성이 다양해질수있도록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종합적으로 개선방법 강구하겠다"라고 밝혔다.

두 번째는 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을 빠른 시일 안에 이루겠다는 것. 그는 "현재 남아 있는 순환출자의 80% 이상을 연말까지 해소할 것"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에는 금융계열사 처리 같은 어려움이 있고, 대략 7조 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이는 롯데그룹 순수익 2~3년 치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연구개발과 신규채용 같은 그룹의 투자활동 위축이 우려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현재의 그룹 위기 상황에 대해 깊이 고민해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그룹 내에 지배구조 개선 테스크포스팀을 출범시키겠다고 했다. 또한 기업문화 개선위원회를 설치해, 구체적인 조치를 시행하고 청년 일자리를 포함해 고용 확대도 꾸준히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버님이 쌓아온 명성·창업정신 훼손, 자식으로 참담한 심정"

신 회장은 이날 지배구조 개선 대책과 함께 롯데그룹에 대한 국적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롯데는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강조한 뒤 "1967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설립된 한국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번 수익을 고국에 투자하겠다는 일념으로 설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버님께서는 한국에서 발생한 수익을 지속적으로 한국 롯데에 재투자하셨다"라면서 "현재 한국 롯데는 일본 롯데에 비해 직원 수나 매출 규모에서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우리나라 5대 그룹으로 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 롯데의 경우 기업공개를 통해 소유구조가 분산돼 있고, 국내에 상장된 8개 계열회사 매출액이 그룹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일을 통해 아버님께서 조국에서 평생 쌓아오신 명성과 창업정신이 훼손된 것에 대해 자식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이날 롯데호텔의 주요주주인 엘(L) 투자회사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롯데호텔이 1972년부터 완공할 때까지 10억 달러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으며, 이 자금을 한 개 회사가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본 롯데제과를 비롯해 다수의 일본 롯데 계열기업이 공동으로 투자에 참여했다는 것.

이후 한국 롯데호텔이 급격히 성장했고, 2000년대 들어서 투자기업인 일본 롯데제과 등이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을 분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때 분할된 투자부문에서 남은 법인들이 오늘의 L투자회사"라고 말했다.

국부유출 논란에 대해서도 신 회장은 "롯데호텔은 2005년이 돼서야 배당을 실시했다"라면서 "지난해의 경우 롯데호텔을 포함한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일본롯데에 대한 배당금은 한국 롯데 전체 영업이익의 1.1%에 불과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롯데호텔은 국부가 일본으로 유출된 창구가 아니다"라면서 "아버님의 뜻에 따라 일본 롯데 회사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투자창구 역할을 성실히 해왔다"라고 해명했다.

신 회장은 "롯데를 과감하게 개혁해 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을 개선할 것"이라며 "개혁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롯데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아버지·형 화해 가능성은?... "경영과 가족은 별개 문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대국민사과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대국민사과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400~500명의 취재진으로 북새통으로 이뤘다. 롯데그룹은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에 질문을 받아갔다. 그중 기자 다섯 명만이 질문할 수 있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복되는 질문이 많아 대표되는 질문을 선택했다"라면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원래 예정되지 않았지만, 오늘 기자들의 요청으로 갑작스럽게 결정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이 회견을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18분. 그는 총 네 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아버지와 형과 화해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경영과 가족의 문제는 별개"라면서 선을 그었다.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롯데 호텔의 구체적인 상장 시기였다. 신 회장은 어눌한 발음이었지만 따로 원고를 보지 않고 정면을 응시한 채 대답했다. 신 회장은 "작년부터 검토했지만 실제로 이는 이사회, 주총에서 결정할 문제"라면서 "내가 결정하긴 어렵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반 롯데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는 질문에는 "앞으로 좀 더 투명하게 경영하고 지배구조의 간소화, 순환출자를 해서 그 부분에 대해 많은 노력을 해가겠다"라며 다소 형식적인 답을 내놨다.

'분리 경영' 질문 나오자... "고려하지 않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대국민사과기자회견에서 사과문 발표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 고개 숙인 신동빈 롯데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대국민사과기자회견에서 사과문 발표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이와 동시에 "일본 롯데 홀딩스 대표로 취임하면서 한국과 일본 롯데 양쪽에 실적을 잘 내겠다고 했지만, 이번 사태로 일본·한국 롯데 간 갈등이 깊다는 게 드러났다"라면서 "일부에서는 한일 분리 경영으로 간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분리 경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일축했다.

신 회장은 "한국 롯데제과와 일본 롯데제과의 각 매출은 2조5000억 원 정도로 비슷하고, 세계 제과순위는 30위 정도"라면서 "그러나 두 회사를 합쳐서 5조 원 규모로 하면 세계 순위는 8위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롯데그룹이) 세계에서 승부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 될 좋은 기회"라면서 "두 개 회사가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이는 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옳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아버지와 형과 화해할 생각을 묻는 말에는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선 언제든 대화할 생각을 갖고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경영과 가족은 별도의 문제"라면서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롯데그룹에서 13만 명 정도가 우리나라에서 근무하고 있고 세계 전체로는 18만 명"이라면서 "사업의 안전성 등도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을 재차 묻자 "나는 아버님을 많이 존경하고 있다"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의 지배관계에 대해서 신 회장은 "3분의 1은 광윤사라는 패밀리기업이 가지고 있고, 3분의 1은 우리사주협회, 나머지 3분의 1은 임원들이 콘트롤 할 수 있는 자회사나 기업에서 가지고 있다"라면서 "나는 롯데홀딩스 지분을 1.4%밖에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아버지의 뜻은 기본적으로 임직원의 지지를 받고 경영하라는 의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태그:#신동빈, #롯데, #신격호
댓글2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