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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8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기업회장단과의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8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기업회장단과의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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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4일 청와대에 재계 총수들을 만난다. 지난 22일 인천을 마지막으로 10개월 간 추진했던 전국 17개 광역시·도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이 마무리되면서 마련된 자리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재계 총수들과 간담회 및 점심식사를 같이 하면서 각 센터의 건립과 운영을 맡은 기업 대표단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향후 센터 운영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같은 날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 완료에 따른 결산 브리핑도 따로 열기로 했다.

이와 관련,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장과 (민간자율형인) 포항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문화창조융합센터장 등이 참석하고 지원 기업 대표들도 참석 예정"이라며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나아가야 할 방향, 아쉬운 점, 성과 등을 공유하고 센터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 17개 광역시·도 센터는 삼성(대구·경북), SK(대전·세종), 현대·기아차(광주), LG(충북), 롯데(부산), KT(경기), 두산(경남), 네이버(강원), 한화(충남), GS(전남), 다음카카오(제주), 현대중공업(울산), CJ(서울), 한진(인천) 등이 맡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과 만날 기업 대표단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창근 SK그룹 의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황창규 KT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이상운 효성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재계를 대표하는 얼굴들이 총출동하는 셈이다. 박 대통령이 이 정도 규모로 재계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식사하는 것은 취임 후 세 번째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8월 28일 국내 민간 10대그룹 회장단과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또 지난 2월 24일 문화·체육분야 활성화를 위한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지원) 활동 등을 주제로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지원 재벌그룹 총수와 유수 기업 대표 21명을 불러 오찬간담회를 연 바 있다.

센터 건립·운영 전담하는 대기업... 사면 카드는 보은 혹은 보험

박 대통령과 재계 총수의 세 번째 만남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박 대통령의 '기업인 사면' 거론 여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9일 30대 기업 사장단 명의의 '경제난 극복을 위한 기업인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경제인들에 대한 사면이나 가석방을 요구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답변'은 긍정적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대상 검토를 주문하면서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그 이유로 내걸었다(관련 기사 : 박 대통령의 광복절 특사, 원칙없는 경제인 사면?).

이는 '국민적 합의'를 이유로 자제해왔던 기업인 사면을 허용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됐다. 실제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법무부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에 기업인 또는 기업에 대한 사면 건의를 일괄적으로 접수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오는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에 기업인이 포함된다면 창조경제혁신센터 건립에 헌신한 대기업을 향한 '보은' 혹은 '보험' 성격이 될 가능성도 짙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거점이다. 대기업은 이 같은 센터 건립과 운영을 전담하고 있다. '민관 합동 기관'이라고 하나, 사실상 정부가 제시한 '밑그림'을 대기업이 알아서 채워나간 것이나 다름없다. 즉 대기업이 손을 놓는다면 센터의 유지가능성도 가늠하기 힘든 셈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 이후 정권의 관심에서 멀어진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처럼 폐기처분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관련 기사 :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결국 대기업에 달렸다?).

실제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참여한 상당수 기업들은 '약점'을 갖고 있다. 최태원 SK회장과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아 대표이사직을 맡지 못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 회장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현대·기아차 그룹은 담합 적발로 관급공사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당한 현대건설의 '행정처분'의 사면 여부가 중요하다.

임기 반환점 앞둔 박 대통령, '친기업 행보' 더 강화될 듯

구글 캠퍼스 한쪽에 마련된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안내.
 구글 캠퍼스 한쪽에 마련된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안내.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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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동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친기업 행보'가 더 강화될 것으로도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은 내달 임기 반환점을 맞이하면서 '눈에 띌 만한' 경제살리기 성과를 거둬야 할 처지다. 

현재 박 대통령은 '무역투자진흥회의', '규제개혁장관회의' 등을 연달아 개최하면서 각종 규제 철폐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는 "(규제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도가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양적으로는 많이 했지만 핵심적인 규제를 개선하지 못해서 질적인 규제개혁이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서비스산업은 규제개혁을 통해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혁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하반기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역시 기업 쪽에 힘을 싣는 방향이다.

현재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임금피크제(근로자의 계속고용을 위해 노사간 합의를 통해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조정하고 소정의 기간 동안 고용을 보장하는 것)' 도입 및 확산이다. 정부는 내년 정년 연장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지 않도록 임금피크제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위한 '취업규칙(채용·인사·해고 등과 관련한 사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간주되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얻어야 함)'을 노조 동의 없이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 지침'을 발표하려고 했다. 노조의 반발은 당연한 일이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역시 노동계에서 쉽게 수용하기 힘든 내용이다. 현 근로기준법 23조에서는 사측이 '징계해고'와 '정리해고'에 한해서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기에 '일반해고 지침'을 만들어 노동시장 유연화를 꾀하고 있다. 당연히 기업 측에선 환영하고 노조 측에선 반대할 수밖에 없는 방향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재계 총수들과 만날 때마다 '친기업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 2013년 8월 국내 민간기업 10대 그룹 회장단 오찬 간담회에서는 재계의 반발을 산 상법 개정안에 대한 완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한 바 있다. 이는 대선 당시 대표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 노선을 포기하겠다는 신호로 읽혔다(관련 기사 : "박 대통령, 재벌에 항복"... 사망선고 받은 경제민주화).

지난 2월 오찬 간담회 때도 "기업인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의 메디치 가문이 돼주시고 문화예술 분야의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 주시길 바란다"라며 재계의 국정 협조를 적극 당부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재벌 3세 경영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이 그룹을 대표해 참석하면서 청와대가 이들의 데뷔 무대를 만들어준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태그:#박근혜, #재벌, #경제민주화, #창조경제혁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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