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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일 밤에 끝난 일본 야후 재팬 온라인 경매에서 <사의 찬미> SP음반이 520여만 엔, 우리돈 4800여만 원에 낙찰되었다. SP음반 거래가 대개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한국 SP음반 거래사상 낱장 최고가로 추정된다.

7월 19일 밤에 끝난 <사의 찬미> 경매 결과.
 7월 19일 밤에 끝난 <사의 찬미> 경매 결과.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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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찬미>는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성악가로 알려진 윤심덕이 유작으로 남긴 음반이다. 윤심덕의 죽음에 관해서는 공식화되어 있는 자살설 외에, 타살설과 자살위장설 등이 있기도 하나, <사의 찬미>는 통상 그가 연인이었던 극작가 김우진과 현해탄에 동반 투신하기 전 죽음을 결심하고 부른 유작으로 알려져 있다.

1926년 8월 윤심덕의 자살 소식이 세간을 놀라게 한 직후 발매된 <사의 찬미> 음반은 당시로서는 놀라운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전해지며, 1932년 신문 기사에 의하면 그때까지 한국어 음반으로는 가장 많은 만 3천 장이 팔렸다고 한다. 윤심덕이 일본에 가서 녹음할 수 있도록 주선한 이기세가 쓴 글인 만큼 어느 정도는 믿을 만한 기록일 것이다.

<사의 찬미> 음반 판매량에 관한 1932년 이기세의 기사.
 <사의 찬미> 음반 판매량에 관한 1932년 이기세의 기사.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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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러한 판매 성적을 고려해 <사의 찬미>를 한국 대중가요의 기점으로까지 평가하기도 하는데, 사실 <사의 찬미>보다 앞서 음반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대중가요는 1923년에 발매된 <이 풍진 세월(일명 희망가)>이다. 더구나, <사의 찬미>는 기존 외국 곡에 가사만 새로 붙인 노래인데, 그러한 작품은 <사의 찬미>보다 10년이 앞선 1916년에 이미 유행하고 있었다. 당시 신문화로 각광을 받던 신파극 주제가로 인기를 모은 <카추샤의 노래>이다.

여하튼, <사의 찬미>가 윤심덕이 자살을 결심하고 부른 유작이라는 화제로 인해 음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환기된 것은 사실이고,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사의 찬미>가 한국 대중문화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친 것도 틀림이 없다.

한때 금지곡의 대명사였던 <진주라 천리 길>은 <사의 찬미> 멜로디를 전주에 사용했고, <흘러간 화장초>라는 노래는 윤심덕과 <사의 찬미>를 가사에서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장미희와 임성민이 주연을 맡은 1991년 개봉 영화 <사의 찬미>는 흔치 않은 한국 음악 영화로 호평을 받았고, 최근에는 영화와는 또 다르게 윤심덕 이야기를 극화한 뮤지컬 <사의 찬미>가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사의 찬미> 가사지.
 <사의 찬미> 가사지.
ⓒ 한국유성기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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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명확한 근거 없이 <사의 찬미>에 '최초', '명곡', '명반' 등 과도한 수식을 더해 지나친 의미 부여를 하는 주장은 난센스라는 것이 관련 학계의 일반적인 입장이다. 그러한 과도한 주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사의 찬미> 가사 오류에나 오히려 신경을 쓰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3천 엔에서 시작한 이번 경매 낙찰가가 무려 520만 엔을 넘긴 것도 그런 과도한 주장에 편승한 일부 수집가들의 집착 때문일 것이라는 경매 참가자의 평가도 그리 터무니없게 들리지는 않는다.

이번에 낙찰된 <사의 찬미> 음반은 딱지에 인쇄된 윤심덕 이름에 오류가 있다는 특징이 있기도 하다. '윤(尹)'이 '이(伊)'로 잘못 표기된 것이다. 때문에 만약 이 음반이 한국으로 건너와 또 다른 유통 과정을 밟게 된다면, 그 추적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다.

최근 일부 중간수집상들이 해외에서 매입한 자료를 국내로 들여와 가격을 부풀린 뒤 개인이나 박물관 같은 기관에 판매를 시도하는 예들이 종종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므로, 이번 <사의 찬미> 음반도 이후 행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경매에 출품되어 고가로 낙찰된 <사의 찬미> 음반. 윤심덕의 이름이 잘못 표기되어 있다.
 경매에 출품되어 고가로 낙찰된 <사의 찬미> 음반. 윤심덕의 이름이 잘못 표기되어 있다.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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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으로 진행된 경매이다 보니 누가 어떤 생각으로 <사의 찬미>를 그러한 고가에 매입했는지는 현재로선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이러한 거래가 장차 한국 대중문화 발전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폭탄 돌리기'의 시작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기는 한다. 


태그:#사의 찬미, #윤심덕, #경매, #최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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