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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의 불굴암에는 원효의 수행지로 알려진 동굴이 있다. 동굴은 법당 뒤편 절벽 중에서도 상층부에 자리잡고 있다(사진의 붉은 동그라미 부분). 동굴 안에 들어가면 '우리 나라의 으뜸 가는 약수'라는 뜻의 여섯 한자가 벽에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경북 경산의 불굴암에는 원효의 수행지로 알려진 동굴이 있다. 동굴은 법당 뒤편 절벽 중에서도 상층부에 자리잡고 있다(사진의 붉은 동그라미 부분). 동굴 안에 들어가면 '우리 나라의 으뜸 가는 약수'라는 뜻의 여섯 한자가 벽에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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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는 유학을 가르치는 기관으로 주자감을 두었다. 주자감은 발해가 중앙에 둔 최고의 교육기관이었다. 물론 주자감은 고구려, 신라, 백제처럼 유학을 정치철학으로 활용하려는 장치였다. 발해의 주자감에 해당하는 통일신라의 기관은 신문왕이 설치한 국학이다.

강수는 외교 문서, 설총은 <화왕계>와 이두

통일신라는 원성왕 때에도 독서삼품과를 두어 유학에 밝은 자를 관리로 임명하려 했다. 6두품으로 유학에 밝아 이름을 떨친 대표는 강수와 설총이다. 강수는 외교문서 작성, 설총은 이두의 집대성과 최초의 의인체 문학 <화왕계>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강수의 무덤은 전혀 알 길이 없으나 설총의 묘로 전해지는 무덤은 진평왕릉에서 도로 건너편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만날 수 있다. 주소는 경주시 보문동 428번지이다.

묘 앞에는 '전 설총 묘'라 적혀 있다. 설총의 묘로 전해진다는 뜻이다.
 묘 앞에는 '전 설총 묘'라 적혀 있다. 설총의 묘로 전해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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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총은 유학자라서 그런지 스스로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거느리고 다니는 인물은 아니다. 왕에게 도덕적 교훈을 주기 위해 <화왕계>를 남김으로써 우리나라 최초의 의인체 문학을 창작했지만 그 역시 일반 대중의 흥미까지 유발하는 소재는 아니다. 그러나 설총은 원효대사의 아들이다. 화제의 대상이 될 만한 소지를 충분히 가진 채 세상에 태어났다는 말이다. 

이두는 한문의 변용이 아니라 신라어

김부식은 <삼국사기 열전>에 '설총은 방언(신라어)으로 중국 경전을 풀어 후배들을 가르쳤기에 지금(고려)도 학자들이 그를 존경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는 이두가 한문의 변용이 아니라 신라어를 기록하기 위해 한자를 차용한 것임을 말해준다. 하지만 <화왕계>를 제외하면 그의 글은 '세상에 전하는 것이 없다.' 

제석사 초개사 원효암
 제석사 초개사 원효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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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는 경산시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서 경산시에는 원효와 관련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에 세워진 사찰들이 있다. 제석사와 초개사가 바로 그들이다. 제석사는 원효의 출생지로 여겨지는 곳에, 초개사는 원효가 처음 세운 절의 자리로 여겨지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물론 신라 고찰은 아니고 근래에 새로 건축된 절집들이다.

원효의 출생지는 경상북도 경산

원효암도 있다. 이 사찰은 팔공산 중에서도 대구광역시 쪽이 아니라 경산시 와촌면 방향에서 갓바위로 올라가는 도로의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있다. 전국 곳곳에 있는 다른 원효암들처럼 이 절 역시 원효가 신라 시절에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물론 신라 당대의 목조 건축물이 나라 안에 남아 있는 예는 없으므로 팔공산 원효암의 건물들 또한 근래의 것이다.

월정교. 다리 오른쪽에 보이는 숲지대는 반월성의 끝자락이다. 나무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곳에 경주향교, 최부자집 등이 있다.
 월정교. 다리 오른쪽에 보이는 숲지대는 반월성의 끝자락이다. 나무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곳에 경주향교, 최부자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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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와 연관하여 일반인에게 가장 재미있는 설화는 요석공주와의 연애담일 것이다. 원효가 요석공주를 만나는 데에 한몫 하는 매개체는 월정교이다. 공주가 머물던 요석궁과 월정교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듯하다. 요석궁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원효는 일부러 물에 빠졌고, 원효의 옷을 말려주기 위해 요석공주가 그를 궁 안으로 들였다는 이야기를 보면 말이다.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을 맺어준 월정교

월정교는 반월성 아래에 있다. 역시 신라 때 다리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니고 복원을 마쳤는지 아니면 아직도 진행 중인지가 헷갈릴 만큼 최신 교량이다. 어쨌든 과부로 살아가던 여동생 요석공주에게 괜찮은 신랑 하나를 소개해주려고 고심 중이던 무열왕은 원효를 점찍었고, 무슨 까닭에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원효는 서슴지 않고 파계의 길을 갔다. 김부식은 이를 두고 '처음에는 중이 되어 불서에 통달하더니 뒷날 속인으로 돌아가 소성거사를 자칭했다'고 적었다.

골굴사 중 대표적인 답사지가 바로 마애불이다. 왼쪽 사진의 붉은 동그라미 지점에 마애불이 있어 가파른 절벽을 올라가야 볼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가까이에서 본 마애불. 국가 지정 보물이다.
 골굴사 중 대표적인 답사지가 바로 마애불이다. 왼쪽 사진의 붉은 동그라미 지점에 마애불이 있어 가파른 절벽을 올라가야 볼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가까이에서 본 마애불. 국가 지정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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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와 설총의 사연이 깃들어 있는 유적으로는 골굴사를 빼놓을 수 없다. 기림사 들어가는 길목 왼쪽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는 골굴사는 아버지 원효와 아들 설총이 대를 이어 기거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절이다. 하지만 이곳을 둘러보아도 큰 궁금증 하나는 여전히 가슴에 남는다. 설총이 아버지 원효의 뼈를 갈아 조각상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골굴사에 오니 부자가 불교와 유교의 다른 길을 걸은 까닭이 더욱 궁금해진 것이다.

"아버지가 원효인데 어째서 설총은 유학자가 되었을까?"

답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그의 글이 남아 있지 않으니 더욱 그 까닭을 알 수가 없고, 후대인들이 그 연유에 대해 명쾌하게 밝혀둔 바도 없다. 강수는 <삼국사기 열전>에 그의 아버지가 "너는 불교를 공부하려느냐? 유학을 하려느냐?' 하고 물은 뒤 "네가 좋아하는 대로 해라" 하고 말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설총에 대해서는 그 정도의 언급도 없다. 그러나 골굴사는 이 궁금증에 얽매인 채 한눈을 팔면서 걸어도 무방한 곳이 아니다.

<헌화가>에서 수로부인은 꽃을 꺾어 달라고 한다. 꽃은 높은 절벽에 피어 있다. 골굴사 답사의 꽃도 바위 절벽 정상부에 있다. 딴 생각을 하며 걷다가는 큰일난다. 바위 절벽에 새겨져 있는 마애불을 감상하러 가는 길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삼성현도동서원
 삼성현도동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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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에는 설총의 가묘도 있다. 시내에서 경산온천으로 가는 길목의 중간쯤인 하대마을 한복판에 도동서원과 사당, 그리고 가묘가 있다. 그래서 경산시는 원효와 설총 부자에 <삼국유사>의 일연스님까지 묶어서 '삼성현(세 사람의 성인이라는 뜻)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했다.

삼성현역사문화관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기념관도 짓고 광활한 터에 공원도 펼쳤다. 지난 4월 30일부터 일반 방문자에게 문을 열었으니 태어난 지 100일도 채 안 되었다. 하지만 이제 곧 경산시는 세 고인의 덕을 톡톡히 보게 될 전망이다.

삼성현역사문화공원 관람 안내
주소와 전화 : 경상북도 경산시 남산면 상대로 883-30 (053) 804-7318-20
이용 시간 : 월요일, 1월 1일, 설과 추석을 제외한 09시-18시
관람료 : 일반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20인 이상 각 500원 할인)

덧붙이는 글 | 2014년 7월 23일부터 8월 18일까지 23회에 걸쳐 [방학맞이 대구경북 역사여행]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그 후 여름방학이 끝나고 이어쓰기를 중단했는데 이제 해가 바뀌고 다시 여름방학이 왔습니다. 오늘부터 방학을 맞아 찾아볼 만한 대구경북의 역사여행 답사지를, 가능한 만큼 시대순으로 다시 소개합니다.



태그:#설총, #원효, #일연, #삼성현역사문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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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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