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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의 한 끼 식사가 나눔이 될 수도 있고 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와의 한 끼 식사가 나눔이 될 수도 있고 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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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년 대단히 이색적인 경매가 세계의 부호들 사이에서 낙찰 경쟁이 치열합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워렌 버핏(Warren Buffett)과의 식사 경매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글라이드(Glide)재단이 주관하는 이 경매는 올해도 '버핏과의 점심 식사(Lunch with Warren Buffett)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경매사이트 이베이(eBay)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2000년부터 시작되어 16번째인 올해의 경매는 2만 5천달러(약 2천7백만원)부터 시작되었고 6월 31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 이번 응찰에서 중국 게임업체 다 리안 제우스 엔터테인먼트가 다른 경쟁자 7명을 제치고 낙찰됐다는 소식입니다.

낙찰 금액은 234만5천678달러(2부터 8까지의 아라비아숫자가 순서대로 이어진 이 금액의 한화는 약 26억1천만원)로 작년의 215만 달러보다 많은 액수입니다.  

워렌 버핏은 투자회사인 버크셔 헤더웨이(Berkshire Hathaway) 회장으로 월가에서 투자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 그분의 이름 앞에는 항상 '투자의 귀재'라는 수식어가 붙는 투자가이자 사업가입니다. 세계 재력가 1위에 선정(2008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재산 58조 8천억 원)되기도 한 거부이면서도 검소한 생활을 하며 재산의 사화환원과 기부활동에 적극적인 분입니다. 2010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케이츠와 함께 사후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를 만들어 세계의 다른 부호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버핏 자신도 재산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자선 식사의 경매액은 전액 글라이드재단에 기부되며 작고한 버핏회장의 부인, 수잔 버핏(Susan Buffet)이 자원봉사를 했던 인연으로 맺어진 글라이드재단은 노숙인과 빈곤층의 무료 급식과 자립을 위한 교육, 에이즈환자와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의료상담을 펼치는 자선단체입니다.

낙찰자는 최대 7인의 지인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으며 올해도 뉴욕 맨해튼의 스테이크 전문점 '스미스앤월런스키(Smith & Wollensky)'에서 3시간동안 오찬을 즐기게 됩니다. 이 식당에서도 1만달러를 기부금으로 내놓는다는군요.

대화는 주로 인생철학과 세계의 경제 등 삶의 전반에 관한 것이지만 투자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식사의 경매액을 금방 회수할 수 있는 투자로 버핏과의 식사를 원하는 사람이 응찰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식사자선경매의 응찰 자체가 나눔이고 기부임을 아는 사람들인 듯싶습니다. 3시간의 식사를 통해 그분께 어떻게 존경받는 성공한 부자로 죽을 수 있을지를 배울 수 있다면 영원히 사는 법을 배운 것이 될 것입니다.

#2

돌이켜보니 저도 몇몇의 갑부들과 한 식탁 식사를 즐긴 적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난 수십 년간 부자와의 식사기회를 자랑스럽게 여기기는커녕 오히려 부끄러워했었다는 것을 최근 몇 년간 한 부자와 부정기적인 식사기회를 가지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일찍이 부자가 되는 것을 포기한 제게 부자가 되는 노력과 부자로 사는 것의 가치를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분은 장군급 지휘관의 통역을 담당하는 통역장교로 군복무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군과 미군의 지휘계통에 대해 해박해졌고 양군의 전략과 전술 및 병참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대 후 한국기업과 다국적 기업의 영업조직에서 몇 년간의 직장생활을 경험한 후 자신의 회사를 세워 독립했습니다. 이 회사는 승승장구했고 절정의 시기에 외국기업의 M&A에 응했습니다. 모기업(母企業)의 아시아지역 책임자로 근무하면서 다국적 기업의 경영에 관여합니다. 의무근무기한을 채우고 미련 없이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이른 은퇴라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새로운 회사를 창업했고 그 회사들은 모두 각각의 영역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사업초기 MBA를 공부하면서 경영이라는 것이 자신이 군복무시절에 흥미진진하게 경험했던 작전과 대동소이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기업이 '무엇을 할 것(What To)'이며 어떤 '목적'을 지향하며 어떤 '효과'를 거두게 할 것인가가 전략이며 '어떻게 하며(How To)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효율'적이게 할 것인가가 전술이라는 것을 간파했습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큰 승리이며 그 승리의 기반이 지피지기(知彼知己)임을 좀 더 젊었을 때 확신했던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분에게 경영은 사람의 삶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이며 스스로에게 열락(悅樂)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예술이었습니다.  

그분과 함께 식사와 여행을 하면서 관찰한 몇 가지 사업과 돈의 속성에 관한 통찰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신의 본능을 신뢰합니다. 한 번 감이 오면 그쪽 방향으로 힘껏 화살을 날립니다. 과녁을 겨누는 데 시간을 허비하거나 명중할지 말지를 걱정하는 대신 우선 화살을 날리고 화살보다 빠르게 뛰어서 화살이 떨어질 자리에 과녁을 놓습니다.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고민(Act first, reflect later)'하는 것입니다.

둘째, 사람을 신뢰합니다. 일단 사람을 택하고 회사에 합류하면 그 사람의 실수까지도 포용하고 신뢰하며 그 사람의 삶을 보장합니다. 회사 식구들의 로열티는 효율성의 근간입니다. 

셋째,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그 분의 경영을 스마트폰 경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스마트폰 하나로 보고받고 회의하고 결론 냅니다. 사람에 대한 신뢰와 이 시스템이 결합된 결과로 중국 법인에는 사장의 책상이 없습니다. 일 년에 두 번 정도 방문해서 회의실에서 직원을 대면하고 귀국합니다.  

넷째, 투명성을 생명으로 여깁니다. 분식회계의 유혹에 한 번도 현혹되어 본 적이 없습니다. 몇 년 전에 연간 150억 이상 매출이 지속되는 회사를 스스로 폐업했습니다. 그 사업의 특성상 거래사에서 횡행하는 영수증 부풀리기를 바로잡을 도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항상 재판정의 피고 신분으로 상황을 판단한다는 점에서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란 세월이 걸리며, 명성을 무너뜨리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걸 명심한다면, 당신의 행동이 달라질 것이다.(It takes 20 years to build a reputation and five minutes to ruin it. If you think about that, you'll do things differently.)"라는 워렌 버핏의 말과 맥을 같이 합니다. 

다섯째, 레드오션을 간과하지 않습니다. 그 시장은 이미 수많은 경쟁자들의 주도권 싸움으로 바람잘 날 없지만 황금이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그곳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면 경쟁이 없는 시장을 찾아 허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여섯째, 새로운 도전으로 감각의 날을 다시 세웁니다. 60대 나이의 그분은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시대에 대해 언급하곤 합니다. "이제 곧 100세 장수가 보편화된 호모 헌드레드시대입니다. 현재 나이에 곱하기 0.7을 한 나이가 이 호모 헌드레드 시대의 자신 나이입니다." 이렇듯 스스로를 40대로 여기고 인생과 사업을 재설계합니다. "사실 우리가 100세 시대에 이르게 되면 그때는 다시 150세의 시대로 가 있을 것입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대에 죽음을 기다리며 살다가는 그 기다림이 50년이 넘을 수 있어요. 지금 사업을 시작해도 성취하고 누릴 시간이 충분합니다."

일곱째, 돈을 버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집 주인은 열심히 일하는데 마당을 빈둥빈둥 놀게 해서 되겠습니까?" 그분의 생각은 누구에게나 돈을 벌게 할 시종은 있다는 것입니다. 그 잠자는 시종을 깨우면 지금보다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어젯밤의 만찬에서도 한 사안에 대한 탁월한 결론에 대해 들었습니다. 그분과의 식사를 마칠 때면 나도 덩달아 뛰어난 경영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그 결론은 탁월하지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그분을 거울삼아 나를 비추어보기도 합니다. 그 거울에 비친 모습을 통해 발견한 나의 심리 저면의 경제관은 돈을 경멸해왔다는 것입니다. 돈은 악이며 청빈이 부자보다 훨씬 높은 경지의 미덕을 실천하는 것으로 여겨졌지 싶습니다. 또한 소비는 죄악이다는 생각입니다. 절약이 돈을 잘 버는 것보다 훨씬 미덕이라고 여겼지요. 더불어 수성(守城)이 가장 안전한 공격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호구지책을 겨우 해결할 정도의 작은 성취를 넘어설 생각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요즘, 돈이 낙엽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땅위로 내려앉은 낙엽은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리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보면 어떤 특정한 곳에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부자는 어디에 낙엽이 쌓일지를 아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아도 청빈과 근검절약 그리고 안주(安住)라는 나의 성정이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게으르게 사는 것'인 내 인생의 목표를 수정할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한가지 위안은 워렌 버핏 또한 여전히 돈을 아끼는 일에 관한 한 양보하는 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의 아들딸들을 포함한 모든 젊은이들에게는 오프라 윈프리가 했다는 말을 상기시키고 싶습니다.

"물질적인 성공은 정말 중요한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 능력이 차이를 만든다. 당신 자신의 인생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서도."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워렌버핏,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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