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유우성(35)씨가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대북송금과 관련한 국민참여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법정 향하는 유우성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유우성(35)씨가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대북송금과 관련한 국민참여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국가정보원 증거조작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가 13일 다시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장소는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 지난해 4월 25일 법원이 그의 간첩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던 바로 그곳이었다. 유씨의 결백을 밝혀준 변호인들도 1년 3개월 전처럼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는 그의 국민참여재판 심리를 시작했다. 유씨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죄다. 검찰은 그가 외당숙과 함께 중국계좌를 이용, 북한에 돈을 보내고 수수료를 받는 '프로돈'사업을 했고, 재북 화교 신분을 속인 채 북한 이탈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 채용돼 서울시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지난해 5월 유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그런데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는 이미 2010년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던 일이었다. 당시 검찰은 그가 프로돈 사업을 하는 외당숙에게 통장을 빌려줬음을 포착, 수사를 진행했지만 유씨가 초범이고 사안이 경미한 점 등을 감안해 처벌하지 않았다.

하지만 4년이 흐른 뒤, 검찰은 갑자기 이 사건기록을 다시 들춰냈고 유씨를 기소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인 데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검찰과 국정원이 함께 유씨의 간첩사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던 때였다.

'할 일' 했을 뿐이라는 검찰... "통상적인 절차대로 기소"

13일 검찰은 재판부와 배심원 9명에게 "2014년 3월 21일 탈북자 단체가 서울중앙지검에 유씨를 고발, 통상적인 수사절차와 결과에 따라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소유예한 사건이어도 새로운 사실과 증거들이 나온다면 수사를 재기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피고인이 재북 화교 신분을 감췄던 점과 추가 입금액 약 5100만 원이 새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유씨가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이 되면서 다른 북한 이탈 주민들이 피해를 봤고, 그들의 공직 임용기회를 확대하려 했던 서울시는 공무집행을 방해받았다고도 했다.

반면 유씨의 변호인단은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지만, 검찰이 보복성 기소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민 변호사는 "피고인의 수사가 개시될 무렵, 검찰은 이미 피고인의 사건으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때였다"며 "증거조작이 발각되면서 여기까지 왔다, 아니라면 피고인이 이 자리에 앉아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변호인단은 또 검찰사건사무규칙 69조는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에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새로운 증거 등이 발견되지 않는 한 각하해야 하는데, 유씨를 고발한 탈북자 단체는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유우성씨가 자신을 북한 이탈 주민으로 여기기도 했지만, 재북 화교 신분을 일부러 감추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2006년 어머니의 장례식 때문에 밀입북한 뒤 2007년부터 줄곧 검찰과 국정원의 수사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국가기관은 이미 유씨가 재북 화교임을 확인했다는 얘기였다.

그는 "피고인을 간첩혐의로 기소한 검사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그가 탈북자가 아니란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으로) 나눠 기소하는 것은 피고인을 괴롭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우성 "정말 지긋지긋...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서울시 공무원사건 피고인 유우성씨.
 서울시 공무원사건 피고인 유우성씨.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또다시 피고인이 된 유우성씨 역시 재판부와 배심원들에게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간첩사건 때) 기적같이 중국에서 (증거조작을 확인해주는) 회신문이 와서 억울함을 밝혔지만, 그 일이 또 먹구름을 가져왔다"며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자그마치 3년이다. 2013년 1월 구속되고, 1심과 항소심까지 이와 똑같은 법정에 수도 없이 계속 서 왔다(기자 주- 그는 1심부터 줄곧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함께 있는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정말 지긋지긋하다. 몸이 떨린다. 지하철을 타고 지나갈 때 교대역에서 멈추면, 저도 모르게 내려야 할지 아닐지 분간이 안 간다. 2년 가깝게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도 받았다. 재판이라면 너무 싫지만,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과연 그 회신문이 오지 않았다면, 제가 이 자리에 서 있었을까요?"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 여부를 두고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재판부는 7월 14일과 15일에 걸쳐 증인 12명을 신문하는 등 충분한 증거조사절차를 밟은 다음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1년 3개월 전, 한 편의 드라마를 썼던 그 법정에서 유우성씨는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재판부는 14일 오전 9시 반 국민참여재판 2차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관련 기사]

중국 "서울시 '공무원 간첩' 검찰증거는 위조문서"
'간첩 증거조작' 국정원장·검사 불기소 핵심문서 '출-입-출-입' 기록 '판단보류'
'공범' 피하고 '바보' 된 검사들, 어떻게 되나
유우성 간첩혐의 무죄, '여동생 불법 구금' 인정
검찰, 4년 전 끝난 사건으로 유우성 또 기소
다시 법정에 선 유우성, 국민참여재판 받을까
[특별페이지] 유우성 스토리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유우성, #국정원 증거조작
댓글7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