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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70년,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의 골이 깊습니다. 이념적 갈등도 여전합니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분단 현실 속에서, 문학의 감동이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천만의합창국민위원회'와 <오마이뉴스>가 함께 통일를 염원하는 시를 연재합니다. 국내 시인과 사할린 동포 시인, 특히 재일조선인 시동인회 <종소리>의 시인들이 함께 뜻을 모았습니다. 작은 실천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열정이 모일 때 통일이 성큼 오리라 믿습니다. [편집자말]
사람이 사는 증거입니다. 예쁜 빨간 가죽신과 구두가 있는 것으로 보아 노부부가 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신발 사람이 사는 증거입니다. 예쁜 빨간 가죽신과 구두가 있는 것으로 보아 노부부가 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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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 

내가 지금 신고 있는 구두 오른쪽 뒷굽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제이다.
작년 평양축전 갔을 때
인민문화궁전 앞에서 뒷굽이 떨어져 나갔고
고려호텔 지하 수선실에서 북녘 봉사원 아저씨가
한 달러받고 정성껏 고쳐준 것이다.
내가 지금 피우고 있는 담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제이다.
'금강산'은 약간 쓰고 '평양'은 피울만하다.
내가 지금 마시고 있는 백두산 들쭉술은
고려호텔 매점 판매원이
내 방까지 날라다 준 것이며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고사리는
백두산에서 다섯 달러 주고 사온 것이다.
내가 지금 먹고 있는 돌버섯은
묘향산호텔에서 샀으며
내가 지금 보고 있는 평양관광 안내 책은   
인민대학습당 꼭대기에서 산 것이다.
아 통일은 이미
내 몸에 있고
내 허파에 있고
내 위 속에 있고
내 눈 속에 있고
내 오른쪽 구두 밑에 있다.

신현수 시인은

충북 청원군에서 태어났으나, 주로 인천에서 성장했다. 공주사범대학교 국어교육과,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국어교육 전공)을 졸업했으며, 현재는 인천 부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계간지 <시와 의식>(1985년 봄호)에 '서산 가는 길' 등 5편이 박희선, 김규동 시인에게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서산 가는 길><처음처럼><이미혜><군자산의 약속><시간은 사랑이 지나가게 만든다더니><신현수 시집>(1989-2004)(상, 하), <인천에 살기위하여>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선생님과 함께 읽는 한용운>(서울시교육청 선정 중고생 필독도서), <시로 만나는 한국현대사>가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는 <그래, 지금은 조금 흔들려도 괜찮아>(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등이 있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상임고문, 인천문화재단 이사,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운영위원, 인천시립봉수도서관 운영위원, 새로운학교 인천네트워크 자문위원으로 있다.



태그:#통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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