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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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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는 순간, 이 책에 대한 그리고 지은이들에 대한 예의가 떠올랐다. 책은 돈내고 샀지만, 좀더 예의를 갖추고 싶어서 서평을 쓴다. 서평이라기 보다는 이 책이 나에게 준 영감을 기록하는 글이 될 것 같다. 나는 영등포에서 카페봄봄 이라는 노동자마을카페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필요가 먼저다 : 마을상가지도

"필요가 뒷받침 되어야 지속가능할 수 있습니다. 가치와 의미가 아무리 아름답고 그 지향이 그림 같아도 우리의 아름다운 그림만 바라보고 살것은 아니잖아요. 그 필요를 읽어야 하지요. 필요는 밥과 같은 것이지요. 의식적으로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먹고 싶고, 또 먹어야 힘이 나는 것입니다."

거대도시 서울 한복판에서 과연 마을이 가능할까? 수많은 노숙인, 고시텔 주거인, 직업학교 학생들, 아파트 주민들, 이주노동자, 골목상인들, 백화점과 대형마트 노동자들. 그 수많은 요구와 필요 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선택하는 것이 유의미한 일인가? 의문은 계속된다. 그러나, 마을상가지도(공동체지도)부터 시작해볼라고 한다. 자주 가는 중국집 사장님이 꼭 해보라고 하니까. 필요가 먼저다.

책이 없는 도서관이 가장 좋은 곳이다 : 책수레봄수레

"인도의 랑가나탄 이라는 사서가 쓴 <도서관학 5법칙>을 보고 감동을 받았거든요. 이 사람은 사서가 아니라 조직가야, 하면서 감탄했어요. 사서가 지역과 사람을 파악하고 책을 계속 유통시켜 책이 없는 도서관이 가장 좋은 곳이라 그러거든요. 때론 책을 보내주기도 하고 끊임없이 사람들을 기록하기도 하고요."

일주일에 한 번씩 책수레봄수레 라는 움직이는 책방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곧바로 책수레가 떠올랐다. 책을 통해서 수레를 움직이며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 꽤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책수레 다독왕 연말 수상식과 신춘골목문학상도 만들어 봐야겠다.

민주주의로서 노동조합 : 노동나눔밥상

"저는 일터안의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 노동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이 있어야 비로소 아래로부터의 구심이 만들어지고 비교적 수평적인 의사구조 체계가 만들어지지 않겠어요. 내 삶터에서 회의를 하다보면 무엇을 하자, 무엇을 만들어보자, 무엇을 요구하자, 이런 욕구들이 조금씩 분출될거라 생각해요.

영등포에도 노동조합이 있다. 철도파업 연대도 하고, 최저임금 캠페인도 한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지역에서 동네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꾸준하게 이야기를 꺼내 본 적은 없다. 한달에 한번씩 노동나눔밥상을 열어봐야겠다. 투쟁말고 집회말고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한 3달은 주제없이 술만 먹을 용기가 필요하겠지.

공론장을 열다 : 사계절 봄봄반상회

"결사체의 배는 단지 호기심으로 미지의 대양을 향해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바다에 닻을 내리고 심연과 변방으로 출항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그렇게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제 마음속에는 '지역사회'라는 말이 오롯하게 남아 있습니다. 제 마음 속에는 우리가 만나는 '공론장' 이라는 말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씨줄인 마을공동체와 날줄인 여러 결사체들이 얼키설치 엮여 스스로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카페를 시작하면서 매월 반상회를 했었다. 몇 번 하다가 사람들이 잘 모이지 않아서 지금은 매니저 회의만 운영한다. 사계절 반상회를 재가동해야겠다. 당위가 아닌 필요와 재미로부터 공론장을 열어봐야겠다.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따뜻하게 사람들 속에 연결되어 있자. 제발!

마을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노동과 마을의 합체을 슬로건으로 카페봄봄이 생긴지 2년이 되어간다.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를 통해 자칫 질문없는 질주에 빠질 수 있는 우리를 되돌아본다. 아직 뚜렷하게 내놓을 만한 성과는 부족하다. 하지만, 노동과 마을의 합체가 가지는 가능성을 보고 싶은 욕망은 커져간다.

유토피아로서 마을을 꿈꾸지 않는다. 다만 노동과 정치와 공동체가 살아있는 마을의 꿈을 향해 정해지지 않는 길 위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동네에서 살고 일하고 놀아보려고 한다. 야호!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 - 마을 만들기 사업에 던지는 질문

권단 외 지음, 삶창(삶이보이는창)(2014)


태그:#모두를위한마을은없다, #카페봄봄, #마을만들기, #서평, #책수레봄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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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 1번출구 초역세권 노동자마을카페 <카페봄봄>과 마포구 성산동 <동네,정미소>에서 주로 서식중입니다. 사회혁신 해봄 협동조합,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경제민주화네트워크에서 변화를 꿈꾸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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