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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정원이 마음에 드는 은각사(긴카쿠지)
 일본식 정원이 마음에 드는 은각사(긴카쿠지)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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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하면 세 곳이 떠오른다. 청수사, 금각사 그리고 은각사. 청수사를 기점으로 금각사와 은각사는 반대 방향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동 시간만 1시간이 걸릴 터. 1박 2일 여행자가 아니라 하루 만에 후다닥 돌아야 하는 여행자라면 특히 덜 빡빡하게 둘러보고 싶은 여행자라면, 세 곳 중 두 곳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우리는 특히 숙소를 청수사 근처에 잡은 터라 '금'이냐 '은'이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두 곳을 비교하는 것도 우습지만, 사실 화려함과 면적 면에서 은각사보다 금각사가 더 월등하다.

금으로 둘러싸인 화려함을 물론이고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된 금각사! 한 번쯤은 보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은각사로 향했다. 화려함보다 일본 전통 정원에서 느껴지는 수수함이 더 와 닿았기 때문이다. 여행은 마음이 와 닿는 곳을 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 청수사에서 은각사 가는 방법:
기온, 긴카쿠지방면 시내버스 100번 탑승 - 긴카쿠지마에 정류장에서 하차

입장권 대신에 주는 부적
 입장권 대신에 주는 부적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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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버스는 운전사 옆에 동전 교환기가 있다. 지폐를 내면 운전자가 잔돈을 주는 우리 버스와 달리, 승객이 동전 교환기에 가서 지폐와 동전을 미리 돈을 바꿔야 한다. ​승객이 알아서 교환기에서 바꾼 후 지불해야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

그걸 알지 못한 나는 잔돈을 거슬러주지 않는다고 운전자에게 손만 내밀고 있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그때 쓰이는 말인듯하다.

우여곡절 끝에 돈을 '받아내고' 은각사에 향했다. 꼬깃꼬깃 지갑 속에 있는 돈을 꺼내 입장료를 내니 입장권을 준다. 자세히 보니 입장권이 아니라 ​가정의 평화와 평온을 기원하는 부적이다.

입장권 대신에 받은 부적은 입장권처럼 쉽사리 버리지 못한다. '​가내평안'이라는 좋은 뜻이 담긴 부적이기에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기념으로 가지겠다며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 은각사 입장료: 500엔

은각사에는 "은"이 없다.
 은각사에는 "은"이 없다.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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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금으로 휘어감겨 있는 건축물이다. 하지만 은각사에는 '은'이 없다. 유래를 돌이켜보면 참으로 재밌다.

은각사를 건축한 아시카가 요시마사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세운 킨카쿠지(금각사)의 화려한 건축물을 닮은 건축물을 짓고 싶었다. 외관을 은으로 씌울 계획을 세웠지만, 건물 전체를 씌울 만큼의 은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교토에는 오닌의 난이 일어나 물자 조달이 어려워지고 아시카가 요시마사는 건축물에 옻칠만 칠한 채 사망했다고 한다. 건축물이 완성되기 전에 사망하여 그가 원했던 ​할아버지만큼 화려한 건축물을 짓지 못했지만, 일본 특유의 운치가 은각사 곳곳에 남아있다.

■ 긴카쿠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가파르지 않은 야트막한 언덕의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교토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에 이르게 된다. 높지 않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산을 터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햇살이 낮게 가라앉고 주변은 온통 풀냄새다. ​찌를 듯이 높은 빌딩 위에서 바라본 도시의 풍경과는 많이 다르다. 은각사처럼 수수하고 평온하다. 바람은 싸늘하게 불지만 햇살을 따뜻하게 가라앉아 포근하다.

부적에 스며든 좋은 기운 때문이었을까, 온 세상이 평온하고 마음도 한층 가라앉는 듯했다. ​햇살이 조근조근 졸듯 내려앉으니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다.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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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교토, #교토여행, #은각사, #일본, #일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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