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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유명한 록그룹 일원이었던 '진저 베이커'라는 드러머는 타악기 리듬의 원류를 찾아 아프리카에 스튜디오를 차리고 깊이 드럼연주법을 공부했다는 일화를 읽은 적이 있는데, 지난 24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있었던 '문화가 있는 날' 작은 음악회에서 '리드미코(Ritmico)'란 타악 앙상블이 연주하는 원초적인, 아프리카의 정글 속에서나 들음직한 타악기 음악의 진수를 들을 수 있었다. 

'스티브 라이히의 나무조각을 위한 음악'으로 첫 연주를 시작했는데, 무엇이든 리드미컬하게 두드리면 음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1층 객석과 무대 위에 마련된 객석의 관람객들은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듯 유쾌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린 문화가 있는 날 작은 음악회
▲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린 문화가 있는 날 작은 음악회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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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연주한 '티어리 드 메이의 테이블 음악'은 세 명의 연주자가 앉아 테이블 위를 손으로 긁고, 문지르고, 두드리고, 박수를 치며 연주를 했는데 현대음악이란 장르를 생각해봐도 특이하고 재미있는 연주였다.

세 번째 연주곡은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중 제 13곡인 백조'를 마림바(marimba)라는 악기로 연주했는데, 세 번째 연주만에 아는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낮으면서도 중후한 소리가 심금을 울리는 듯했다. 마림바는 실로폰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실로폰보다 음역이 더 넓고 낮으며 울림이 좋은 타악기로 아프리카에서 온 악기이며 말렛으로 건반을 쳐서 소리를 낸다.

네 번째 연주한 '볼프강 로겐캄프의 아프리칸 블루스'는 연주를 시작할 때, 긴 줄에 조개껍데기 같은 것을 묶은 것으로 아무렇게나 흔들어 소리를 내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그 퍼포먼스에 관객들은 흥겨운 웃음바다가 되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도문화의전당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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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곡으로 모든 드럼의 합주로 '드럼 마취'를 연주했는데, 역시 드럼이 타악기 음악의 진수임을 보여줬다. 관객의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앵콜곡 한 곡을 더 연주하고, 문화가 있는 날 작은 음악회 '즐거움을 두드리다'를 마무리 했다.

타악 앙상블 리드미코는 퍼커셔니스트인 부천시립교향악단의 김광원을 리더로 한국 타악계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젊은 연주자들로 이루어진 타악그룹이다. 현대음악의 실험적 시도뿐만 아니라 클래식, 뮤지컬, 동요 등을 다채로운 타악기 앙상블로 편곡하여 들려주는 등 일반 관객들도 타악기 음악에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 다양한 음악적 색깔과 소질을 가진 연주자들의 새로운 음악적 실험이 기대된다.

문화가 있는 날 작은 음악회 포스터
▲ 작은 음악회 포스터 문화가 있는 날 작은 음악회 포스터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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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흔한 사물들을 타악기처럼 두드려 관객을 흥겹게 하는 공연이 1997년 시작된 '난타공연'인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타악기 공연이 되었고, 요즘은 어느 축제를 가도 볼 수 있는 인기 있는 공연이 '난타'이다. 여러 연주자가 일사불란하게 북을 두드리는 공연을 보면 가슴속에 쌓여있던 모든 것이 씻겨져 나가는 듯 흥겹다.

뭐니뭐니 해도 난타의 원조는 사물놀이가 아닐 런지. 우리나라 전통악기인 꽹과리, 징, 장구, 북 등 네 가지 악기로 편성된 사물놀이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우리 음악 중 하나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다이내믹한 음악이며, 엄청난 음량과 강한 비트와 역동성은 듣는 사람을 절로 신명나게 만들며 무아의 경지에 빠져들게 만든다. 음악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엄청 시끄러운 소음으로 들리겠지만, 음악에 빠져들면 어깨춤이 절로 난다.

2014년 1월부터 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문화를 접하고 문화시설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전국의 주요 국공립 박물관, 미술관, 고궁 등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하고 각종 무료공연 행사를 하고 있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가 SK아트리움에서 열리면서 경기도문화의전당에는 가볼 기회가 없었는데, '문화가 있는 날'에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즐거움을 두드리다'라는 멋진 공연을 보게 되어 아주 흥겹고 즐거웠다. 이런 수준높은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한 힐링이 어디 있을까.

7월 29일 '문화가 있는 날' 작은 음악회는 '베토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번 가장조, Op.69', '그리그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가단조, Op.36'가 준비되어 있다. 무료공연 사전예약은 1인이 4매까지 가능하며, 경기도문화의전당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기도문화의전당, #문화가 있는 날, #작은 음악회, #리드미코, #타악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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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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