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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너지위원회가 12일 국내 첫 상업운전 원진인 고리 1호기의 영구 가동 중지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인 고리 1호기는 37년만에 폐쇄 절차를 밟게됐다.
 국가에너지위원회가 12일 국내 첫 상업운전 원진인 고리 1호기의 영구 가동 중지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인 고리 1호기는 37년만에 폐쇄 절차를 밟게됐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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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령 핵발전소인 고리1호기가 폐쇄한다. 국가에너지위원회는 12일 서울에서 열린 제12차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부산에 있는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권고하기로 확정했다.

아직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의 이사회 결정이 남았지만, 사실상 에너지위의 권고안을 따를 것으로 보여 고리 1호기는 국내 원전 역사 37년 만에 처음으로 폐로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오는 16일 열리는 한수원 이사회에서 폐쇄가 통과되면 2017년 6월 18일을 끝으로 고리 1호기는 영원한 가동 중지에 들어간다.

1977년 6월 19일 임계운전에 들어간 국내 최초의 상업용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는 세월만큼이나 숱한 부침을 겪었다. 값싼 전력생산 비용이란 장점을 내세운 정부에게는 원전 확대 정책의 신호탄이었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고리 1호기는 불안감 그 자체였다.

애초 2007년 6월로 30년의 설계 수명을 다했지만 정부는 10년을 연장한 재가동 결정을 내렸다. 폐쇄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외침이 설 곳은 마땅치 않았다. 그 와중에 발생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경제성이란 이면에 감춰진 핵발전의 민낯을 드러낸 계기가 됐다.

여기에 잦은 사고 발생과 한수원의 조직적 사고 은폐, 안전을 내팽개친 납품비리에 지역 여론은 폭발 직전이었다. 그동안 고리 1호기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는 모두 130차례. 국내 발전시설 총용량의 0.6%를 담당하는 발전소가 국내 원전 사고의 19%를 담당한 셈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맴돌던 폐쇄 요구가 전 시민적인 공감대 속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120여 개 부산 지역 시민운동단체는 고리 1호기 폐쇄를 촉구하기 위한 범시민운동본부를 꾸렸고, 부산시의회도 만장일치로 고리1호기 폐쇄 결의안을 채택했다. 여야 정치권도 모처럼 한목소리로 고리 1호기 폐쇄를 촉구했다.

부산시도, 시민사회도, 지역 주민도 폐쇄 결정 반겨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전 1호기(오른쪽)와 2호기. 국가에너지위원회가 12일 국내 첫 상업운전 원진인 고리 1호기의 영구 가동 중지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인 고리 1호기는 37년만에 폐쇄 수순을 밟게됐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전 1호기(오른쪽)와 2호기. 국가에너지위원회가 12일 국내 첫 상업운전 원진인 고리 1호기의 영구 가동 중지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인 고리 1호기는 37년만에 폐쇄 수순을 밟게됐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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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고리 1호기 폐쇄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기쁨은 크다. 폐쇄로 가닥 잡혀가던 정부 방침이 막판에 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해오던 지역 시민사회는 에너지위 당일까지도 농성과 캠페인을 이어가는 총력전을 펼쳐왔다.

고리1호기 폐쇄 범시민운동본부 최수영 공동집행위원장은 "늦었지만 정부가 폐쇄 결정을 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고리 1호기 폐쇄 결정이 우리 사회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고리 1호기 폐쇄가 앞으로 설계 수명을 다하는 노후 원전들의 영구 정지 결정에 바람직한 선례가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정부와 한수원은 비밀주의와 폐쇄주의 문화를 일신해서 시민이 참여하는 투명하고 합리적 절차로 폐로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리 1호기 인근 지역 주민들도 폐로 결정을 반겼다. 장안읍 발전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폐로 결정을 "노후 원전 불안감 해소, 대정부 신뢰도 제고, 더 나아가 국내 원전 정책의 신기원을 여는 역사적 결단"이라 평가했다. 고리 1호기가 있는 기장군의 오규석 군수도 "고리 1호기 폐로는 15만 기장군민 안전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라며 "영구정지 권고안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역시 고리 1호기 폐쇄 결정을 반기며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서병수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고리 1호기 폐쇄는) 지역 사회의 든든한 힘이 이뤄낸 결실이자 위대한 우리 부산시민들이 일궈낸 역사적 산물"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원자력시설 해체 기술 종합연구센터 유치와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고리1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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