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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번개를 주최한 차상륜씨가 경작하고 있는 텃밭, 전부는 아니지만 몇몇 종자는 토종으로 경작하고 있다.
 이날 번개를 주최한 차상륜씨가 경작하고 있는 텃밭, 전부는 아니지만 몇몇 종자는 토종으로 경작하고 있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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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했던 지난 7일 일요일 오후 대구에 인접한 경북 칠곡군 동명면 구석 어느 조그만 시골 텃밭에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출신 지역은 물론 차림새나 나이, 성별도 다양했다. 밀짚모자를 쓴 스님이 있는가 하면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아빠도 있고 머리 희끗희끗한 어르신에서부터 파마머리 아주머니도 있었다. 언뜻 보기에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은 모두 토종 종자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인터넷 카페 씨드림 회원들이다.

"제가 키운 백오디 맛 좀 보세요."

한 참가자가 권한 백오디, 보기보다 달콤해서 자꾸 손이 갔다.
 한 참가자가 권한 백오디, 보기보다 달콤해서 자꾸 손이 갔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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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이 열린 텃밭 한켠의 하우스 안에 마련된 자리에 들어서자마자 한분이 바구니 한가득 담긴 하얀색 오디를 눈앞에 내민다. 흰색 오디는 보기도 처음이라 얼떨결에 맛만 보자 싶었는데 맛이 보기보다 좋다. 자꾸만 손이 간다.

그러고 보니 참가자들 모두 여기저기서 자신이 가져온 종자도 나누고 서로 질문도 하면서 이야기꽃이 한창이다. 본 기자도 텃밭을 하고 있는 터라 이리저리 귀동냥을 하다가 운 좋게 배추 씨앗을 얻었다. 제주도 출신의 구억배추라고 하는데 이번 가을에 텃밭에 김장용으로 심을 수 있을 것 같다.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토종 종자를 서로 나누었다.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토종 종자를 서로 나누었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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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담은 밥상

모두들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는 사이 주인장 내외가 준비한 식사가 나왔다. 야채며 김치, 떡, 고기 등 한눈에도 텃밭이랑 잘 어울리는 밥상 차림이다.

밥상에 올라온 재료도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는 텃밭에서 난 것들이었다. 특히 주인장이 직접 벌을 키우고 채취했다는 꿀에 찍어 먹는 쑥떡이 참 맛있었다. 떡에 들어간 쑥도 직접 따왔다고 한다.

자연을 담은 듯한 점심 밥상
 자연을 담은 듯한 점심 밥상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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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하는 중에도 손님들이 계속해서 도착했다. 처음에는 경상도 회원들끼리 한번 모이자고 했다는데 손님들이 차례로 인사하는 동안 살고 있는 지역을 들어보니 서울, 전북, 진주 등등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서로 인터넷에서 주로 만나던 이들이 토종종자를 사랑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이렇게 서로 직접 만나니 생면부지이던 사람들이었음에도 오랜 이웃 마냥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주인장이 직접 키운 벌로부터 얻은 꿀과 직접 딴 쑥으로 만든 떡이 특히 별미였다.
 주인장이 직접 키운 벌로부터 얻은 꿀과 직접 딴 쑥으로 만든 떡이 특히 별미였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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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자리를 마련한 차상륜씨는 "경북지역에 있는 씨드림 회원들이 함께 번개나 한 번 하자고 의견을 모았는데 전국 곳곳의 회원들까지 오셔서 자리가 커졌다, 어쨌든 토종 씨앗을 아끼는 사람들끼리 얼굴도 익히고 친목을 다지자는 취지인 만큼 더 보람 있는 자리가 됐다"라며 주최자로서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씨드림 카페는 인터넷(cafe.daum.net/seedream)을 중심으로 전국의 회원들이 토종 씨앗을 키워 서로 나누고 보급하며 보존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각 지역별로도 모임을 하고 있으며 외국산 종자와 GMO 종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친환경농업, 도시농업 등과 연계해 그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전국적으로 참여자가 늘어나고 있다.

씨드림은 이날과 같은 번개 외에도 전국적으로 토종종자 보급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년 토종종자 대회도 열고 일상적으로 서로 씨앗나눔을 하고 있다.

전국에서 온 번개 참가자들로 텃밭이 북적거렸다. 예상보다 많은 30여명의 인원이 참석 했다.
 전국에서 온 번개 참가자들로 텃밭이 북적거렸다. 예상보다 많은 30여명의 인원이 참석 했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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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모임이라지만 식사후에 술도 한잔하면서 본격적으로 농사와 종자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여느 단체의 워크숍 못지 않은 주제와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종자 사정은 매우 열악하다. IMF 시기를 정점으로 우리 땅의 종자시장이 외국계 회사로 모두 넘어가면서 앞으로 우리 농업에서 종자 주권에 대한 걱정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작물 종자는 외국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당장 씨드림에서 하는 토종종자가 이런 현실에 대한 전면적인 대안은 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앞으로 조금씩이나마 이런 영역이 성장한다면 긴 세월후에는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아질 것이다. 종자는 지키는 사람이 없으면 사라지거나 넘어가거나 둘 중 하나니 말이다.

어쨌든 텃밭농부 중 한 사람으로서 주머니에 넣어가는 씨앗들이 돌아가는 발걸음을 흥겹게 하는 즐거운 오후였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대구 강북지역 작은 언론인 대구강북신문(www.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씨드림, #토종종자, #GMO,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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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살고 있는 두아이의 아빠, 세상과 마을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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