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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문학 <할머니의 꽃무늬 바지>(어린이작가정신,2008)는 할머니와 아이 사이에 흐르는 삶을 들려줍니다. 아이는 할머니를 사랑하고, 할머니는 아이를 사랑합니다. 할머니와 아이 사이에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계시는데, 아이는 언제나 할머니한테 마음이 갑니다. 아이는 '할머니를 닮았다'는 말이 마음에 듭니다. 할머니와 함께 꽃밭에 꽃씨를 심고, 할머니와 함께 낮잠도 자고 차도 마시며 나들이도 다닙니다. 할머니가 '잠옷 바지'를 입은 줄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서 돌아다니면, 아이도 '잠옷 바지'를 입고 함께 돌아다닙니다.

겉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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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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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엄마는 할머니가 옷을 이상하게 입었다는 걸 알아챘어요. 꽃무늬 잠옷 바지에 파란 줄무늬 셔츠를 입었거든요. 하지만 난 할머니의 옷차림이 마음에 들었어요. 나도 파란 줄무늬 셔츠에 주황색 꽃무늬 바지를 입는 걸 가장 좋아하거든요. 어른들은 늘 그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얘기하지만요. (14쪽)

이야기책 <할머니의 꽃무늬 바지>에 나오는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이한테 '할머니가 아프다'고 말합니다. '할머니가 나이가 많이 들어 자꾸 머리가 나빠진다'고 말합니다. '알츠하이머'라든지 '치매' 같은 이름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저 '나이가 많이 들었'을 뿐입니다. 굳이 할머니한테 '이런 병'이나 '저런 늙음'이 찾아왔다고 아이한테 말해야 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는 할머니가 할머니이기 때문에 사랑스럽습니다. 쭈글쭈글한 살결도 사랑스럽고, 하얗게 센 머리도 사랑스럽습니다. 몸을 빠르게 놀리지 못하는 모습도 사랑스러우며, 느릿느릿 책을 읽어 주다가 때때로 '어떤 글자를 어떻게 읽는지 잊어'도 사랑스럽습니다.

왜 아이는 모든 모습이 사랑스러울까요? 할머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는 할머니가 그만 '어떤 글자를 어떻게 읽는지 잊을' 적에는, 아이가 씩씩하게 그 대목을 읽어 줍니다. 할머니가 못 읽으면 아이가 읽으면 돼요. 할머니가 무언가 떨어뜨리면 아이가 주으면 됩니다. 할머니가 뭘 미처 못 챙긴다 싶으면 아이가 먼저 챙기면 됩니다.

한번은 할머니가 나에게 책을 읽어 주는데 어떤 단어를 잘 읽지 못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글 말고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 어느 날,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새 이름을 기억해 내지 못했어요. 나는 그 새가 '박새'라고 알려줬어요. 내 생각엔 할머니가 깜박한 것 같아요.(17, 19쪽)

우리는 누구보다 내가 나를 아낄 때에, 나를 둘러싼 다른 사람들도 아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보다 내가 나를 사랑할 적에, 내 곁에 있는 반가운 이웃하고 동무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한집살이를 하는 사람은 '한식구'이면서 저마다 '동무'입니다. 어떤 동무인가 하면 삶동무이고 사랑동무이며 꿈동무이자 이야기동무입니다. 삶을 함께 나누고, 사랑을 서로 나누며, 꿈과 이야기를 다 같이 나누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아이를 '이녁 몸처럼' 아낍니다. 아이는 할머니를 '내 몸처럼' 아낍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도 아이와 할머니를 '우리 몸처럼' 아끼지요.

아이들은 '우리 할머니'와 '우리 할아버지'이기 때문에, 거리낌없이 안겨서 잠들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 할머니'와 '우리 할아버지'이기 때문에, 거리낌없이 안겨서 잠들 수 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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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할머니를 도와줄 수 있고, 할머니한테서 배운 걸 할머니한테 다시 가르쳐 줄 수도 있어요. 그리고 할머니가 내 책을 읽고 싶을 때 옆에서 읽어 줄 수도 있어요. (44쪽)

우리는 서로 도우면서 함께 삽니다. 우리는 서로 아끼면서 함께 삽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보살피면서 함께 삽니다. 돈이 넉넉하면 돈으로 서로 도울 수 있습니다. 힘이 세면 힘을 써서 서로 도울 수 있습니다. 글을 잘 쓰면 멋진 글을 써서 선물하면서 서로 도울 수 있습니다. 맛난 밥을 지어서 서로 도울 수 있고, 고운 옷을 바느질해서 서로 도울 수 있습니다. 즐거운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 도울 수 있고, 웃음꽃을 터뜨리면서 서로 도울 수 있습니다.

커다란 일을 도와야 하지 않습니다. 작은 몸짓도 큰 몸짓도 모두 아름답습니다. 기쁘게 삶을 노래하는 길동무가 되듯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함께 지냅니다. 보금자리를 함께 가꾸는 하루를 씩씩하게 엽니다. <할머니의 꽃무늬 바지>는 '꽃무늬 바지'가 얼마나 고운 옷인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서로서로 기쁘게 아끼는 손길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하는 대목을 넌지시 짚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사랑방(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책이름 : 할머니의 꽃무늬 바지
바버라 슈너부시 글
캐리 필로 그림
김수희 옮김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2008.4.1.



할머니의 꽃무늬 바지

바버라 슈너부시 글, 캐리 필로 그림, 김수희 옮김, 어린이작가정신(2008)


태그:#할머니의 꽃무늬 바지, #바버라 슈너부시, #어린이문학, #어린이책, #삶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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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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