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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의 한 주차장. 이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환자들의 퇴원 사태가 벌어지고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수도 50% 이상 줄었다.
 경북 경주의 한 주차장. 이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환자들의 퇴원 사태가 벌어지고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수도 50% 이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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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MERS) 의심·확진 환자가 급증하면서 대구·경북에서도 격리대상자가 15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입원한 경북 A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이 서둘러 퇴원을 하고 병원을 찾던 환자 수도 평소에 비해 50% 이상 줄었다. 대신 주민들은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다.

텅빈 병원 주차장, 입원실도 한산

지난 2일 오후 찾은 A병원의 주차장은 텅 비어있다시피 했다. 평소 같으면 차량이 가득 차고 환자들이 붐볐지만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환자들이 병원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경북 경주시의 한 약국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처방전을 접수하고 있다. 이 약국에는 인근 병원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입우너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약국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
 경북 경주시의 한 약국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처방전을 접수하고 있다. 이 약국에는 인근 병원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입우너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약국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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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정문 앞에 있는 약국의 류상봉 약사는 "환자와 의사들이 마스크를 많이 사가지고 간다"며 평소보다 4배 이상 마스크 판매량이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규격에 맞는 마스크는 이미 품절이 된 상태로 주문을 하고도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만난 한 환자 김아무개(64)씨는 "평소 입원실이 부족해 입원하려면 기다려야 했는데 지금은 환자들이 많이 퇴원을 해 병실이 많이 비어 있다"며 "정부가 공기로 감염이 안 된다고 하지만 많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 한 관계자는 "우리지역에서 발생한 환자도 아닌데 주소지가 경북이라는 이유로 우리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소문이 돌면서 환자가 절반 이상 줄었다. 국가지정 병원이기는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없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울상을 지었다.

관광지로 유명한 경주시내에는 평소 수학여행을 오는 학생들로 붐비지만 지금은 학생들을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다. 이곳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업종은 숙박업과 음식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의 한 식당 주인은 "80여 명이 예약을 했는데 어제 갑자기 연락이 와서 취소를 요구했다"며 "이유를 물으니 메르스가 확산되고 있어 단체관광이 취소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경주시내 한 호텔 관계자도 "평소에 비해 80%는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며 "이곳은 안전하다고 안심을 시키려고 해도 믿지를 않는다. 대부분의 호텔들이 손님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약국엔 마스크 찾는 손님들만...

대구의 한 병원 감염관리센터. 이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환자들의 퇴원이 줄을 잇고 있다.
 대구의 한 병원 감염관리센터. 이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환자들의 퇴원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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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의심 환자가 입원해 있는 대구의 한 병원에도 평소에 비해 환자들이 절반 이상 줄었다.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1차 검사에서 음성반응이 나왔지만 2차 검사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라고 있다.

병원에 환자가 오지 않는다는 것은 인근 약국을 통해 가장 잘 알 수 있었다. 3일 오후 찾은 B병원 맞은편 약국에는 거의 손님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가끔 들어온 손님은 메르스 증상에 대해 묻거나 마스크를 사기 위해서였다.

이 약국의 약사도 "환자가 절반 정도 줄었고 메르스에 대해 우려하는 손님들이 많다"며 "한 사람이 10개 이상의 마스크를 사가기도 해 동이 난 상태"라고 말했다. 이 약국은 심지어 겨울용 두꺼운 마스크를 내놓고 있지만 이마저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한다.

B병원에 메르스 의심환자가 입원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건강검진을 예약한 손님들이 예약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인근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 3일 예정되어 있던 1학년 단체 건강검진을 7월로 미루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건강검진을 예약했던 20여 개 학교 가운데 8개 학교가 검진을 미루거나 취소했다.

확인되지 않은 여러 유언비어들이 나돌기도 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대구의 한 병원에 다른 시도에서 이송된 메르스 의심 환자들이 일반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다거나 확진 환자가 있다는 소문이다. 이 때문에 대구경찰청은 인터넷 유포자에 대한 수사 나섰다.

하지만 시민들은 보건당국에 많은 불만을 나타냈다. 보건당국이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병원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이미 SNS 등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시 중구 삼덕동에 사는 이인택(80)씨는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지, 접촉을 해야만 전염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데 보건당국에서는 쉬쉬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안심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김아무개(33)씨도 "가급적이면 사람들이 많은 마트나 백화점 등은 다니지 않는다"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지 걱정스럽다. 집에서는 손을 자주 씻기고 항상 공기청정기를 틀어 놓는다"고 말했다.

한편 아직까지 대구와 경북에서는 휴교령이 내려진 학교가 없는 가운데 학교마다 현장수업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다. 또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5일 오전 긴급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갖고 시도민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태그:#메르스, #대구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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