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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산내희생자유족회 등 대전지역 2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국전쟁기 대전산내 민간인학살 유해발굴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가 3일 오전 10시 30분 대전 동구청 정문 앞에서 동구청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대전산내희생자유족회 등 대전지역 2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국전쟁기 대전산내 민간인학살 유해발굴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가 3일 오전 10시 30분 대전 동구청 정문 앞에서 동구청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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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매장지 훼손에 대한 대전 동구청장의 사과는 없었다. 구체적인 재발방지 대책도 밝히지 않았다.

대전산내희생자유족회 등 대전지역 2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국전쟁기 대전산내 민간인학살 유해발굴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3일 오전 11시 대전 동구청 소회의실에서 한 구청장을 항의 면담했다(관련기사 : "집값 떨어져 안 돼"...사라진 유해매장 추정지).

공대위 대표자들은 한 구청장에게 산내 골령골 내 일부 유해와 매장지(산 6-2번지)가 훼손된 데 대해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면담에 앞서 가진 대전 동구청 규탄 기자회견에서도 "지난 3월을 비롯하여 수 년 동안 동구청장에게 유해매장지 보존대책 마련을 호소했지만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버려둬 유해매장지가 사라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전 동구청은 유해매장지에 대한 무관심과 관리소홀로 일어난 유해훼손 문제에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또 "유해매장지와 유해훼손이 재발하지 않도록 유해매장 추정지마다 현장안내판을 설치하고 영농행위 중단 조치 등 종합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현택 대전 동구청장
 한현택 대전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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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구청장은 "민간인집단 희생 사건과 유해매장 추정지 훼손 문제에 대해 유가족들의 아픔을 마음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더 이상 어떻게 사과하란 말이냐"며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 또 "사유지를 (농경지로) 개간하는 문제까지 구청이 관여할 수 없다"는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공대위 측은 "대전 동구청에서 거듭 요구해온 현장안내판만 설치했어도 유해매장지가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불법 공사로 유골이 사라졌는데 관할 구청이 책임이 없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실제 대전 동구청은 지난 2009년과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현장안내판 설치예산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지가하락 등을 이유로 예산집행을 거절했다. 대전동구청은 지난 2001년에는 유해매장지 보존해달라는 유족회의 거듭된 요청에도 유해매장지 위에 건축허가를 내준 바 있다.

공대위 측은 이날 재발방지 대책으로 ▲동구청 차원의 자체 유해매장 추정지 조사 ▲유해매장 추정지별 관리 실태 파악(소유주, 면적, 지목, 토지이용현황) ▲추정지별 훼손방지를 위한 안내판 설치 ▲영농 및 개발 행위 제한 조치 ▲유해 매장추정지 훼손 방지 및 위령사업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 ▲민·관 기획단 구성을 통한 중·장기 종합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 구청장은 "대전시와 협조해서 해소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도 세부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무 답도 못한다"고 말했다.

유족회와 공대위 측은 면담 결과에 대해 "한 구청장의 저급한 인권 의식에 실망한다"며 반발했다. 이어 "면담 과정에서 한 구청장의 유감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적극 강구하겠다는 답변이 나올 경우 1인 시위를 중단할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적반하장식 태도에 수위를 높여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구청 측이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약속할 때까지 대응 수위를 점차 높여 나가겠다"며 "만약 구청 측이 계속 소극적 자세로 일관한다면 전국유족회와 연계해 동구청의 몰상식적인 태도를 끝까지 문제삼겠다"고 말했다.

유택호 대전동구의회 의장과 이나영 동구의원이 3일 오후 2시 '한국전쟁기 대전산내 민간인학살 유해발굴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 관계자들과 만나 "적극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유택호 대전동구의회 의장과 이나영 동구의원이 3일 오후 2시 '한국전쟁기 대전산내 민간인학살 유해발굴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 관계자들과 만나 "적극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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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날 오후 2시 유택호 대전동구의회 의장과 이나영 동구의원을 면담한 자리에서도 "더 이상 유골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행정 조치를 해달라는 요구가 무리한 것이냐"며 "동구청이 현장보존에 나설 수 있도록 꾸짖고 조례를 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전 산내 골령골은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에 걸쳐 국민보도연맹원과 대전형무소 수감 사상범을 대상으로 대량 학살(1차 : 6월 28~30일 1400명, 2차 : 7월 3~5일 1800명, 3차 : 7월 6~17일 1700~3700명)이 벌어진 곳이다. 희생자들은 충남지구 CIC,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됐다.

하지만 발굴된 유해는 60여구가 전부이며 나머지 유골은 영농행위와 건축행위 등 현장 관리소홀로 매년 훼손이 계속되고 있다.


태그:#대전 산내골령골, #한현택 동구청장, #공개사과 , #재발방지, #유해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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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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