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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다시마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다시마를 활용한 샐러등이 판매되고 있다.
 러시아에서 다시마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다시마를 활용한 샐러등이 판매되고 있다.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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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 전남도청과 시군 공무원,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 등 15명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했다. 이들이 3박 4일 동안 러시아에 머물면서 주로 둘러본 곳은 대형마트와 일반 가정집 등이었다.

이들이 눈여겨 본 것은 단 하나. 바로 '다시마'였다. 전남도의 러시아 방문단이 둘러본 결과는 놀라웠다. 한국처럼 밑반찬 개념이 있는 러시아 밥상에 매 끼니마다 다시마가 올라왔고, 대형마트에서는 갖가지 형태의 다시마 가공식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생선도 연어와 청어 등을 빼곤 잘 먹지 않을뿐더러, 해조류는 쳐다보지도 않던 러시아에서 다시마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전남도의 러시아 방문단 일행은 마지막 일정으로 러시아에서 수산물분야 1위 기업인 발티스키 베레그라(회장  미하일 보브로프)그룹을 방문했다.

발티스키 베레그라 그룹  미하일 보브로프 회장과 동선무역 김학영 대표. 김 대표는 20년 동안 일한 국회의원 보좌관 생활을 접고 다시마 사업에 뛰어들었다.
 발티스키 베레그라 그룹 미하일 보브로프 회장과 동선무역 김학영 대표. 김 대표는 20년 동안 일한 국회의원 보좌관 생활을 접고 다시마 사업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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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보좌관 20년 김학영 대표가 다시마 전도사로 나선 이유

이번 전남도 관계자들의 러시아 방문이 이뤄질 수 있었던 데에는 동선무역 김학영(47) 대표의 역할이 크다. 전남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국에선 이미 사양 산업이 된 다시마 양식을 활성화하자는 설득과 협의를 해 온 결과다. 그 후 전남도와 시군 공무원들은 스터디 모임 등을 통해 세계적인 다시마 소비 흐름 등을 파악한 후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 것.

애초 김 대표는 다시마는 물론 바다와는 인연이 없다. 그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20년을 국회에서 보냈다. 나고 자란 곳도 바다라곤 보이지 않는 경기도 파주와 서울이다. 그가 다소 생소한 다시마 전도사로 나선 데는 우연한 계기가 있었다.

지난 2006년 10월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 지인들이 한국을 방문해 정부기관 등을 방문하고 맨 마지막으로 다시마 양식장을 들렀다. 서양 사람들은 해조류를 먹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던 그는 당시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그들은 러시아로 돌아간 후 한국산 다시마 구매의향서(Inquiry)를 보내왔다. 건조 다시마 400톤을 두께는 2~5mm이내, 길이 15센티 이내로 가공해 달라는 구체적인 조건까지 제시했다. 당시 김 대표는 우리나라 최대 다시마 생산지인 전남 완도군 금일수협을 찾았다. 하지만, 다시마 채취 후 단순건조만 하던 우리나라의 가공수준으로는 러시아 측이 요구하는 형태로 납품이 불가능했다.

이후 금일수협에서 소개해준 영어조합법인 역시 납품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완도군에서도 산지가공공장을 자금지원까지 하겠다며 나섰지만, 마땅한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이 역시 무산됐다.

다시 보좌관 생활로 돌아간 그에게 러시아 측은 지난 2013년 초 다시마 구매처를 확보해 달라는 연락을 재차 해왔다. 김 대표는 이번에는 직접 러시아와 중국을 방문했다. 상황은 급변해 있었다. 러시아와 중국 모두 다시마를 음식으로 만들어 먹고 있었다. 러시아는 다시마 공급처를 다방면으로 물색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20년 동안 일한 국회를 떠나 살던 집까지 전남 목포로 이사했다. 다시마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서였다. 전남도의 러시아 방문단은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성사됐다.

다시마 양식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만 가능하다.
 다시마 양식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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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 질병 많은 러시아 등 유럽서 다시마 소비 급증

그렇다면, 난데없는 러시아의 다시마 소비 급증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추위와 방사능 때문이다. 러시아는 두 사람 중 한 명이 갑상선 질환을 앓는 것으로 알려진다. 러시아인들은 요오드 부족으로 갑상선 기능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다시마를 통해 이를 보충하는 셈이다. 체르노빌 등 방사능에 노출됐던 경험도 다시마 소비를 늘게하는 원인이다. 다시마가 체내 방사능 물질을 배출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요딘가'라는 알약을 먹는 정책을 펴고 있기도 한다. 여기에 음식소비 문화의 변화도 있다. 유럽과 달리 러시아는 밑반찬을 먹는 문화가 있다. 소금에 절인 양배추 백김치 등 고려인 음식을 영향을 받은 반찬들이 밥상에 올라온다. 러시아 밥상에는 건다시마를 소금이나 식초에 절이거나 마요네즈 치즈소스로 버무려서 샐러드 형태로 먹는다. 러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스시' 식당도 다시마 소비를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다시마에서 추출한 '후코이단' 성분이 항암효과에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확인되면서 다시마 소비 급증을 부채질한다. '후코이단'이 함유된 화장품을 유럽 화장품회사들이 제조해 왔지만, 그동안 이 성분은 러시아에서 공급해 왔다. 실제 올해 고려인삼공사는 한국산 다시마와 미역에서 추출한 후코이단 분말을 러시아에 첫 수출했다.

다시마 생산 최적지는 전 세계서 '한국'이 거의 유일

러시아에서 다시마 소비는 급증하지만, 공급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러시아 측이 한국에 요구하는 다시마 물량은 마른 다시마 기준 5000톤이다. 문제는 다시마 양식은 기후와 바람, 수온, 바다 밑 종류에 따라 극히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 양식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은 생다시마 기준 1년 생산량이 36만톤이지만, 대부분 전복 양식 먹이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다시마 생산량의 97%를 차지하는 전남도 내에서 국물용으로 건조, 가공되는 건다시마는 겨우 1천톤에 불과하다. 러시아 측의 요구대로 물량을 충족시켜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최대 다시마 소비는 A라면의 스프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중국은 1년 기준 생 다시마생산량 400만 톤으로 세계최고의 생산국이지만, 양식가능한 곳은 산둥성 위해시 등으로 극히 제한돼 있으며 그마저도 포화상태다. 특히, 중국은 자국 내 다시마 소비가 급증하면서 그동안 러시아로 수출해 오던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본은 널리 알려지다시피,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쓰나미 등으로 수출은 고사하고, 양식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 일본에서 방사능 누출로 인해 자국 해조류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지자, 전남지역의 전복과 김, 미역 등 대일본 해조류 수출은 증가했다.

전남도와 시군 공무원 15명은 지난 5월 국제 다시마 소비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다.
 전남도와 시군 공무원 15명은 지난 5월 국제 다시마 소비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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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사할린과 캄차카 반도에서 다시마가 자생하지만, 양식은 전혀 불가능하다. 11월~4월까지 성장해 5, 6월에 채취하는 다시마 양식의 특성상 겨울에 바다가 얼어붙는 러시아는 양식이 어렵다. 이밖에 완도금일수협 등이 실태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등과 위도가 비슷한 캐나다 칠레 아르헨티나 등은 바다 염도가 높아서 다시마 양식이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시마는 이미 '전략자원'...러시아는 세계공급권 확보 욕심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다시마 양식이 가능한 나라는 몇 곳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다시마 양식과 수출 여력이 있는 국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이 가운데 현재 한국 다시마 생산량의 97%를 차지하는 전남은 최적지다.

현재 러시아 측에서 요구하는 다시마 물량은 건 다시마 기준 1년 5천톤(생다시마 5만~7만톤)이다. 향후 러시아는 그 50만톤 규모의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다시마의 국제가 기준으로 하면 3억5천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에 해당한다. 지난해 한국무역협회 광주전남지역본부가 발표한 2014년 전남지역의 농수산물 수출액은 통틀어 2억만 달러였다. 이와 비교하면 다시마 예상 수출 규모를 예측해 볼 수 있다. 더구나 매년 다시마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중이어서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전남도 상황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수요가 있지만, 공급할 여건이 턱 없이 부족하다. 전남은 다시마 전국 다시마생산량 중 97%를 생산하고 있지만, 대부분 내수용 전복먹이로 사용되고 있다. 수출용 양식장과 가공공장이 절실하다는 방증이다.

러시아에서 돌아온 전남도와 김 대표는 전남도 내 각 시군의 수협과 어촌계등과 협조해 어민과 양식장 가능한 지역을 파악 중이다.  현재까지 완도를 비롯해 해남, 신안, 진도 등이 양식 적합지로 파악됐다. 전남 일대의 폐염전을 활용해 다시마 양식장으로 조성하는 방안 도 검토중이다.

다시마 양식 면허 허가와 규격화된 다시마 양식장 설계도 서둘러야 한다. 전남도는 지난해 해조류 양식장 5255ha를 확대하기로 했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어림없다. 가공 공장은 우선 지리적 여건이 좋은 영암군 삼호 등을 검토중이다. 물량이 늘어나면 광양경제자유구역청 내에 가공공장을 추가로 증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러시아 측이 양식장 개발과 가공공장 건립에 직접 투자 의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측은 오는 6월 중 전남도를 방문한다. 이 자리에서 러시아 측은 직접 투자협약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세계 다시마 생산 가공의 플랫폼 가능성 커"

이에 대해 동선무역 김학영 대표는 "러시아는 자국은 물론 중국과 유럽 등 국제시장 판로독점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러시아는 한국을 다시마 공급기지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며 "직접투자한다고 무조건 환영할 것이 아니라 이미 전략자원화 된 다시마 산업 발전방향에 대한 구상을 전남도가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남도와 러시아, 어민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는 방법이 어민의 이익과 전남지역 해조류 수출에 가장 적합한 방안이다"라고 제안했다.

또한 김 대표는 다시마를 활용한 '남북경협' 전망도 내놨다. 김 대표는 "향후 국제 다시마 소비흐름을 예상했을 때 한국 내 양식으로는 절대적 공급물량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며 "그 대안으로 다시마 생산이 가능한 북한 서해안지역이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남도가 참여하는 남북경협사업으로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최근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연어양식장을 공식방문 하는 등 양식산업에도 관심을 공개적으로 보여 준 바 있다.

김학영 대표는 "장보고 대사가 완도를 근거지로 활동하면서 중국 산동, 요동 등을 통해 대륙까지 진출했는데 다시마의 생산과 공급 경로 또한 장보고 대사의 그것과 비슷해 제2의 장보고무역이라 부를만 하다"며 "천혜의 조건을 가진 전남이 이미 전략자원화 된 전 세계 다시마의 생산 가공 공급의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태그:#다시마, #김학영, #러시아, #전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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