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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조대현 KBS 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광고 대폭 감축과 경영혁신 등 '국민께 드리는 KBS의 약속'도 발표했지만, 정작 논란이 된 '공정성' 부분에 대한 말은 아꼈다.
 1일 조대현 KBS 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광고 대폭 감축과 경영혁신 등 '국민께 드리는 KBS의 약속'도 발표했지만, 정작 논란이 된 '공정성' 부분에 대한 말은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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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현 KBS 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광고 대폭 감축과 경영혁신 등 '국민께 드리는 KBS의 약속'도 발표했지만, 정작 논란이 된 '공정성' 부분은 말은 아꼈다.

조 사장은 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는) 수신료 현실화를 더는 미룰 수 없다"며 "1년 3개월째 국회에 계류된 수신료 인상안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 사장은 수십 명의 취재진 앞에서 약 40분 동안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가 계속 문제제기 했던 공정성 부문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지난 3월 자체적으로 마련한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공정보도가이드라인)'을 예로 들며 "공정성을 더욱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지켜나가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그가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에는 KBS가 현재 어디에 방점을 찍고 있는지 잘 나타났다. 총 25쪽 짜리 자료 중에서 공정성 확보를 위한 장치를 설명하는 대목은 단 1쪽에 불과했다. 프레젠테이션 시간으로 따지면 1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KBS가 생산한 한류 콘텐츠의 경제적 효과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공정성 설명은 단 1분... '한류예찬'에 대부분 할애

조대현 KBS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수신료 인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5.6.1
 조대현 KBS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수신료 인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5.6.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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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조 사장은 지난 2002년 제작돼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겨울연가>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이어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의 베트남 하노이 특집 공연에서 외국여성들이 그룹 씨스타의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드는 영상과 한 쿠바 여성이 TV본부장 앞으로 자신이 쓴 드라마 극본을 한국에서 제작해달라고 요청한 자필편지 등을 선보였다. 그는 "<KBS>가 한류의 시발점이며 K-POP을 선도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동시에 14년 동안 콘텐츠 생산비가 4배 가까이 증가한 데다, 한중FTA로 콘텐츠 시장에서 중국인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한국의 문화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설명하며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문화 주권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공영방송이 공론장 역할을 하는 것만큼 문화 주권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조 사장은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편향보도를 우려하는 시선을 일축했다. 조 사장은 "JTBC의 <뉴스룸>이 시청자로부터 호응을 얻는 이유는 지상파 뉴스의 부진 때문"이라며 공정보도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묻는 질문에 "공영 방송은 태생부터 여러 권력 집단이 갖고 싶어 하는 강력한 미디어로, 여러 계층에서 요구가 쏟아지는 특성이 있고 이 모두를 만족시키긴 힘들다"고 답했다. 

지상파 뉴스가 부진하다는 의견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KBS의 9시 뉴스 시청률은 저녁시간대 모든 매체의 시청률의 합과 버금간다고 생각하며, 신뢰도 또한 1위 혹은 상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자리에 있던 강선규 보도본부장도 "우리 언론사만큼 공정성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잘 갖춰진 곳은 많지 않다"며 "공정방송위원회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지상파 방송 중 유일하게 옴부즈맨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성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고 평가가 상대적이기 때문에 미완성일 수밖에 없으며 완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조 사장은 "수신료 문제를 과거와 같이 논쟁적 시각이 아닌 국가 산업과 시청자 복지의 측면에서 다뤄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조 사장은 재원 중 수신료 비중이 높은 영국의 BBC(74%)와 일본의 NHK(96%)를 예로 들며, 중장기적 목표로 완전한 공영적 재원구조 구축을 내세웠다. 수신료 인상 후 국민에 대한 약속으로, 고품질 콘텐츠 제작 및 연간 2000억 원 수준의 광고 감축과 경영 효율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시민단체 "공영방송다운 모습 먼저 갖춰라"

최영철 KBS<뉴스9> 앵커가 지난해 5월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씨의 왼쪽 뒷편으로 청와대가 보인다.
▲ 1인 시위하는 최영철 KBS 앵커 최영철 KBS<뉴스9> 앵커가 지난해 5월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씨의 왼쪽 뒷편으로 청와대가 보인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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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2월 28일 수신료를 현행 월 2500원에서 4000원으로 60% 인상하는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했으나, 국민적 반발 여론에 부딪쳐 관철하지 못했다. 공정성 논란 때문이었다.

야당과 언론단체에는 KBS의 공정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정부·여당의 의사가 고스란히 반영되는 현재의 이사회 구조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과 언론단체의 개선안은 사장 선출 시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구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등을 주 내용으로 한다.

김재홍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야당 추천)은 같은 날 오전,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문자에서 "여야 7 대 4인 이사회 구조에서 단순다수결은 정권측이 임명하는 것과 같다"면서 사장 선출 시 특별 다수결제 도입을 수신료 인상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또한 공정방송 보장을 위한 장치로 보도국과 시사제작국 산하에 모니터링소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보도본부장 중간평가제와 보도국방 및 시사제작국장 임명동의제 등을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오늘 조대현 사장이 발표한 내용 중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해법은 함량 미달에 가까울 뿐더러, KBS가 공영방송다운 모습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을 논의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한편 KBS는 최근 이른바 '일베 기자 사태'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해당 기자는 올해 채용된 수습기자로,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에 "생리휴가 시 생리를 인증하라"는 등의 여성혐오·지역차별적 글을 수천 건 올린 사실이 지난 2월 <미디어오늘>의 보도로 알려졌다. 이후 내부에서 이례적으로 사내 11개 협회가 해당 기자의 임용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고, 관련한 서명운동과 1인 시위가 각각 전개됐지만 결국 임용됐다.

지난해에는 김시곤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 관련 부적절한 발언으로 사퇴하면서, 청와대가 KBS 내부 인사와 보도에 개입했다고 폭로해 큰 파문이 일었다. 즉시 양대 노조가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기자들이 제작거부를 선언하는 등 내부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KBS 뉴스를 상징하는 인물인 <뉴스9>의 앵커가 광화문 광장에서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KBS 수신료, #조대현 사장,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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