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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 3일 차가 되던 날 뉴질랜드 마운튼 이든에서
 워홀 3일 차가 되던 날 뉴질랜드 마운튼 이든에서
ⓒ 강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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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많은 것을 해보고 싶었다. 대학 생활을 남부럽지 않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감당하기 벅찬 일들까지도 벌여가면서 나는 그렇게 정신없이 21살을 보내고 있었고, 그 중간 어디에 워킹홀리데이를 다소 막연한 미래의 계획으로 잡아 두었다.

많은 활동들 중에서 왜 하필 '워킹홀리데이'였을까, 하고 자문한 적도 많다. 나름의 생각을 거쳐 내놓게 된 첫 번째 이유는, 그동안 자라온 곳과는 다른 환경에서 살아보는 경험에 대한 목마름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그 경험들을 발판 삼아 더욱 크고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마지막 이유는 남들과는 다르고 싶다는 치기 어린 욕심이었다.

워킹홀리데이 참여를 결정하는 '워킹홀리데이인(아래 워홀러)'는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다. 각자 이유가 있겠지만, 위의 이유들과 크게 다른 범주에 속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패기 좋게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하고, 비자를 받고, 출국하는 그 날까지도 그저 순순히 잘 되고 좋은 일만 있기를 나는 감히 바랐다.

이 글을 쓰기로 한 것은 바로 그런 마음들에 따끔한 말을 해주기 위해서다. 1년 전 작은 요행이나마 바라며 비행기에 올랐던 과거의 자신에게, 그리고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고 있을 다른 예비 워홀러들에게.

① 국가 결정하기 - "아는 사람이 있어서요"

2014년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기념해 뉴질랜드 한인 워홀러와 학생들로 이뤄진 독도 알리미 '독도어(dokdoer)'가 중심가 퀸스트릿에서 플래시몹 행사를 마치고 촬영한 기념 사진
▲ 독도의 날을 기념하는 플래시몹 2014년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기념해 뉴질랜드 한인 워홀러와 학생들로 이뤄진 독도 알리미 '독도어(dokdoer)'가 중심가 퀸스트릿에서 플래시몹 행사를 마치고 촬영한 기념 사진
ⓒ 강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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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워킹홀리데이의 첫 번째 관문인 '어느 국가를 갈 것인가'와 관련해 하고 싶은 얘기를 함축하고 있다. 실제로 만난 워홀러들 중 적지 않은 수의 이들이 한 말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많은 예비 워홀러들이 워킹홀리데이 국가를 결정할 때에 지인이나 친척의 체류 여부를 결코 무시하지 못한다.

기본 체류 기간이 1년인 워킹홀리데이 비자다. 혼자 아무도 없는 곳에, 심지어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 그 결과 아는 사람이 살고 있는 국가의 비자를 발급 받을지 고민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 국가로의 워킹홀리데이를 결정하는 주요한 변수는 아니길 바란다. 아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데 크게 도움이 되고, 안정된 생활을 취하는 것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분명 나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일일 수도 있다. 그것이 본인이 본래 추구했던 방향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만약 아니라면?

그렇다면 본인이 워킹홀리데이를 하고자 마음먹었던 그 때를 돌아보기를 권한다. '혼자' 힘으로 무언가를 해내고 싶진 않았는지. 새로운 곳에서 혼자 시작해보는 경험은 결코 생각처럼 쉽지 않지만,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짜릿하기도 하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혼자 지내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다만,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좋은 사람, 힘이 되는 사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시간과 공간에서 우리와 만나게 될 것이다.

② 일자리 잡기 - "그 일은 너무 힘들잖아요"

단언컨대, 힘들지 않은 일은 절대 없다. 특히 워킹홀리데이를 결정하는 이들 중 대다수가 대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인 만큼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든 힘들다. 한국에서 특정 직종에 오랫동안 종사한 경험이 있다고 한들, 그곳과는 너무도 다른 환경이고 적응해나가는 과정 역시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필자 역시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한숨을 쉬곤 했다. 나름 몇 가지 서비스 직종에서 일해 보면서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일자리를 잡는 것조차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한인 워홀러들이 한번씩은 거쳐 가게 된다는 일식집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밥을 푸는 것부터 야채를 손질하는 것까지 어느 하나 결코 쉬운 일이 없었다.

처음이니까 이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을 먼저 버리길 바란다. 그것을 참고 기다려 줄 정도의 인내심을 가진 사장님이나 동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처음이니만큼 분명 실수가 많을 것이다. 그에 대해 모진 말이 돌아오거든 스스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연습을 했으면 한다.

현재 협정을 맺고 워킹홀리데이를 갈 수 있는 나라들에는 이미 많은 워홀러들이 있다.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알아볼 수 있는 일자리는 많다. 아니면 일단 발 닿은 곳마다 이력서를 돌리거나 직접 전화를 해 인터뷰하는 방법도 있다. 일자리 구직 사이트 역시 많다. 일자리를 얻을 방법은 어디에나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직접 돈을 벌어 자신의 몸 하나 뉘일 방 한 칸 마련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을 것임은 잊지 말아라. 그리고 다시 한 번 마음을 굳게 먹어라.

③ 언어 공부하기 - "영어를 잘하고 싶어요"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전공이 영어와 관련된 쪽이라서 그런 마음이 더 큰 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게 될 국가를 결정하고 나면 언어 공부에 매진하는 것 역시 그런 마음과 크게 맥락을 달리 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워킹홀리데이를 오게 되면 대부분의 시간을 일을 하는 데 소비하기 때문에 따로 언어를 공부할 시간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럴 때에는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해당 언어를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수소문할 것을 추천한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않고 짧거나 단순한 문장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조금 더 복잡한 구조의 문장을 구사하는 과정을 밟는 것으로 회화 공부의 큰 틀을 짜는 것이 좋다.

필자의 경우 뉴질랜드에서 많이 알려져 있는 시험인 IELTS(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를 준비하면서 영어 공부 계획을 짰다. 해당 시험은 청해, 독해, 말하기, 작문 등 네 부분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목표를 정해두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어느 방법을 택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자신의 의지다. '밋업'과 같은 모임을 통해 언어 교환 친구를 사귀거나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언어 공부도 함께 하는 것도 그렇다. 모두 결국에는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고 그것을 직접 행동에 옮기는 본인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일이니 말이다.

지난 2월 혼자 뉴질랜드 남섬을 여행하던 때.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 2월 혼자 뉴질랜드 남섬을 여행하던 때.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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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어느덧 1년을 바라보는 뉴질랜드 워홀러다. 여행도 많이 다녔고, 홀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보기도 하고, 그 과정을 함께 한 좋은 사람들 역시 많았다. 그리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그간의 생활을 차분히 돌아보는 중이다.

그러면서 얼마나 요행을 바라며 처음 이곳 생활을 시작했는지 느꼈고, 충고라고 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몇 자를 이렇게 적게 되었다. 힘들었던 순간을 다시 살아내고 싶진 않지만,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후회 없이 보냈다는 사실이 아닐까. 지금도 각국에서 여전히 워홀러로서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을 이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을 예비 워홀러들 역시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 빛나는 젊음의 초상을 마주하길 바란다.

지금은 벌써 전설이 되어버린 먼 과거로부터
내 젊음의 초상이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지난날 태양의 밝음으로부터
무엇이 반짝이고 무엇이 불타고 있는가를.

그때 내 앞에 비추어진 길은
나에게 많은 번민의 밤과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나는 그 길을 두번 다시 걷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는 내 길을 성실하게 걸어왔고
그 추억은 보배로운 것이었다.
잘못도 실패도 많았지만
나는 절대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 헤르만 헤세, '내 젊음의 초상'

덧붙이는 글 | 지난 10개월 동안의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돌아보며 성공적인 워킹홀리데이를 위한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태그:#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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