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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대 학생 대표들의 공동 성명서.
 인문대 학생 대표들의 공동 성명서.
ⓒ 오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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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대적인 학과 구조조정이 예정된 강원도 춘천의 한림대학교에서 구조조정의 주요 대상인 인문대 학생 대표들이 지난 5월 28일 학교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한림대 학과 구조조정안은 국어국문학과, 철학과, 사학과를 인문학부로 통합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학생들이 가장 문제삼는 것은 대학 당국의 소통 노력 부족이다. 당초 한림대 학과 구조조정안은 교내 언론이 아닌 <강원일보>를 통해 알려졌다. ​지난해 4월 3일 <강원일보>는 "한림대, 강릉원주대도 학과평가 결과 등을 토대로 한 학과 조정안을 마련 중"이라며 한림대 학과 구조조정 사실을 최초로 보도했다.

보도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같은해 4월 22일 학과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교무회의를 저지한 바 있다. 학생들의 반발에도 대학 당국이 올해 들어서도 계속 구조조정을 추진하자, 구조조정 대상이 된 일부 학과 학생들은 이에 항의하는 대자보를 학내에 붙이기도 했다. 권율수(철학과, 15학번)씨는 대자보에서 "어느 누구도 저희 신입생들에게 구조조정 진행 상황에 대해 정확히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인문대 학생 대표들은 성명에서 "CK-1(지방대학활성화)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학교의 일방적인 통보는 학생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표들은 "심지어 학생들의 요구로 얻어낸 CK-1 사업에 대한 공청회조차 그저 설명회에 불과했으며, 우리의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고, 통보에 대한 사과는 일절 없었다"며 "교수님들과 학생들의 계속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독단적으로 CK-1 사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대표들은 한림대 제21대 교수평의회가 5월 12일 발표한 성명을 근거로 "학생들의 수업권과 관련된 내용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며 "학교의 강압적인 행보는 작년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표들은 "학교는 단지 5억이라는 (전체 등록금의 0.7%에 불과한) 예산을 절감한다는 이유만으로 전공과목 축소안을 제시"했다면서 "이에 앞서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어떠한 협조와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문대 학생 대표 "학교 측이 교수진에 '절대복종 서약서' 요구"

인문대 학과장들에게 요구받은 대학본부 측의 서약서.
 인문대 학과장들에게 요구받은 대학본부 측의 서약서.
ⓒ 제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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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대 학생 대표들이 문제삼는 또다른 사안은  인문대에 행해지고 있는 대학 당국의 광범위한 '탄압'이다. 대표들은 대학 당국이 인문대 학장직에 부총장을 겸직 발령한 행위를 문제삼고 있다. 대표들은 "(학교 측에서) 인문대 7개 학과의 예산 지출을 동결"하였다며 "이러한 예산 지출 동결로 인해 인문대 7개 학과는 각 과에 지급되는 예산을 이전과는 다르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학교 측이 "교수진에게 '절대 복종 서약서'를 요구"했다며 "학교는 교수의 강의권과 학생의 수업권이 긴밀하게 맞물린 공간임에도 대학 본부는 학생들과 교수진에게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한림대는 송승철 부총장의 인문대학장 겸직 임용을 놓고 대학 측과 갈등을 빚던 인문대 학과장들에게 사실상 임용 승인을 요구하는 서명을 강요해 논란이 된 바 있다(관련기사 : 한림대, 교수들에게 '협조 서약서' 서명 강요 논란).

대표들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가 진행하는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학교 어디에서도 이러한 정보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여전히 우리는 학교에 궁금한 것이 많다"며 "학교는 왜 후임교수님을 시간 강사로 대체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대표들은 "학교의 주체인 우리는 터무니없는 예산절감이 아닌 학습권의 보장과 다양한 학문선택의 자유를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위와 같은 물음 속에서도 학교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무시하고 있다"고 대학 당국을 비판했다. 이들은 "학교는 여전히 대답이 없다"면서 "학생과 소통하지 않는 대학은 더 이상 지성의 상아탑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표들은 학교 측에 ▲학생을 학교의 주체로 인정하고 소통할 것 ▲구조조정 진행과정을 학생들에게 모두 공개할 것 ▲각 과 전임교수님들의 충원율을 보장할 것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학문선택의 자유를 존중할 것 등을 요구했다.

유팔무 의장 "대학 당국이 학생을 대학주체로 인정해야"

한림대학교가 2016학년도 입학정원 비율을 7% 감축하기로 한 가운데 22일 한림대 인문대 재학생들이 대학본부 회의실 앞에서 학과 통합에 반대하며 교무회의에 참석하는 학교 관계자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한림대학교가 2016학년도 입학정원 비율을 7% 감축하기로 한 가운데 22일 한림대 인문대 재학생들이 대학본부 회의실 앞에서 학과 통합에 반대하며 교무회의에 참석하는 학교 관계자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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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철학과 회장은 "학회장이 되자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성명에 동참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회장은 차후 활동에 대해 "(현재) 학교와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너무 적다"며 "(서명을 받아) 서명서를 가지고 (학교 측에 요구해) 학교와 소통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팔무 교수평의회 의장(사회학과 교수)은 "인문대 학생대표들의 성명 내용 및 요구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 "(대학 당국이) 학생을 대학주체로 인정해 중요사안 협의와 양해를 구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 의장은 "이런 상황에서 절감하는 것 중 하나는 견제장치가 우리학교에는 없다는 점"이라면서 "실력행사 밖에 길이 없는데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림대 교수평의회는 '절대복종 서약서' 논란에 대해 2일 교수 전체 비상총회를 열고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으로 노건일 총장 퇴진운동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교수평의회는 다음 주 초에 성명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총장 퇴진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태그:#한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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