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득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구조로 가고 있어 다음 세대에 희망이 없다. 그런데 보수 세력뿐 아니라 진보 세력, 경제계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 함께 잘 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실천하자'는 화두를 한국 사회에 던진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지난 13일 열린 349회 새얼아침대화에 강사로 나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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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성 교수는 "미국은 신자유주의를 채택했음에도 100대 부자 중 70%가 당대 창업자다. 하지만 한국의 100대 부자 중 75%는 부를 물려받은 상속자다. 한국은 시장이 아니라 기득권이 지배하는 나라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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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는 1996년 경제민주화위원회를 만들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제민주화시민운동을 실천했고, 2006년 일명 '장하성 펀드'라 불리는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구상하고 주도했다. 그는 <파이낸셜 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5대 기업 개혁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날 장 교수는 '한국 자본주의 희망은 있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먼저 한국의 자본주의가 정착된 것은 20년에 불과하다고 했다.

"1960~1970년대 미국과 유럽 경제학자들이 '한국의 경제 기적'이라고 부른 대상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이다. 북한의 GDP(국내총생산)는 1980년대까지 한국을 앞섰다. 우리가 계획 경제를 포기하고 시장 경제를 도입한 시점은 1995년부터다. 그 이전엔 군사 독재 정권이 사실상 사회주의 경제정책을 모방했다."

지난해 '피케티 열풍'이 한국을 강타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그 핵심은 자본 불평등 문제였는데, 이는 엄청난 자본이 축적된 서구의 경우다. 한국은 소득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을 누리는 20%에 비해 비정규직을 비롯한 80%는 소외돼 있다며, 임금의 불평등 문제가 한국 경제를 침체로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수는 기득권 지키기에 매몰됐고, 진보는 그 이면 지키기에 매몰돼 소득 불평등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경제 성장률이 최고 그룹에 속하지만, 가계와 정부의 몫은 없고 대기업만 이익을 가져가고 있어 내수 경제가 침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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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성 교수는 지난 5년간 경제가 17% 성장할 때 임금은 불과 2.5%밖에 늘지 않았다며 소득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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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소득은 경제 성장률의 두 배인 반면, 가계와 정부 소득은 절반 수준이다. 가계가 저축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기업이 저축의 주체가 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기업이 실질적 투자를 하지 않고 있고, 가계가 부채의 주체가 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니 내수가 더 힘들다."

이어 그는 한국의 소득 불평등을 미국과 비교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2014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100대 부자 중 당대 창업자는 78명, 상속자는 22명이다. 하지만 한국은 당대 창업자가 16명에 불과하고 84명이 상속자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끝났다."

그는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경제 민주화'에 주목했다.

"지금 미국의 불평등은 대공황 시절인 1920년대보다 더 심하다. 한국도 그것을 따라가고 있다. 미국이 대공황 시절 불평등을 해소하고 '아메리카 드림'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힘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강력한 임금 정책으로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고 부자 나라를 만든 것이다. 한국에서도 정치적 실천이 중요하다."

장 교수는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민주화 공약'을 실천하지 않는 것에 쓴 소리를 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경제 민주화 공약을 엄청 약속했다. 그러나 취임 후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이건 옳지 않다. (박 대통령의) 경제 민주화가 어떤 의미이든, 국민에게 반복적으로 약속했다. 이행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새얼아침대회엔 다수의 인천 지역 경제계 인사가 참석했다. 이강신 인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과 금융권, 중소기업 임원 등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