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심리치유기업 마인드프리즘 폐업과 전 직원 해고를 예고한 15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인드프리즘 노조 조합원들은 폐업과 해고에 맞서 지난 6일부터 사무실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마인드프리즘 개인 상담 프로그램인 '내마음 보고서' 고객인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GP네트워크팀장이 <오마이뉴스>에 기고문을 보내 싣습니다. [편집자말]
'사람에겐 마음이 있다.' 심리치유기업 마인드프리즘이 내세우는 가치다.
 '사람에겐 마음이 있다.' 심리치유기업 마인드프리즘이 내세우는 가치다.
ⓒ 마인드프리즘 노조 트위터

관련사진보기


나에게 <내마음보고서>를 보내주었던 마인드프리즘이 직원들에게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 엊그제 메일함에는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내용의 메일이 도착했다. 지난겨울부터 마인드프리즘 노동자들은 찬 바람의 한복판에서 1인 시위를 했고, 지난 6일 결국 농성에 돌입했다.

"도대체 이런 일들이 자꾸 일어나는 걸까? 살다 보면 내가 맺고 있는 사람 관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날 때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내게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해하기도 합니다. 나와 관련되어 벌어진 일들을 내가 이해할 수 없을 때의 답답한 심정은 상상 이상입니다. 왜 그런지 알 수 있다면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능히 헤쳐나갈 수 있는 심리적인 여유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내마음보고서> 6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정말 알고 싶다. 불과 2, 3년 사이에 도대체 마인드프리즘의 지난 경영진들 사이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난 것인지, 왜 충분히 살려 나갈 수 있는 회사를 굳이 폐업시키고 다시 만들려는 것인지, 왜 현재 남은 노조원들만이 싸움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마인드프리즘의 현 사태야말로 보고서가 필요하다.

'마음'을 짓밟은 마인드프리즘의 구조조정 과정

"사람에게는 마음이 있다"

'심리 치유 기업' 마인드프리즘이 내걸었던 이 문장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왔을 것이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 밀양의 주민들이 도저히 사람이 사람에게 하는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을 정도의 끔찍한 폭력과 매번 싸우며 트라우마와 함께 살아갈 때,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생존자들이 그 날 이후 계속되는 잔인한 현실 앞에서 부딪혀 싸워나가고 있을 때,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그 '마음'을 만나고 주목할 수 있게 해 준 마인드프리즘이 나는 반갑고 고마웠다.

모두가 싸움에 주목하느라 마음을 보지 못할 때, 마음에 다가가고 그 이야기의 사회적 의미를 찾아 연대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들이 마인드프리즘의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분명히 정혜신이라는 한 사람이 아니라, 현장에 함께 나서서 사람들의 마음을 직접 만나고 밖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을 여러 가지 작업들을 진행해 온 마인드프리즘 노동자들이 만들어낸 과정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기업이 내세우는 가치나 이미지가 기업 자체의 속성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마인드프리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몇 년간 이 회사의 경영진들이 보인 태도는 그들이 내세우는 '마음'을 전면적으로 무시하는 행보이자 무책임함의 연속이었다.

2014년 어느 날 정혜신 대표가 "회사를 떠나 세월호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안산으로 가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후 떠나더니,  남은 김화영 대표는 매출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8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구조조정했다. 세 달 뒤, 2012년부터 마인드프리즘과 손을 잡은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부채를 모두 없애고 자신의 지분을 새 대표 두 명에게 넘기면서 김화영 대표도 손을 떼더니 이번에는 새로운 대표들이 계약직 직원 두 명에게 계약종료를 통보했다.

말이 계약직이지 정규직을 염두에 두고 스카웃 형태로 온 직원들이었고, 그 중 김미성씨는 마인드프리즘에 온 후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치유 공동체인 '와락'에서 활동하면서 사실상 마인드프리즘이 내세웠던 '심리치유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심을 다해 만들어 온 사람이었다. 이후 다시 지난달에 새 대표로 취임한 김형욱 대표는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에 자신은 '형식상 대표일 뿐'이라며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부채 증가와 경영 위기의 상황에서 '대표가 떠난 후 구조조정, 그리고 다시 새 대표 취임'을 반복해 온 이와 같은 과정은 사실상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법적 책임의 주체를 불명확하게 만들기 위한 일련의 수순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결국 마인드프리즘은 지난 4월 15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폐업을 결정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마인드프리즘에는 대표들의 마음만 있을 뿐, 노동자들의 '마음'은 조금도 고려되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마음이 있다"며 사회적 활동을 드러내 온 마인드프리즘의 기업 가치는 정작 자신들의 회사에서 산산이 깨어졌다.

마인드프리즘 노조의 마음

마인드프리즘 노조는 지난 6일부터 폐업과 전 직원 해고에 맞서 서울 역삼동 사무실을 점거하고 철야 농성을 벌이고 있다.
 마인드프리즘 노조는 지난 6일부터 폐업과 전 직원 해고에 맞서 서울 역삼동 사무실을 점거하고 철야 농성을 벌이고 있다.
ⓒ 마인드프리즘 노조 트위터

관련사진보기


어느덧 일주일 째 농성을 지속하고 있는 마인드프리즘 노동조합의 노동자들은 폐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분명 매출은 지난해 말 설립 이후 최대치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고, 폐업을 이토록 서둘러야 할만큼의 위기 상황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 대표는 직원회의에서 "회사를 폐업해도 주식회사의 해산은 없다"고 말했다. 위장 폐업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재 여덟 명의 노동조합 노동자들(편집자 주 : 현재 재직하고 있는 조합원은 4명이지만 퇴사한 조합원까지 포함한 숫자임)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회사의 회생이 아니라 그간 자신들이 일해 온 이유, '사람에게는 마음이 있다'는 가치 지향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심리 치유 기업'이라는 마인드프리즘의 기업 정체성은 얼마든지 이윤을 목적으로 사람들의 마음과 치유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향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마도 현재 예상되는 수순대로 폐업 후 다시 몇 개의 돈 되는 프로그램만 살려서 새롭게 개업을 시도한다면 심리 치유는 이윤을 위한 좋은 콘텐츠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굳이 이 싸움을 위해 남아있는 이유는 돈 되는 콘텐츠만 살리는 신장개업이 아니라 지금까지 마인드프리즘에서 지켜왔던 가치, 그들이 직접 해 온 그간의 공익적 활동들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한 명의 명망가가 아니라 더 많은 '마음의 치유사들', '마음의 동지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마음 콘텐츠 기업이 아니라 현재의 노동조합 노동자들이 꼭 승리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들이 이 농성을 기쁜 소식과 함께 마무리하고 우리에게 더 많은 마음의 동지들로 돌아와 주기를 기대한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마인드프리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