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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략잠수함 탄도탄수중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9일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략잠수함 탄도탄수중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9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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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북한 <노동신문>은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실험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는 승전 70주년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의 열병식에는 'RS-24 야르'(RS-24 Yars)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했다. 'RS-24 야르'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를 무력화시키는 무기체계다.

전승 70주년과 북한-러시아의 미사일 공조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은 러시아 전승 70주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는 전승 70주년 행사에 맞춰 미국의 MD 체제에 맞서는 미사일 공조를 취했다. 미국과 일본의 신밀월시대에 대비되는 북한과 러시아의 신밀월관계다. 동아시아 정세는 냉전시대와 비슷하게 미중대결과 미러대결의 구도로 짜여지고 있다. 그 구조 아래서 분단체제도 재생산되는 모습이다.

러시아가 이번에 공개한 'RS-24 야르' 미사일은 비행을 하다가 탄두가 차례차례 여러 개로 분리되는 다탄두 미사일(MIRV)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탄두를 10개 장착할 수 있다. 러시아는 미국이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RS-24 야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MD를 개발하면 이것을 뚫는 미사일을 개발하게 된다'는 창과 방패의 무한 군비경쟁이 현실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MD 체제 구축 차원에서 한국에 사드(THAAD)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어한다. 사드는 중국과 러시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레이다를 가지고 있다. 또 동아시아에서 미중, 미러 사이의 미사일 균형을 깨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북한이 러시아의 전승기념일 행사에 맞춰서 잠수함 발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것은 미국의 MD와 사드에 대해 러시아와 공동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다. 북한은 잠수함 발사 미사일 사출발사실험을 했고, 러시아는 'RS-24 야르'를 공개한 것이다.

김정은과 푸틴의 찰떡 궁합

북한의 잠수함 미사일과 러시아의 다탄두 미사일은 모두 미국의 MD를 무력화 시키는 무기라는 공통성이 있다. 미국의 군수산업체는 이미 북한 미사일과 소련 다탄두 미사일에 대응하는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을 것이다. 군비경쟁의 악순환 속에서 돈벌이를 하는 미국 군수산업에게는 '환호작약'할 일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북한은 이미 작년 말부터 미국의 아시아회귀정책에 대한 공동대응을 모색해왔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조짐은 작년 11월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역임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모스크바 방문에서부터 나타났다.

최룡해의 러시아 방문 이후 러시아는 전승 70주년 행사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긴장이 고조됐다.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이 전승 70주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2차대전에서 러시아와 격전을 치른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전승 70주년 행사 다음날에 방문했을 정도다.

김정은 위원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행사가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할 필요성이 대폭 줄어들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는 아무런 불화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은 불참한 김정은에게 전승70주년 기념 메달을 보냈다. 마쩨고라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 TV에 출연해서 북러관계에 대해 강조했다.

최룡해의 러시아 방문 때, 북한과 러시아는 전승 70주년 행사에 김정은이 참석하는 문제만 논의한 것이 아니다. 또다른 준비를 논의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전승 70주년 행사에 김정은이 참석하지 않았지만 북러 관계는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최룡해 비서의 수상한 행보

최룡해가 김정은의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것에 대해서 <조선신보>는 "동북아시아의 새 질서 형성과 연동된 움직임"이라면서 "두 나라는 미래를 내다본 전략적 관점에서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2014.11.25.). 조선신보가 밝힌 '동북아시아의 새 질서 형성과 연동된 움직임'에 대해서 푸틴 대통령은 전승 70주년 행사에서 분명히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단극적 세계를 건설하려는 시도와 무력을 앞세운 블록적 사고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목격한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이에 대응해서 "글로벌하고 균등한 안보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내세웠다.

푸틴이 말하는 '단극적 세계'라는 것은 미국 중심의 질서이고, '블록적 사고'라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한미일 삼각협력관계 구축을 말한다.

지난 2013년 9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정권수립 65주년 기념일 행사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왼쪽 둘째)이 함께 참석하고 있다.
 지난 2013년 9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정권수립 65주년 기념일 행사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왼쪽 둘째)이 함께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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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룡해는 러시아 방문길에서 많은 군사시설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최룡해와 함께 러시아를 방문한 노광철 북한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의 행보다. 노광철은 카르타폴로프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총국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 나라 군대 사이의 친선과 협조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킬 의견들을 폭넓게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것은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승전 70주년행사에 즈음한 군사협력을 논의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푸틴이 승전 70주년행사를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최룡해의 러시아 방문 이후 김정은과 최룡해가 보인 행보도 의미심장하다. 최룡해는 김정은 위원장이 해군 잠수함부대인 '조선인민군 제189군부대'를 시찰할 때 모습을 드러냈다. 러시아 방문 이후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최룡해 노동당 비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리영길 총참모장 등과 해군 잠수함 부대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2014. 12. 13)

김정은은 이때 잠수함훈련을 참관했다. 그리고 "당 창건 70주년인 내년 '해군 무력 강화'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한 전투훈련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잠수함에 대해 여러 차례 관심을 보였다. 북한은 2014년 10월에 신포 시험장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사출 실험을 했다. 이때는 지상 실험이었다. 김정은이 획기적 변화를 지시한 이후 잠수함 미사일 사출 실험의 속도는 급속히 빨라졌다. 2015년 1월에는 신포에서 해상발사 사출실험을 했다. 그리고 5월 8일에 수중 발사 사출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잠수함 부대에서 해군무력 강화를 지시한 김정은

미사일 사출(ejection)은 잠수함발사 미사일에서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수중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기 때문에 지상에서 발사하는 미사일과 기술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출이다. 사출이란 미사일을 물 밖으로 내보내서 물 위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즉, 잠수함에 설치된 수직발사관에서 가스압력으로 미사일을 물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수중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사일이 발사할 때 발생하는 압력, 소음, 가스, 연기 때문에 지상발사와 달리 사출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출은 잠수함 발사미사일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다.

사출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 수직발사대를 장착할 수 있는 잠수함 ▲ 물속에서 물밖으로 나가는 추진 속도 ▲ 물밖에 나갔을 때 로켓이 점화되고 각도를 잡아서 비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잠수함 미사일 사출실험 사진이 조작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잠수함 발사 미사일들은 물위에서 수직으로 발사되는데 이번에는 각도가 기울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속에서 미사일을 밀어내는 발사방식(cold launching)을 사용할 경우, 실패에 대비해서 수직 발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수직발사가 실패하면 잠수함 자체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에 사출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사출실험을 했지만 중요한 것은 모의탄을 가지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관가에서 사출 실험은 탄도미사일 실험이 아니라는, 당연한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모의탄에는 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로켓도 없고 탄두도 장착되어 있지 않다. 북한은 또 모의탄이 아닌 실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크기의 잠수함도 없다. 현재 북한은 골프급 잠수함을 해체해서 획득한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높이 10m, 배출량 3000t 규모의 잠수함 기술에 근접해 있을 것이다.

사출 실험은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기술을 완성하기 위한 중요한 실험이지만 기술 개발단계다. 통상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기술 개발단계는 비밀로 한다. 그런데도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 사출 실험을 참관하고 노동신문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의문을 푸는 열쇠가 바로 5월 9일 러시아의 전승기념일 70주년 행사다.

계속 헛다리 짚는 정부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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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4월 28일 샌프란시스코 조약 발효일에 맞춰서 진행된 미일 신밀월관계에도 헛다리를 짚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여당은 북한의 미사일 사출 실험에 맞춰서 대응 무기체계를 어떻게 갖출 것인지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또 헛다리를 짚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무인기를 날리면 무인기 대책에 국방력을 집중한다. 북한이 미사일 각도를 변경해서 실험하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온 나라가 난리가 난다. 북한이 잠수함 미사일 사출실험을 하자 새누리당은 그동안 북한 미사일 대응책으로 준비해온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와 킬체인으로는 안 된다고 또 호들갑을 떤다.

전형적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동네축구 스타일이다. 나중에 북한이 화학무기 실험을 하면 또 얼마나 혼비백산을 할 것인가. 국가전략도 없고, 국제정세를 읽는 눈도 없다. 아베보다도 못하다.

군은 북한의 잠수함 기지에 대한 정찰 감시 능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그래서는 안 된다. 정부는 무능하고, 새누리당은 오로지 정치적인 입지만을 생각할 뿐이다.

북한이 시도하는 것은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다. 강압외교란, 19세기 '함포외교'처럼 자신의 외교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물리력을 가지고 상대를 겁주고 굴복 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북한의 강압외교 수단은 핵과 미사일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3차례의 실험을 했지만 모두 미사일 발사 이후에 한 것이다. 북한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국제적 권리가 있다는 점을 파고들어서 1998년부터 위성발사를 시도했다. 위성발사는 당연히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과 동전의 양면이다.

북한이 의도하는 것은 미국의 본토에 도달하는 대륙간탄도 미사일 개발이다. 미국은 이미 2011년부터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미국의 본토를 위협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해왔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북한에 대해 기다리기만 하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펼쳤다. 그러면서 쿠바와 이란과는 적극적인 외교를 펼쳤다.

북한이 쿠바나 이란보다 더 거친 도발을 일삼아 온 것은 사실이지만 방치하는 사이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은 점점 더 위협이 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은 점점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9월 3일 중국에서 열리는 전승 70주년 행사와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70주년에 맞춰 북한은 더 향상된 위협 수단을 공개할 것이다.

광복 100주년 대비 국가전략이 필요

한국과 미국은 현재 구비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확고한 억제능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억제능력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비하는 것이지 위협 자체를 완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완화시키고 궁극적으로 폐기 시키는 담대한 구상이 필요하다. 미국 내에서도 더 이상 기다리는 전략으로는 더 이상 북한의 위협을 완화시킬 수 없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일 신밀월관계와 북러 신군사협력관계 사이에서 대한민국 외교는 어디로 갈 것인가? 분단체제는 재생산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은 말뿐인 통일대박론에 안주해야 하는가? 동아시아 정세변화를 읽고 30년 후까지 내다보는 광복 100주년 대비 국가 전략을 짜야 한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창수는 코리아연구원 원장으로서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위원과 통일맞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잠수함발사 미사일, #미사일 사출, #승전 70주년, #북러관계, #광복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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