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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 진량읍의 한 아파트에서 목이 잘린채 죽은 길고양이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북 경산시 진량읍의 한 아파트에서 목이 잘린채 죽은 길고양이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 진량읍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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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 진량읍의 한 아파트에서 목이 잘린 고양이 사체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전체 1200가구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 2011년 10월 이후 40여 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독살되거나 사고로 죽어 누군가에 의한 피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11시쯤 아파트 주민 손아무개(54)씨는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려고 나왔다가 목이 잘린 채 죽은 길고양이가 사료통에 몸통만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부산동학)에 신고했다.

부산동학은 손씨의 제보를 받고 경찰청과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넣어 수사를 촉구해 경산경찰서가 수사에 나섰다. 경산시청 홈페이지에도 길고양이를 죽인 사람을 찾아 처벌해야 한다는 민원이 수십 건 올라왔다.

손씨는 "6일 오전 1시쯤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고 7일 오전에 다시 사료를 주기 위해 나왔다가 죽은 고양이를 발견했다"며 "꿈에서도 목이 잘린 고양이가 나타나 몸이 부르르 떨린다. 범인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손씨는 2003년 이곳으로 이사 온 후 유기견을 기르다 2010년부터는 아파트 주변에 20여 개의 사료통을 설치하고 길고양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당시 주민들은 고양이 때문에 쥐들이 없어진다며 손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냄새가 난다거나 병균을 옮길 수 있다며 민원을 제기하면서 갈등을 겪었다. 지난 2011년 10월에는 길고양이 16마리가 한꺼번에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손씨는 "내가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주민이 몰래 독극물을 넣은 것 같다"며 "그렇지 않고서야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고양이들이 죽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경북 경산시 진량읍의 한 아파트 단지에 고양이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 지난 4년간 40여 마리의 고양이가 누군가에 의해 죽었다는 의심이 들고 있다.
 경북 경산시 진량읍의 한 아파트 단지에 고양이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 지난 4년간 40여 마리의 고양이가 누군가에 의해 죽었다는 의심이 들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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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잠잠하던 고양이의 죽음 소동은 손씨가 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선거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깊어지면서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14일 이후 지금까지 18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이다.

손씨는 "지난해 8월부터 2~3일에 한 마리씩 죽은 고양이가 발견됐다"며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파출소 직원이 '고양이 죽은 걸로 신고까지 하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동물학대에 대한 수사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손씨는 "고양이가 죽어 사체로 발견된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자주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누군가 고의로 죽인 것"이라며 "반드시 찾아내어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울먹였다.

손씨가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아파트 일부 주민들은 사료를 주지 말도록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직원들을 동원해 사료통을 치우기도 했다.

아파트 윤아무개 소장은 "지난해 아파트 주민들이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지 못하도록 서명을 벌였다"며 "200~300여 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가지고 와 직원들에게 사료통을 치우도록 했다"고 말하고 서명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윤 소장은 "이곳은 농촌 지역과 맞닿아 있어 여름에는 냄새가 나고 쥐가 현관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며 "이 때문에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는 것을 반대하고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경산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어린 강아지를 떨어뜨려 죽인 일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CCTV에는 강아지를 안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젊은 청년의 모습이 찍혀 있으며 강아지가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중이다.

경산시청 홈페이지. 시장과의 대화 페이지에 목이 잘린 채 죽은 고양이 범인을 찾아달라는 민원게시글이 수십 건 올라와 있다.
 경산시청 홈페이지. 시장과의 대화 페이지에 목이 잘린 채 죽은 고양이 범인을 찾아달라는 민원게시글이 수십 건 올라와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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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산시는 2014년부터 길고양이들의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중성화수술을 시키는 TNR(Trap Neuter Return) 예산을 편성했지만 경산시의회가 전액 삭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TNR은 길고양이들을 안전한 방법으로 포획한 뒤 중성화수술을 시켜 다시 포획한 장소에 방사하는 것으로 길고양이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것이다.

경산시 농축산과 관계자는 "2014년 20마리, 2015년 30마리의 TNR 예산을 신청했지만 시의회가 의무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경산시의 예산만으로 할 수 없다며 전액 삭감했다"고 말했다. 1마리의 고양이를 수술하기 위해서는 약 20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경산시는 2016년에도 50마리의 중성화수술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태그:#길고양이, #경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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