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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이군현 사무총장 등 지도부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선거 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중, 3곳에서 후보들이 1위를 달리고 있자 기뻐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새누리당 재보선 압승, 기뻐하는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이군현 사무총장 등 지도부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선거 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중, 3곳에서 후보들이 1위를 달리고 있자 기뻐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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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여당이 불리하다'는 재보궐선거의 공식을 또 깼다. 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라는 악재 속에서 치러진 4.29 재보선에서 4곳 중 3곳을 이겼다. 유일하게 새누리당 후보가 패배하고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광주 서구을이 야당의 절대 강세 지역임을 감안하면 압승을 거둔 셈이다.

승리의 순도도 높다.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 3곳(서울 관악을, 인천 서구강화을, 경기 성남중원)을 모두 가져갔다. 특히 1988년 13대 총선 이후 새누리당 후보가 한 차례도 당선된 적이 없는 '여당의 무덤' 관악을에서 27년 만에 이기는 이변을 일궈냈다.

또 지난 19대 총선에서 야당에 내줬던 성남중원을 되찾았고 새누리당 텃밭이었던 인천 서구강화을은 지켜냈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와 문창극 총리 후보자 사퇴 등 최악의 인사 참사 속에 치러진 지난해 7.30 재보선에 이어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 치러진 이번 4.29 재보선까지 승리를 거두면서 야당에 큰 타격을 입혔다.

정권심판론 차단한 '성완종 사면' 논란

새누리당의 승리는 여당에 유리했던 선거 구도가 결정적이었다.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 관악을 지역에 정동영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1여 2야'라는 3강구도가 만들어졌다.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는 43.89%를 얻는 데 그쳤지만 야권의 표 분산으로 비교적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새누리당은 선거 중반 '전패 위기감'을 안겼던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정권심판론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당·정·청과 지방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검은 돈' 수수 의혹에 휘말렸지만 오히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 논란을 점화해 역공을 펼쳤다.

'성완종 리스트'가 사실일 것이라고 믿는 국민이 84%에 달하지만 성 전 회장이 야당 정치인에게도 '검은 돈'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도 82%에 달한다는 여론 지형을 십분 활용한 전략이었다. 야당은 부패 의혹을 가리려는 '물타기'라고 비판했지만 새누리당 의도대로 여론은 반전됐다. 

이진복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지난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성완종 사건'은 정치권 전체에 불신을 초래한 사건이라 여당에만 일방적으로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에도 위력 발휘한 '노무현 때리기'


성완종 사면 공세라는 변형된 '참여정부 심판론'과 '노무현 때리기'는 이번 선거에서도 중도층의 이탈을 막고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내는 데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특히 서울 관악을과 같이 야당 독점 지역에서 정체된 지역발전을 이유로 제기한 '야당 심판론'은 지난해 7.30 재보선 때와 마찬가지로 야당 텃밭에서만 위력을 발휘했다. 같은 논리대로라면 역시 지역발전 정체가 문제가 됐던 여당 텃밭 인천 서구강화을에서는 여당이 심판받아야 하지만 여당을 향한 심판론은 작동하지 않았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와병정치'도 막판 노령층을 중심으로 한 지지층의 결집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이제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지지자들의 위기감이 투표 결과에 반영된 것 같다"라며 "성완종 특사 논란이 지지층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투표장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160석 확보... 야권 겨냥한 전방위 사정 시작되나

 4.29 재보선 결과에 따른 국회 의석 분포도
ⓒ 고정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 설치된 선거 상황실에서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4.29 재보선 자축하는 김무성-유승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 설치된 선거 상황실에서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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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완벽한 승리를 일궈내면서 성완종 리스트 후폭풍을 수습할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157석에서 160석으로 늘어나 정부·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편은 물론  공공·노동·금융 ·교육 분야 등 이른바 '4대 개혁 과제' 추진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도 조기 레임덕 위기에서 벗어나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할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재보선이 마무리되면서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야권을 겨냥해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 후 거듭 '정치개혁'을 강조하며 "과거부터 내려온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겠다"라고 천명한 바 있다. 당장 박 대통령이 지난 28일 대독 유감표명을 통해 지적했던 '성완종 특별사면' 수사도 개시될 수 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완종 특별사면 의혹 관련) '그런 단초가 발견된다면 살펴봐야 하지 않나'라는 원론적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즉, 특별사면을 위한 로비 정황 등이 발견된다면 칼을 대겠다는 얘기였다.

이번 승리로 '김무성 체제'는 한층 더 탄탄해질 전망이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둔 데 이어 20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열린 이번 재보선에서도 당을 승리로 이끌면서 당내 장악력도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권력 중심축 비박계로 이동... 당·청 협조체제는 유지될 듯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선거 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중, 4곳 가운데 3곳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기뻐하고 있다.
▲ 새누리당 재보선 압승에 기뻐하는 김무성-유승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선거 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중, 4곳 가운데 3곳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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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여권의 권력지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들을 포함한 친박 핵심들이 연루되면서 큰 타격을 받은 상황이라 당내 권력의 중심축은 김 대표가 이끄는 비박계로 완전히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여권 내 김 대표의 차기 대권주자 입지도 더 두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후 다소 냉각됐던 당·청관계도 당분간 협조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선거 막바지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까지 촉구하는 여당 반발을 '병상 메시지'로 돌파하는 등 이번에도 '선거의 여왕'임을 스스로 입증해 여당 역시 대통령과 각을 세울 필요가 없어졌다.

만약 박 대통령이 여당의 요구에도 침묵을 고수했다면 선거결과에 따라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박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와병' 소식을 알리면서 당내 반발 여론을 차단시키고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또 선거를 하루 앞두고 '성완종 특별사면' 문제를 집중 거론하면서 '물타기'에도 가세했다. 수세 상황을 공세로 바꾼 셈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선거 승리가 확정된 후 "경제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집권여당과 박근혜 정부에 힘을 실어줘서 정말 감사하다"라며 "(이번 선거 결과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국가의 미래를 확실하게 준비하라는 국민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야가 합의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완수하는 것"이라며 "상생의 정치로 돌아가 우리 미래세대를 위한 공무원연금 개혁을 꼭 성공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 편집ㅣ최규화 기자



태그:#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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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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