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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딸이 머금고 있는 이 미소를 지켜주고 싶다.
▲ 코끼리 인형을 안고 환하게 웃는 이서 언제나 딸이 머금고 있는 이 미소를 지켜주고 싶다.
ⓒ 연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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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9개월에 접어든 이서의 아빠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8개월째부터 새벽 6시면 일어나더니 뒤늦게 출근 때문에 일어나는 나를 '헤~' 하고 웃으며 기다린다. 그러고는 나에게 쏜살같이 기어와 안아달라고 팔을 벌린다. 출근 준비로 내려놓으면 이내 '엥~'하고 울며 다시 안아달란다.

이런 딸 덕에 매일 아침 출근하는 나의 발걸음은 한결 더 가볍고 행복하다. 나 역시 퇴근 시간이 되면 이서 얼굴이 눈 앞에서 아른거린다. 곧장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면 마루에서 놀고 있는 이서와 눈이 마주친다. 이서는 '헤헤'거리며 득달같이 나에게 기어와 안긴다. 아내가 다시 안으려 해도 내 쪽으로 휙 돌며 더 푹 안긴다.

웃음꽃이 활짝 핀 이서
▲ 웃을때 엄마를 꼭 닮은 딸 웃음꽃이 활짝 핀 이서
ⓒ 연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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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서의 행동 때문에 나는  당연히 이서가 엄마인 아내보다, 아빠인 나를 더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근데 그것이 나의 오산이었다는 걸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주말, 아내가 동창회 모임에 간 몇 시간 동안 이서는 온 몸으로 아내를 그리워 했다.

이서는 내가 자기만 데리고 어머니(이서의 할머니) 댁에 갈 때부터 뭔가 익숙하고 친숙한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빠인 나를 봐도 잘 웃지 않고 지하철 풍경도 평소보다 더 낯설어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어머니 댁에선 평소와 똑같이 계속 움직였고 장난감도 잘 갖고 놀았지만, 왠지 힘이 없어 보였다. 풀이 많이 죽어 있어 안쓰럽기까지 했다. 아내가 있을 땐 안정감이 있어서 그랬는지 신나게 까불고 웃었는데... 왠지 이날은 이서가 무표정일 때가 많았고, 심심해 보였다. 우리 부모님도 이서가 평소처럼 잘 웃지도 않는다며 엄마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하셨다.

엄마가 사라지자 이서는 영혼없는 아이처럼 의욕이 없어 보였다.
▲ 시무룩하게 아빠를 바라보는 이서 엄마가 사라지자 이서는 영혼없는 아이처럼 의욕이 없어 보였다.
ⓒ 연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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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왔을 때도 이서는 시큰둥하게 이것저것 부산스럽게만 놀 뿐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삑삑삑' 번호키 누르는 소리가 나자 무섭게 고개를 '휙' 돌리더니 문을 뚫어지게 응시하기 시작했다. 이내 아내가 "이서야~" 부르며 문을 열자, 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엄마에게 달리다시피 기어갔다.

그때 난 깨달았다. 이서에게 엄마란 '안정감' 그 자체라는 것을 말이다. 아직, 아니 앞으로도 내가 채워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엄마라는 존재에게 있다는 것을 이날 이서를 보며 깨달았다.

엄마가 없다고 울며불며 떼쓰지는 않았지만, 이날 이서는 확실히 기운이 없고 자신감이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이서에게 엄마란 자신을 무한히 사랑해주고 인정해주는 그런 존재인가보다. 아직 자아가 발달하지 않은 아기에게 엄마는 자아의 일부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서에게 아빠는 어떤 존재일까?
▲ 아빠와 이서 이서에게 아빠는 어떤 존재일까?
ⓒ 연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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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아빠는 아이에게 어떤 존재인 걸까? 엄마가 자신과 동일한 존재라면 아빠는 첫 친구인 걸까? 갑자기 아동발달연구 서적을 공부하고 싶어진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는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goliathgx)에 중복개제 됩니다.



태그:#육아, #딸바보, #엄마, #초보아빠, #아동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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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사회에 평범한 신입아빠, 직장인인 연응찬이라고 합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바라보는 사회가 정말로 대한민국 국민이 느끼고 공감하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평범한 눈과 자세로 세상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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