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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산후통에 좋고, 오랫동안 다려 마시면 간과 신장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죽은피를 없애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스트레스가 많아 자고 나면 늘 어깨가 아프고 뻐근함을 호소하는 사람과 관절통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먹으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생강나무차의 효능이다. 이어 비트차의 효능도 찾아봤다.

'조혈작용으로 빈혈을 예방하며 칼슘 보충으로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 성분이 장운동을 촉진해 변비에도 좋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피로 회복과, 간 청소부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간 기능 회복에 많은 역할을 한다'

지난 4일 '꽃차 마이스터' 자격증을 갖고 있는 김송심(62, 사진)씨를 인천 부개동 그의 집에서 만났다. 그가 권한 노란 생강나무꽃차와 빨간 비트차를 마셔보기도 전에 색깔에 취해 몽롱했다. 기분이 좋았다.

가평 축령산에서 직접 딴 꽃, 아홉 번 덖어 만든 꽃차

김송심 꽃차 마이스터
 김송심 꽃차 마이스터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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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꽃차는 저저번 주에 따왔어요. 가을에 피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봄에 펴 지금이 가장 바쁘죠."

김씨의 남편은 경기도 가평에 거주한다. 그곳에서 직접 기르는 꽃도 있지만, 대부분 가평 근처의 축령산과 서리산에서 꽃을 딴다고 했다.

"남편이 산을 좋아해요. 내가 무슨 꽃이 어디 있는지 물으면, 다 알려줘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생강나무꽃도 축령산에서 땄어요. 비트차는 흔한 차예요. 제주도에서 나오는 종인데, 이건 제주에서 첫 수확한 거죠. 물김치용으로도 많이 사용하는데 채 썰어서 열두 번 덖었어요. 배울 때는 아홉 번 하라고 했는데, 많이 할수록 좋아 그렇게 했어요."

버킷리스트 중 한 가지, 꽃차 배우기

부평구 공무원이었던 김씨는 지난해 12월 정년퇴직했다. 정년퇴직이 예정된 공무원에게는 사회적응 준비 기회를 주는데, 출근을 면제해주는 공로연수제도가 그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1월, 그 제도를 이용해 꽃차를 배우기 시작했다.

"산에 다니는 것을 좋아해 예전부터 꽃을 따 술을 담기도 하고, 꿀에 재어놓기도, 말리기도 했어요. 엄마와 형부가 암으로 돌아가셔서 틈틈이 약초 공부도 해 약초로 효소를 만들기도 했죠. 몇 년 전에 우연히 인터넷을 보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꽃차를 가르친다고 해, 버킷리스트에 기록해뒀죠."

6년 전, 갑상선암 3기 진단을 받고 수술한 김씨는 양쪽 임파선으로 전이돼 병가를 내고 가평에 가 있었다. 들로 산으로 다니며 산야초와 약초를 뜯어 효소를 담갔다.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그때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그게 계기가 돼 산을 더 사랑한다.

인내심 기르고 마음 진정하는 효과 있어

지난해 1월 꽃차 만들기를 배웠는데 좋았다. 꽃차를 만들면서 인내심도 기를 수 있어 더 좋았다.

"꽃을 말리는데, 전기 프라이팬에 꽃잎을 하나씩 놓고 뒤집으며 가열과 식히기를 반복합니다. 얼마 전에 목련을 태웠어요. 한 잎 한 잎 일일이 뒤집어야 하는데 당시 스트레스 받은 일이 있어 잠깐 집중하지 못했더니 탔어요. 목련꽃 15만 원어치 샀는데, 순간을 놓쳤죠."

꽃차 만드는 일엔 인내심이 필요하다. 계속 반복해야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런 만큼 보람도 있다.

"다 해서 병에 담아두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초창기에는 자다가 새벽에 나와서 보기도 하고 괜히 아무나 불러서 자랑하고 싶고 먹이고 싶기도 했죠. 작업하다 보면 이삼 일 밤을 새기도 하는데 잠이 많은 내가 그러는 걸 남편은 마냥 신기해해요."

인내심을 기르는 꽃차 만들기는 그밖에도 많은 장점이 있다. 덖으면서 올라오는 향은 마음을 진정시킨다. 차분해지고 안정된다. 피부가 좋아진다. 꽃의 수분이 피부에 영향을 줘서다.

먹을 수 있는 열매를 키우는 잎과 뿌리는 식용 가능

 생강나무꽃차(왼쪽)와 비트차(오른쪽). 빛깔이 예뻤다.
 생강나무꽃차(왼쪽)와 비트차(오른쪽). 빛깔이 예뻤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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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차가 대중적으로 보급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꽃차 마이스터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요. 내가 배운 선생님이 2대 정도이고, 우리가 3대죠. 5~6년 정도 됐을까요?"

꽃차 마이스터 2급 자격증이 있는 김씨는 오는 5월, 1급 자격증에 도전한다. 1급을 따고도 계속 공부할 생각이다. 꽃차말고도 꽃으로 만든 음식이 있는데, 화전은 기본이고 꽃 떡, 양갱, 꽃물로 만든 식혜 만드는 법도 배울 생각이다.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부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는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할미꽃은 못 먹어요. 장미꽃도 식용이 따로 있고요. 일일이 기억하기 어려운데, 호박·오이·가지처럼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잎이나 뿌리가 모두 식용 가능합니다."

이름을 모르던 꽃도 많았는데 이제 꽃 이름을 많이 안다. 그것도 꽃차 만들기의 매력이다. 꽃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건조한 꽃으로 차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건조한 꽃차와 덖은 꽃차는 차이가 있다. 건조한 꽃차는 색이 그대로 살아 있어 처음 우린 차의 색깔이 예쁘다. 그러나 구수하거나 단 맛이 덜하며 몇 번 우려먹지 못한다.

꽃차의 효능을 묻자, 김씨는 "효능이라기보다 약간 도움을 줄 뿐이고, 그것도 꾸준히 마셨을 때 효과를 본다"고 강조했다.

재능 기부하며 살고파

김씨의 집 한켠에는 꽃차를 담은 병이 한가득이다.
 김씨의 집 한켠에는 꽃차를 담은 병이 한가득이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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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버킷리스트에는 꽃차 만들기 외에 몇 가지가 더 있다. 기독교인인 김씨는 해외봉사를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가끔 강의 요청이 들어와요. 돈을 받기보다 재능기부를 할 생각이에요. 특히 꽃차 배우는 교육비가 좀 비싼 편이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한테 가르쳐주고 싶어요."

동료였던 부평구 직원이나 집 근처 미용실 손님들한테 덖은 꽃 주문이 오는데, 시중보다 훨씬 싼 가격에 팔고 있다.

김씨의 집에는 그가 만든 꽃차와 약초로 담근 술이 여기 저기 가득하다. 조만간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해 꽃차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재료비만 받고 알려줄 예정이란다. 조만간 다시 김씨를 찾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김송심, #꽃차, #생강나무꽃차, #비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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