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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의 대권 '잠룡'들이 저마다의 경제정책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6일부터 사흘간 실시된 당 정책엑스포에서 문재인 대표는 '소득주도성장론', 안철수 의원은 '공정성장론', 박원순 서울시장은 '복지성장론',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선순환복지성장론'을 제시했다.

정책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이들 모두 한목소리로 '성장'을 이야기했다. 진보 진영의 대표적 의제인 '경제민주화'나 '복지'에 보수진영의 의제인 성장론을 덧씌웠다. 각자 차별화된 정책으로 중도·보수층까지 사로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소득주도성장'] 국민 소득 높여 소비 진작... 내수경제 살려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5 다함께 정책엑스포'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5 다함께 정책엑스포'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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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포문을 연 주자는 문재인 대표다. 그는 지난 6일 '2015 다함께 정책엑스포' 개막식에서 그간 주장해온 소득주도성장의 구체적 밑그림을 펼쳐놨다. 국민 소득을 높여 소비 진작을 유도해 내수경제를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문 대표는 4·29 재보궐선거 지원 등으로 바빠서인지 다소 피곤한 듯한 표정과 쉰 목소리로 연단에서 연설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수출대기업 중심 성장전략은 극심한 양극화와 소득불평등을 초래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라며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은 국민의 지갑을 두툼하게 만드는 전략"이라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EU와 OECD 등이 채택하고, 미국·독일·일본 등 경제 선진국들이 실천하는 성장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소득 향상 방안으로 ▲ 중소기업 살리기 ▲ 서민·중산층 생활가처분 소득 높이기 ▲ 비정규직 차별 해소 ▲ 최저임금 인상 ▲ 공정한 세제 등을 제시했다. 특히 "박정희 정부가 토목인프라, 김대중 정부가 IT인프라를 구축해 기업과 국민의 비용을 갖춘 것처럼, 이제는 국가가 생활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주거, 교육, 보육, 의료, 통신 등의 필수생활비 부담을 줄이고 생활소득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공정성장론'] 공정한 시장구조 만들어 기업 성장동력 확보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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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은 다음 날 '공정성장론'을 들고 나와 문 대표를 견제했다. 발표 방식도 문 대표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토크쇼로 진행했다. 그는 연단 없이 사회자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과 나란히 앉아 본인의 구상을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풀어갔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도 준비해 청중의 이해를 도우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안 의원의 성장론은 불공정을 개혁해 성장을 유도한다는 게 핵심 기조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창업자가 중소기업으로 클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생각이다. 그는 "불공정한 시장과 불공정한 분배구조가 성장 잠재력을 가로막는 구조적인 요인"이라며 "국가가 공정한 시장환경, 공정한 분배, 공정한 조세체계로 각 경제주체들의 혁신이 가능하게 해야 성장으로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문 대표가 주장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차별화를 꾀하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한국기업들이 노동력 귀한 걸 모르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소득주도성장의 가장 큰 어려운 점"이라며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지가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날 안 의원의 토크쇼를 찾은 문 대표는 발표 자료에 수시로 메모하는 등 1시간 가까이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문 대표는 안 의원의 공정성장론을 평가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커닝하려고 한다"라며 유머 섞인 답변을 건넸다.

안 의원도 "문 대표가 와서 열심히 듣고 있는데 어떤가"라는 이철희 소장의 물음에 "저는 대학교수가 아니니 적으실 필요 없다"라고 농담을 건네면서도 "오래 계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훈훈한 모습과 달리, 양쪽의 실무진들은 서로의 성장론이 더 낫다며 신경전을 벌였다. 안 의원과 가까운 당 관계자는 "(문 대표의) 소득주도성장론에는 기업들의 성장동력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지 해법이 없다"라며 "안 의원은 수 개월간 경제 분야를 공부하며 정책을 꼼꼼하게 다듬어왔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문 대표 쪽 관계자는 "공정성장론은 정부의 개입이 관건이기 때문에 시행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원순 '복지성장론'] 복지 확대해 생산성 확대와 일자리 창출 유도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은 7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5 친환경급식 안심 식재료 지킴이단'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은 7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5 친환경급식 안심 식재료 지킴이단'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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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후 박원순 시장은 복지에 초점을 맞춘 성장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기초자치단체 우수 정책사례 발표 행사에 나와 "복지야말로 성장과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소매를 걷어 올린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나온 그는 무선마이크를 들고 연단을 돌아다니며 청중과 직접 소통하는 식으로 발표했다.

박 시장은 "복지 안 하고 잘 사는 나라 어디 있나, 복지 안 하고 성장한 나라가 있나"라고 물으며 "우리 앞에 닥쳐온 과제를 해결하는 길이 바로 복지다, 복지야말로 우리 시대 빈곤과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서울시의 복지정책 성공사례를 소개하며 "복지는 공짜나 낭비가 아니다"라며 "우리 경제를 돌아가게 하고, 성장의 바탕이 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요소"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서울연구원이 2013년 12월에 펴낸 연구보고서를 인용하며 "서울시가 2013년에 6조285억 원의 사회복지예산을 지출했는데, 14조112억 원에 이르는 생산유발효과와 15만4천 명의 고용효과가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복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과 창조경제를 이뤄내고 결실을 나눠야 한다"라며 "'복지성장론'이라는 담론을 사회적 의제로 끌어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희정 '선순환복지성장'] 복지-성장 이분법 깨고 국가재정 분배방식 논의

새정치민주연합 안희정 충남지사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엑스포 폐막식에서 '냉전적 복지논쟁의 종언'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희정 충남지사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엑스포 폐막식에서 '냉전적 복지논쟁의 종언'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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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엑스포 마지막 날인 8일 폐막식 연사로 나선 안 지사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제시했다. 성장과 복지를 각각 보수-진보의 의제라고 보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그는 "복지는 소비와 투자, 생산의 선순환을 촉진한다"라며 "국가재정이 복지 분야에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부터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역대 정부들이 앞 다투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한 것을 두고 "오히려 경제를 왜곡할 수 있다"라며 "정치가 경제를 좌우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안 지사는 완성된 성장론을 들고 오진 않았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위해 국가재정을 어떻게 나눠 배분할 것인지부터 논의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복지도 무조건 보편적 도입을 주장하기보다는,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이 드신 분들, 어린이, 장애인 문제가 복지 정책의 기본 서열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행정가인 박 시장과 안 지사는 둘 다 복지를 이야기하지만 내용의 결은 다르다. 박 시장은 서울시의 성공사례를 예로 들며 '복지가 곧 성장'이라고 주장하지만, 안 지사는 복지와 성장에 투입할 국가재정의 규모부터 논의해야 '정책'을 모색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야당 대권주자들이 성장론을 꺼내든 건 분명한 변화다. 지난 대선 때만 해도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정책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축사를 발표하면서 "새정치연합이 경제 쪽에서 복지나 분배를 많이 말하다가, 이제는 성장을 이야기한다"라며 "긴장감을 느끼면서도 굉장히 반갑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여야 정당들이 중간지역에서 대화를 나눌 게 많아졌다는 점에서 기쁘다"라며 "성장 앞 수식어가 무엇이든 간에 성장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한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네 사람의 성장론은 출발지점이 다르지만 도달점은 사실상 동일하다. 성장의 결실을 재분배해 복지제도 등을 확충하자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이름은 다르지만 내용은 사실상 다 비슷하다"라며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말하면서 지지층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태그:#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안희정,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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