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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피해자 정 상병의 아버지가 울먹이며 눈물을 닦고 있다.
 7일 오전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피해자 정 상병의 아버지가 울먹이며 눈물을 닦고 있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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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7일 오후 3시 16분]

군 당국이 동기들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한 병사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호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노고산동 이한열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제1 전투비행단 소속 정아무개 상병이 입대 동기인 병사 3명으로부터 매일 폭행과 가혹행위, 성추행을 당해왔다"며 "그러나 사건이 알려진 뒤 군 당국은 정 상병을 불러 가해자들을 대면하게 하고 합의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합의할 마음이 없던 정 상병은 1개월 이상 매일 합의를 강요당하면서 극도의 불안에 휩싸여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 채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정 상병의 아버지가 아들이 가해자들과 합의한 사실을 재판 과정에서야 알게 됐다는 것이 군인권센터의 설명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극도의 불안에 휩싸여 있었던 정 상병은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합의서에 서명해야 했다"라며 "이로 인해 가해자들이 '공소권 없음' 결정으로 재판에 넘겨지지 않고 (부대의 자체) 징계절차만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 상병과 면담한 김대희 인천성모병원 조교수는 "정 상병의 상태는 의료인이라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심각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라고 말했다.

동기들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던 정 상병이 도움을 요청했지만 군 당국이 이를 외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임 소장은 "구타와 가혹행위, 성추행으로 고통 받던 정 상병은 올해 1월 8일 대대 주임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군에서 아무 보호조치를 하지 않는 사이 정 상병은 1월 12일까지 성추행에 무방비로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 상병의 아버지는 "재판정에서야 이번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다"면서 "재판 도중 아들이 몰래 다섯 장짜리 쪽지를 주면서 '아버지 살려주세요'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공군 "피해자 외상은 확인된 바 없고, 병원 치료는 본인 의사에 따라 상시 가능"

군인권센터는 "군 당국이 단 1회 공판으로 심리를 종결했다"면서 '졸속 재판' 의혹도 제기했다.

임 소장은 "사건을 관할하는 1전투비행단 보통군사법원은 3월 17일 단 한 차례의 공판만 진행하고 변론을 종결했다"면서 "여죄를 확인하고 진실규명을 위해 증인 신문을 해야 함에도 30분 만에 피고인 신문과 구형까지 마쳤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의 주장에 대해 공군은 입장자료를 내고 "가해자 측에서 피해자 부친을 만나기를 희망하여 대대장이 그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있고, 주임원사 역시 형사처벌과 군 징계 간 차이점 등을 물어온 피해자의 의문 해소를 위한 면담을 시행한 바가 있으나, 별도로 합의를 종용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공군은 "피해자의 외상은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바 없었으며, 피해자의 치료 요구도 없었다"면서 "병원 치료는 본인 의사에 따라 상시 가능하며, 지휘 계통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게 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군관계자는 "부대에서는 합의를 종용할 이유가 없다"라면서 "이미 지휘계통을 통해 비행단장에게 보고하고 헌병대에 신고가 된 상태에서 사건의 은폐축소는 가능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공군은 정 상병이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간 동기 병사로부터 여러 차례 폭행과 성추행,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을 확인하고 가해자 3명 가운데 1명을 지난 1월 구속 기소한 바 있다.

피해자 정 상병은 최근 국군수도병원에서 PTSD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폐쇄병동에 입원 중이다.


태그:#군대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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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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