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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메밀밭 풍경.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메밀밭 풍경.
ⓒ 와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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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의 정기를 받은 산맥의 모양이 완만하고, 천천히 바다로 흘러내리는 지형 모습이 사람이 편안하게 누운 형체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제주 와흘(臥屹)리.

이 마을은 공기 좋고 조용한 시골인데다, 제주 시내권과 항만이 가까워 마을 주민 388가구(960명, 4월 초 현재) 가운데 반 이상이 이주민들로 구성돼 있다. 방송인 허수경씨도 5~6년 전 이 마을 초록동으로 이사를 와 현재 자신의 엄마 그리고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천창석 와흘리장에 따르면 이 마을내 전원동과 초록동 모두 100% 이주민들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상동은 80%, 본동은 10% 정도가 이주민이다. 이 가운데 육지에서 내려와 살고 있는 이들도 반 정도 된다는 게 천 이장의 이야기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 마을은 다른 제주 시골마을과 비교해 시내권으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제주공항에서 30분, 제주항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지난해 6월 행정기관이 와흘리 27번지 일대에 유해한 공장들, 일명 '녹색산업단지' 24만 평을 조성하려 하기도 했다.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 메밀꽃이 활짝 펴 있다.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 메밀꽃이 활짝 펴 있다.
ⓒ 와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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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이장은 "공기 좋고 살기 좋은 우리 마을에 공장이 들어와 화북 공업단지보다 못한 마을이 될 뻔 했다"며 "행정기관에서 공장을 세우는 대신 여러 혜택들을 제시했지만 우리 생활터전을 망칠 수 없었다, 결국 추진을 막아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2005년 행정자치부로부터 정보화마을로 지정된 와흘리는 지난해 10월, 창조적마을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정부로부터 30억 원을 지워 받았다. 와흘리는 지원 받은 사업비로 먼저 밭과 목초지를 정비하고 마을에서 오래 전부터 재배돼 왔던 메밀을 상품화 시킬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 마을 곳곳에 메밀을 파종하고 있으며 향후 건물을 지어서 메밀 체험장과 숙소를 만들어 메밀꽃 축제를 열 예정이란다. 또 말 체험장과 유채밭 조성까지 구상중이다. 이후 마을 발전을 위해 더 좋은 계획이 나오면 추가적으로 연계 사업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끝으로 와흘리에서 하루 묵을 여행객들에게 팁 하나. 혹 이 마을에서 주(酒)님을 찾는다면 미리 다른 마을에서 주류들을 구입해 가시길. 이유인즉슨 와흘리는 지난 1973년 마을 차원에서 일절 주류 판매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일은 하지 않고, 술마시며 도박을 일삼자, 내린 조치라고 한다.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 마을'에서 주류 없이 한 번 지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듯하다.

500년산 팽나무가 있는 와흘본향당

와흘본향당.
 와흘본향당.
ⓒ 와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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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향당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송당본향당. 와흘리에도 송향본향당에서 파생된 와흘본향당이 있다. 500년산 팽나무가 있는 와흘본향당은 마을의 자랑으로 여겨진다.

유교식 포제와 달리 남녀가 함께 마을제를 지내는 등 제주 마을제의 옛 모습이 많이 남아 있어 유홍준 교수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7권-제주편>에도 소개된 와흘본향당에는 최근 다른 지역 민속연구가·사진작가 등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천창석 이장은 "본향당 공유재산이 10만평"이라며 "이런 귀한 자원을 방치하지 않고 우리 마을을 찾아오신 여행객들이 보고 경험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새해가 되면 설날에 어른들께 세배를 올리듯 와흘본향당에서는 매년 음력 1월 14일이 되면 신에게 세배를 하는 '신과세제'를 드린다. 와흘리 주민들은 예전부터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일, 객지로 나갔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들도 모두 본향당신이 맡아 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이런 이유로 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본향당신을 위해 제사를 지내며 이날은 심방(무당)이 종일 굿을 하며 신을 즐겁게 해 드린다. 

"마을 경계도로 포장해 달라"
[인터뷰] 천창석 와흘리장
천창석 와흘리장.
 천창석 와흘리장.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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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창석(52) 와흘리장은 다른 마을 이장들이 추천을 할 정도로, 제주도 200여개 마을 중 마을 사업을 열심히 하는 이장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의 그런 노력은 지난해 '창조적마을만들기 사업'을 때내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천 이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 마을에 유치될 뻔 했던 녹색산업단지 막아낸 일을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꼽았다.

천 이장은 "임기동안 마을지 만드는 것이 꿈이었는데, 산업단지 조성을 막느라, 도청 관계자들과 싸우느라, 아직까지 마을지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사를 짓고 있는 천 이장은 행정기관에 바라는 점으로 '행정의 유연성'을 주문했다.

그는 "마을에서 업체선정을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농기계도 보다 기능이 좋은 다른 농기계를 쓰고 싶은데 행정에서 지정하는 것만 쓰고 있다"며 "결국 그 불이익과 불편함은 고스란히 우리 농가들에게 돌아온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천 이장은 "마을 경계도로는 거의 포장이 안 되어 있다. 마을에서 서로 미루는 마을 경계도로 농로길을 도나 시에서 포장해 줬으면 좋겠다"며 "공무원 뿐만 아니라 도 의원들이 직접 농촌 현장을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일간지 <제주신문>에 실린 기사입니다.



태그:#와흘본향당, #조천읍, #와흘리, #제주신문, #메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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