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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4일)에 가족들을 데리고 충남 당진의 장고항을 찾았다. 매년 봄에는 어지간하면 한 번씩 찾는 곳인데, 그 이유는 오로지 실치회를 먹기 위함이다. 실치가 생소한 사람도 있을 텐데, 뱅어포의 재료가 바로 실치이다. 실치회는 3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먹을 수 있지만, 실제로 연한 실치회를 맛볼 수 있는 것은 4월 한 달 정도가 아닐까 한다.

"아빠, 회에서 우유맛이 나요"

양은 적지만 작은 실치들이 몇 마리인지 모를 정도로 많다.
▲ 실치회 양은 적지만 작은 실치들이 몇 마리인지 모를 정도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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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항에 도착한 것은 정오 무렵, 가족들이 일단 주린 배를 채우고 바다구경을 가자고 한다. 우리 가족은 나름 단골이라고 생각하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물론 식당은 우리 가족이 단골인 줄 모른다. 1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곳이니 당연한 일이다. 바다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실치회를 한 접시 주문했다. 한 접시 가격이 3만 원이라고 한다. 식당마다 가격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양에 비해서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는 가격이다.

그래도 장고항까지 와서 봄의 별미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식사로는 바지락칼국수 3인분을 주문했는데, 우리 가족 4명이면 3인분으로 충분하다.  

견과류를 뿌린 실치회가 나오고, 실치회와 함께 먹는 야채무침도 함께 나왔다. 무척 먹음직스럽다. 실치회 한 접시의 양이 적을 것 같아 조금 더 주문을 할까 했더니, 아이들이 '아빠 마리 수로는 엄청나게 많아요!'라며 한 접시로 충분하다고 한다. 혹시 아이들이 아빠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주는 건가?

야채무침의 매콤새콤한 맛과 실치 특유의 맛이 잘 어울린다.
▲ 실치회 야채무침의 매콤새콤한 맛과 실치 특유의 맛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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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실치들, 왠지 맛도 투명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실치회 투명한 실치들, 왠지 맛도 투명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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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과 미역이 들어간 칼국수의 맛이 개운하다.
▲ 칼국수 바지락과 미역이 들어간 칼국수의 맛이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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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치회를 먹을 때마다 느끼지만, 그 맛이 정말 오묘하다. 실치회에서는 '카페라테'의 맛이 난다. 커피보다는 우유 맛이 조금 더 강한 카페라테 맛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아이들은 어떤 맛을 느끼는지 물어보면 "부드러우면서 우유 맛이 난다"고 한다. 고소함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내는 그냥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라고 하는데, 씹을 것이 없어서 조금 서운하다고도 한다. 아이들도 우유 맛을 느낀다고 하니 카페라테의 맛이 난다고 해도 아주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갯벌, 방파제 산책도 즐거운 추억

방파제 가는 길이 차들로 가득하다. 주말에는 주차난을 고려해야 한다.
▲ 장고항 방파제 가는 길이 차들로 가득하다. 주말에는 주차난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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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치회와 개운한 바지락칼국수를 먹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바로 바다구경을 나갔다. 실치회를 먹으러 온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지, 좁은 길 양 쪽으로 차들이 빽빽하다. 차들이 방파제 끝까지 주차되어서 사람이 오가기도 힘들 정도였다. 다행이 식당의 넓은 마당에 주차를 했으니 망정이지, 단골집이 없었으면 큰 낭패를 당했을 수도 있었겠다. 

바다에 물이 빠져서 갯벌을 걸어 들어갈 수 있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물 빠진 틈을 타 열심히 굴을 따고 있었다. 직접 딴 굴을 봉지에 담아서 팔기도 했다. 갈매기 녀석들은 혹시나 뭐라도 얻어먹을까 싶은지 굴 따는 아주머니들 곁을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었다. 도망도 가지 않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굴을 따고 있는데, 갈매기들이 주변에 지켜서 있다.
▲ 갯벌 동네 아주머니들이 굴을 따고 있는데, 갈매기들이 주변에 지켜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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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서 멀리 등대가 보인다. 때마침 날아온 갈매기가 모델이 되었다.
▲ 장고항 갯벌에서 멀리 등대가 보인다. 때마침 날아온 갈매기가 모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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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 들어오자, 예상했던 대로 아들이 갯벌에 빠져서 신발을 다 버렸다. 그래도 아들은 갯벌체험의 흔적이라고 위안 삼으며 즐거워했다. 갯벌을 벗어나 방파제를 따라 등대까지 걷는데,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에 가슴이 탁 트였다. 오랜만에 멀리까지 나왔더니 가족들 모두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장고항 등대 옆에 한참을 앉아서 바다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놀았다. 

장고항의 4월은 바쁘다. 실치를 잡아오는 어부들도 바쁘고, 서둘러 봄이 가기 전에 실치회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도 바쁘다. 작은 어촌이 요즘처럼 바쁘고 복잡할 때도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어쩌랴! 찾아온 봄처럼 실치회도 지금 즐기지 않으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모처럼 나선 봄나들이에 가족들이 모두 신났다.
▲ 등대 모처럼 나선 봄나들이에 가족들이 모두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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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장고항, #실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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