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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101일째 굴뚝농성을 벌인 이창근 '와락' 기획팀장(쌍용차 해고노동자)이 2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101일만에 굴뚝 위에서 내려오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101일째 굴뚝농성을 벌인 이창근 '와락' 기획팀장(쌍용차 해고노동자)이 2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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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복직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70m 굴뚝농성을 해온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실장이 23일 땅을 밟았다. 앞서 그는 낮 12시 30분께 영상통화를 통해 굴뚝 내부를 공개하며 "다시는 이런 곳에 노동자들이 올라오지 않길 바란다, 너무 고통스럽고 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농성을 푸는 이유에 대해 "노·노·사(쌍용차지부 노조-기업노조-사측)가 성실히 교섭 중이다, 제가 내려가야만 교섭에 속도감 붙지 않겠나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많이들 도와주신 덕분에 굴뚝에 있는 101일 동안 운 적도 많다, 여러분들께서 사랑해주셔서 저도 이 글자 한 자 남겼다"며 굴뚝 위 분홍색으로 쓴 '나도 사랑해' 글씨를 비췄다.

짤막한 소감을 밝힌 뒤 오후 1시께 굴뚝에서 내려오기 시작한 이 실장은, 40여m 아래 굴뚝 중간 계단까지 내려오는 데만 약 10분이 걸렸다. 그의 말대로 오랜 고공농성 탓에 "하체가 부실해져서"다. 멀리서 그를 지켜보던 동료 해고자들은 그가 내려오는 동안 "이창근"을 외치며 두 손을 크게 흔들어 응원을 보냈다. 

같은 시각, 굴뚝과 약 1km 떨어진 공장 정문 앞에서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아래 쌍용차노조) 동료들이 "이제 회사가 화답해야 할 때"라며 "오는 24일 주주총회와 25일 경영위원회에서 노사간 갈등을 해소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이 실장은 앞서 "정문 앞 기자회견 참여 후 평택경찰서까지 걸어가겠다"고 밝혔으나, 노조에 따르면 그는 땅을 밟은 뒤 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소변 받아주고 끼니 챙겨준 동료·시민들과 함께 한 101일

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101일째 굴뚝농성을 벌인 이창근 '와락' 기획팀장(쌍용차 해고노동자)이 2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지지와 연대 감사 표하는 쌍용차 굴뚝농성자 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101일째 굴뚝농성을 벌인 이창근 '와락' 기획팀장(쌍용차 해고노동자)이 2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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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101일째 굴뚝농성을 벌인 이창근 '와락' 기획팀장(쌍용차 해고노동자)이 23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기 위해 농성물품을 굴뚝 아래로 내리고 있다.
▲ '굴뚝 청소 깨끗이 하고 내려갑니다' 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101일째 굴뚝농성을 벌인 이창근 '와락' 기획팀장(쌍용차 해고노동자)이 23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기 위해 농성물품을 굴뚝 아래로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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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 실장이 휴대폰 영상을 통해 공개한 굴뚝 안 공간은 반경이 5m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바람소리도 거셌다. 굴뚝연기와 소음 가득한  공간에서 이 실장은 101일, 약 2420시간을 어떻게 버텼을까.

김수경 쌍용차노조 조직부장은 "처음에는 사측이 배변기도 못 올리게 해서 비닐봉투에다 대소변을 해결했다, 인권단체가 항의하자 농성 13일차에야 배변기를 들여보냈다"고 말했다.

동료들의 분뇨를 처리하는 일이 어렵진 않았는지 묻자 김 조직부장은 "(굴뚝) 위에서 고생하는 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이 실장이) 혼자 외롭고 고립감이 컸을텐데 그래도 건강히 내려와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인 복기성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굴뚝 위 이 실장을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끼니 해결은 쌍용차 해고자 심리치유센터 '와락'과 쌍용차노조, 해고자들을 돕는 시민들이 있어 가능했다. 이들이 돌아가며 준비한 도시락을 회사 검수를 거쳐 공장으로 들여보냈고, 이를 도르래에 매달아 굴뚝으로 올려보냈다. 권지영 와락 대표는 "그간 도와주신 수많은 시민들께 감사하다, 하지만 여전히 해고자 복직·희생자 명예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라며 "끝까지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굴뚝이 보이는 동거 농성장에는 이날 오전부터 SBS 등 방송카메라 10여대를 비롯해 취재진 수십여 명이 몰렸다. 농성장에서 굴뚝이 약 400m 가량 떨어져 있어 원거리 촬영을 위해 400mm 망원줌렌즈를 준비한 사진기자들도 여럿이었다. 항공 촬영을 하려는 듯 헬리캠을 준비한 언론사도 있었다.

해고자 복직 위해 싸운 101일... "회사가 진정성 보여달라"

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101일째 굴뚝농성을 벌인 이창근 '와락' 기획팀장(쌍용차 해고노동자)이 23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기로 한 가운데, 이 팀장을 격려하는 자물쇠들이 철조망에 걸려있다.
▲ 쌍용차, 철조망에 걸린 '희망 자물쇠' 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101일째 굴뚝농성을 벌인 이창근 '와락' 기획팀장(쌍용차 해고노동자)이 23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기로 한 가운데, 이 팀장을 격려하는 자물쇠들이 철조망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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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굴뚝 농성장 앞에 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굴뚝 농성을 벌인 이창근 팀장과 김정욱 사무국장을 응원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 '쌍용차 굴뚝 농성 응원합니다' 23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굴뚝 농성장 앞에 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굴뚝 농성을 벌인 이창근 팀장과 김정욱 사무국장을 응원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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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101일째 굴뚝농성을 벌인 이창근 '와락' 기획팀장(쌍용차 해고노동자)이 23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기로 한 가운데,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굴뚝을 바라보며 이 실장이 무사히 내려오길 바라고 있다.
▲ 무사귀환 바라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101일째 굴뚝농성을 벌인 이창근 '와락' 기획팀장(쌍용차 해고노동자)이 23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기로 한 가운데,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굴뚝을 바라보며 이 실장이 무사히 내려오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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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장은 지난 12월 13일 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정리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경기 평택 쌍용차 공장 내 70m 굴뚝에 올랐다. 함께 농성에 나섰던 김정욱 쌍용차노조 사무국장은 지난 11일 사측과 직접 대화하겠다며 농성을 해제하고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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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이날 "쌍용차 사태 발생 후 6년이 흘렀다, 해고자 복직과 손배가압류 등 문제는 자본과 정부가 함께 풀어야만 할 숙제"라고 말했다. 해고자들을 위한 미사를 함께 해온 서영섭 신부는 "지금껏 진행된 교섭에서 실질적 진전이 없었다"며 "이제 회사는 진정성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측은 사측과 4대 의제(해고자 복직·희생자 명예회복·손해배상 가압류철회·쌍용차 정상화)를 놓고 6번의 실무교섭을 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쌍용차 해고자들에게 모인 사회의 마음을 쌍용차의 정상화와 도약으로 이어지게 할 것인지, 미움과 분노로 이어지게 할 것인지는 회사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평택경찰서와 쌍용차 지부에 따르면 이 실장은 인근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앞서 평택경찰서는 먼저 농성을 해제한 김 사무국장에 대해 업무방해 및 주거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김정운 노조 수석부지부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김 국장의) 검진이 끝나길 기다리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다시는 이런 곳에 노동자가 오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도 있다. 스타케미칼 해고자 차광호씨는 경북 구미 스타케미칼 공장 45m 굴뚝에서 301일째,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수리기사 장연의·강세웅씨는 서울중앙우체국 옆 20m 광고탑 위에서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45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101일째 굴뚝농성을 벌인 이창근 '와락' 기획팀장(쌍용차 해고노동자)이 23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기로 한 가운데, 쌍용자동차지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쌍용차 정상화는 언제쯤? 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101일째 굴뚝농성을 벌인 이창근 '와락' 기획팀장(쌍용차 해고노동자)이 23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기로 한 가운데, 쌍용자동차지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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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 실장이 2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자, 경찰이 쌍용차 정문을 에워싸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굴뚝 농성 끝낸 이창근 실장 접근 막는 경찰 이창근 실장이 2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자, 경찰이 쌍용차 정문을 에워싸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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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굴뚝농성 해제, #이창근 굴뚝농성, #굴뚝농성 해제 이창근, #김정욱 이창근, #고공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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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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