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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에 3천5백만 원하는 강기성 도예가의 혼이 담긴 비색 고려청자 '청자산수문호'다.
 한 점에 3천5백만 원하는 강기성 도예가의 혼이 담긴 비색 고려청자 '청자산수문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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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을 닮았다. 보면 볼수록 마음이 차분해지고 행복한 기운이 온 몸에 감돈다. 고려청자의 알 수 없는 신비로운 힘에 이끌려 난 이곳을 찾곤 한다. 해마다 고려청자의 성지인 고려청자박물관과 청자촌의 개인요를 찾는 이유다. 이는 아마도 어려서부터 늘 고려청자를 가까이서 보고 자라왔던 탓일 게다.

고려청자의 비색 재현하는 강진 다산요의 강기성 도예가

고려청자에 혼을 다시 불어넣어 청자를 빚는 다산요의 강기성 대표다.
 고려청자에 혼을 다시 불어넣어 청자를 빚는 다산요의 강기성 대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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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 대구면은 청자문화의 발상지다. 강진에서 생산된 청자는 그 비색이 아름답고 조형미가 돋보인다. 이곳에서 고려청자에 혼을 다시 불어넣어 청자를 빚는 다산요의 강기성(58)대표를 만났다. 그는 개인요를 운영하면서 고려청자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로 도자기 인생 30년인 그는 1986년 강진 청자사업소를 통해 도예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역시 청자의 고장인 이곳에서 나고 자라 어릴 적 자주 봐왔던 사금파리(청자 조각)지만 평생을 만들어도 다 못하는 게 청자 만들기라고 했다.

초기 무렵 청자의 깊이를 모를 때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이고 싶었는데 지금은 알려지는 게 싫다고 말한다. 무르익을수록 벼는 고개를 숙인다더니 달인의 솜씨에 이르렀으면서도 겸손한 그가 이제 진정 청자 만들기의 경지에 이른 걸까.

가마 곁에는 초벌구이를 할 수많은 도자기가 재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가마 곁에는 초벌구이를 할 수많은 도자기가 재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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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청 조달현씨가 강기성 도예가와 고려청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진군청 조달현씨가 강기성 도예가와 고려청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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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 작품은 보면 볼수록 마음이 차분해지고 행복한 기운이 온 몸에 감돈다.
 이들 작품은 보면 볼수록 마음이 차분해지고 행복한 기운이 온 몸에 감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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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걸어온 30년 세월을 돌아보면 도자기에 입문 후 10년부터 20년째가 가장 왕성한 작품 활동 시기였다. 30년을 넘어서면서부터 무감각해지고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그의 아내 역시 남편을 도와 25년을 도자기와 함께했다.

1980년 말부터 90년대에는 도자기 공방이 호황기라 그 역시 정말 의욕적이었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이는 도자기 공방을 취미로 하는 분들의 난립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요즘은 도자기 말만 들어도 징글징글하다며 최근의 심정을 토로했다.

또한 이 어려운 관문을 뚫고 나가려면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강진군에서 업체를 지원할 때도 나눠주기 식이 아닌 자격을 갖춘 곳에 집중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그의 꿈은 어찌 보면 소박하다. 10여 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된 매출 증대와 남이 봐서 호감이가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진짜 자신의 혼이 담긴 작품을 만들겠다고 한다.

도자기 조각전문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김동분 아주머니

도자기 조각전문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김동분씨가 도자기에 조각을 하고 있다.
 도자기 조각전문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김동분씨가 도자기에 조각을 하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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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한쪽에서는 아주머니 한분이 도자기 조각에 열중이다. 도자기 조각전문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김동분(59) 아주머니다. 경기도 이천에서 매년 서너 차례에 걸쳐 이곳을 방문 출장 작업 중이다.

성형된 도자기에 조각도로 섬세하게 조각을 한다. 40년째 조각원으로 활동 중이며 이제껏 다른 직업은 가져본 적이 없었다. 현재 월수입 4백~6백만 원으로 고수익 직종이다.

도자기 조각원 생활을 하면서 딸 셋을 다 키워냈다. 김동분 아주머니 정도의 실력을 갖춘 이는 전국에 서너 명 뿐이라고 했다. 참 대단한 분이다.

그녀는 조각을 할 때는 마음을 비워낸다. 잡념이 생기면 괜스레 마음이 바빠지고 일의 능률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생각 없이 일에만 몰두해야 작품에 빠져들고 재미도 있단다. 백자와 청자 분청자기 등의 모든 성형에 음각과 양각 또는 상감조각을 한다.

국내 최고 권위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입상 영예 차지하기도

청자역상감문병은 모란넝쿨을 표현한 당초문양에 유약을 안 바른 점토 자체의 질감이다.
 청자역상감문병은 모란넝쿨을 표현한 당초문양에 유약을 안 바른 점토 자체의 질감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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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 곁에는 수많은 도자기가 재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초벌구이를 할 작품들이다. 도공들이 생명 탄생의 기쁨에 견준다는 이 과정은 기쁨과 슬픔의 희비가 엇갈린다. 이때의 완성품은 딱 절반정도다. 나머지 절반의 도자기들은 세상의 빛도 못 본 채 파기되고 만다.

고려청자의 제작과정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다. 7단계를 거쳐 완성되는 작품이 되기까지는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 이런 일련의 과정 중 도자기의 꽃은 역시 가마 불속에서 멋진 완성품이 되어 나올 때다.

다산요 전시장에서 청자산수문호가 자태를 뽐낸다. 50여일에 걸쳐 완성한 작품으로 시가 3500만 원이다. 이 작품에는 강원도에서 활동 중인 장경록 화백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고려청자 장인의 후예로 오늘을 살아가는 강기성 도예가는 2013년에는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32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에 입상하는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다.

고려청자 장인의 후예인 강기성 도예가의 약력이다.
 고려청자 장인의 후예인 강기성 도예가의 약력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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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 전시와 판매를 하는 다산요 전시장이다.
 청자 전시와 판매를 하는 다산요 전시장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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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의 산실인 강진군 대구면의 고려청자박물관이다.
 고려청자의 산실인 강진군 대구면의 고려청자박물관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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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맛돌이의 내고향 밥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려청자박물관, #다산요, #강진 고려청자, #맛돌이, #전남 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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