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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동안 몸 담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4·29 재보궐 선거 무소속 출마(광주 서구을)를 결정한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16일 오전 지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여 년 동안 몸 담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4·29 재보궐 선거 무소속 출마(광주 서구을)를 결정한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16일 오전 지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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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우리 당은 우왕좌왕했다."

그는 아직 '우리 당'이라는 말이 익숙해 보였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지난 9일 탈당하고 무소속 후보로 4·29 재보궐 선거 광주 서구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새정치민주연합을 종종 '우리 당'이라고 표현했다. 탈당에 대한 비난 여론 혹은 야권 지지성향이 강한 지역구 유권자들을 의식한 말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당을 '우리'라고 지칭하는 습관이 남은 것이다.

탈당을 선언한 지 일주일째인 지난 16일, 광주에 차려진 선거사무실에서 천 후보를 만났다. 선거사무소 입구에는 재보궐 선거일까지 남은 일수를 뜻하는 'D-44'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인터뷰 시간보다 조금 늦게, 천 후보가 사무실에 들어섰다. "선거일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라는 기자의 말에 그는 "기자한테는 그럴지 모르지만, 후보는 많이 남으면 남을수록 좋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천 후보는 새정치연합의 무능과 기득권을 비판하며 탈당했다. 지난해 7·30 재보궐 선거에서 광주 광산을 출마를 노렸으나, 지도부의 권은희 후보 전략공천으로 인해 물거품이 됐다. 이후 그의 행보는 계속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속한 '국민모임'의 진보정당 창당 작업에 그가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일단 독자노선을 택했다. 

천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의 탈당 이유와 관련해 "야당은 수권 대안세력으로 비전을 상실했다"라며 "호남에서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는 정당"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먼저 당의 외투를 벗었다, 당이라는 갑옷을 벗은 것"이라며 "새정치연합이 아닌 시민후보로 서구 주민들에게 직접 신임을 얻고, 그 힘으로 호남 정치의 새 판을 짜 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의 이번 4·29 재보궐 선거 후보 선출 과정과 관련해 "광주는 경선이 곧 본선과 다름없다, 시민들이 뽑아야 할 국회의원을 사실상 당 지도부가 위임받아 뽑는 것"이라며 "경선과정에서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지만 그런 고민 없이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후보를 뽑았다"라고 비판했다.

천 후보는 당의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를 향해서도 "문 대표만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 대표이거니와 최대 계파의 수장이고, 대권 주자로서 지지율도 가장 높다"라며 "객관적인 위치로 봐서 당 문제에 책임이 가장 크다"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다음은 천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계파들끼리의 적대적인 공생관계 속에 당이 망가져 온 것"

20여 년 동안 몸 담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4·29 재보궐 선거 무소속 출마(광주 서구을)를 결정한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16일 오전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몸 담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4·29 재보궐 선거 무소속 출마(광주 서구을)를 결정한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16일 오전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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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서게 됐다. '시민후보'라고 말하고 있는데, 출마의 변을 간단히 밝혀 달라.
"한 마디로 '이대로는 안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폭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야당은 수권 대안세력으로 비전을 상실했다. 무능하고 '계파 패거리 정치'만 횡횡하고 있다. 이걸 전면적으로 쇄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광주나 호남으로 내려오면 더욱 심각하다. '일당독점' 기득권에 취해있다. 국회의원뿐 아니라 지방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의 깃발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됐다.

그러는 사이 정치는 시민 대중과 멀어졌다.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는 호남 정치인들은 중앙정치에서도 활약이 미미했다. (호남 출신의) 대권 주자 한 명 없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도 영향력이 거의 없다. 호남은 역사적으로도 소외됐고, 지금도 그렇다. 고도성장 과정에서 배제돼,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다. 이를 극복하고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호남의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든 변화시켜야 했다.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먼저 당의 외투를 벗었다. 당이라는 갑옷을 벗은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아닌 시민후보로 서구 주민들에게 직접 신임을 얻고, 그 힘으로 호남 정치의 새 판을 짜 나가야 한다."

- 새정치연합을 "대안 세력으로서 비전을 상실한, 무능한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그런 평가의 근거는 무엇인가?
"야당이 그런 말을 들어 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당은 우왕좌왕했다. 또 정책과 비전을 만들지 못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제시한 비전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나? 나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졌다. 대선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60%가 정권교체를 바랐지만 승리하지 못했다. 기만적이었지만, 상대방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내세우면서 변화의 노력을 보였다. 우리는 그런 쇄신이 없었다.

반값등록금을 말했지만, 등록금이 가장 많이 오른 건 우리가 집권했을 때다. 한미FTA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반대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억눌러가면서 강력하게 추진했던 정책들이다. 지금이라도 문제를 인식하고 태도를 바꿀 수는 있다. 그러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고 야당이 되면서 그 정책의 과실과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겼다.

먼저 잘못된 정책에 사과해야 한다. 또 그 일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게 최소한의 성찰을 하고 나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새누리당이 잘한 것도 없는데, 왜 국민들은 우리를 지지하지 않는지 반성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내부적으로 계파 기득권 싸움을 벌이고 당원들은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서로 패권을 주고받는 각 계파끼리의 적대적인 공생관계 속에 당이 망가져 왔다."

- 지금도 당 안에서 혁신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나?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 참패한 이후 7~8개월의 시간을 생각해보자. 두 번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있었다. '문희상 비대위'에는 실세들이 다 들어갔다. 그 뒤에 전당대회까지 당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였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끔찍하기까지 했다. 대중과 소통하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4·29 재보궐 선거 경선 과정도 그렇다. 야당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팽배하다. 그런데 어떤 고민도 없이 경선을 치렀고, 각 지역위원장이 후보가 됐다.

수도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광주는 그래서는 안됐다. 민심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했다. 광주는 경선이 곧 본선과 다름없다. 본선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시민들이 뽑아야 할 국회의원을 사실상 당 지도부가 위임받아 뽑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선과정에서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고, 어떤 인물을 내세울 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고민 없이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후보를 뽑았다.

후보들 사이에 토론 한 번 없었다. 단순히 후보를 뽑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을 뽑는 거다. 경선 토론을 한다고 했으면 지역방송들은 서로 중계하겠다고 나선다. 결국, 당 안에서 활동했던 사람들끼리 경쟁하고, 각자의 조직 활동을 통해 후보를 뽑은 것이다. 당의 경선은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새로운 사람이 나가서 공정한 기회를 가질 방법을, 당은 가지고 있지 않다."

"나의 탈당은 미꾸라지 있는 곳에 메기 풀어 놓은 것"

20여 년 동안 몸 담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4·29 재보궐 선거 무소속 출마(광주 서구을)를 결정한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16일 오전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몸 담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4·29 재보궐 선거 무소속 출마(광주 서구을)를 결정한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16일 오전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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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 전당대회 과정을 "계파 패거리, 기득권 정치"라고 비판했다. 소위 '친노'라는 문재인 대표의 당선을 두고 한 말인가?
"문재인 대표만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당내에는 여러 계파가 있고, (모두) 패거리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문 대표의 경우 당 대표이거니와 최대 계파의 수장이고, 대권 주자로서 지지율도 가장 높다. 객관적인 위치로 봐서 당 문제에 책임이 가장 크다. 그러나 문 대표 혼자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 오랫동안 당에 몸담았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공천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 당을 향한 비판에 후보 본인의 책임을 느끼진 않나.
"책임이 있다. 크다. 이런 사태를 개선해보려고 노력했다. 2011년 당 개혁특위 위원장을 하면서 야심작을 만들었다. 대선을 앞두고 있었고, 당내에서 실천되지 않을까 기대도 있었지만 다 꺾였다. 당내 많은 분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내 부덕의 소치다. 사랑하는 동지들에게 사과하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탈당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최근 전당대회까지의 모습을 보면서 이 구조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이니까 그냥 가망이 없는 길을 조용히 따라가는 게 옳은 일일까 고민했다. 일부 당원 동지들에게 걱정을 끼쳤지만, 탈당해서라도 뭔가 당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에 제 능력을 써야겠다는 생각이다.

일단 출마했다는 것 자체가 미꾸라지 모여 있는 곳에 메기를 풀어 놓은 효과가 있지 않나? 당에 경각심을 일깨웠다. 내가 당선되는 것이 새정치연합이나 야권 전체에 결코 손해가 아니다. 외부의 충격으로 변화할 수 있다."

- 정동영 전 상임고문도 탈당하고 현재 국민모임이라는 신당 창당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정의당이라는 기성정당도 존재한다. 다른 야권세력과 연대하거나 통합할 가능성은 없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광주에서 새정치연합의 패권구조를 깨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새로운 세력이 어떤 비전과 노선으로 나서야 하는가'는 아직 조금 거리가 있다. 국민모임은 이미 창당의 길을 가면서 '천정배 빨리 들어와라'는 사인을 보내고 있는데, 나는 조금 더 신중하다. 야권의 재구성을 이끌고 광범위하게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는 이번 보궐 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선거에 승리한 후, 그 동력을 통해서 이뤄가야 한다."

- 당내에서 탈당을 만류하는 목소리가 많았을 것 같다. 문재인 대표 당선 이후 만난 적이 있나?
"직접 한 번 만났다. 내가 찾아뵈었다. 그 자리에서 당을 탈당하겠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탈당하라는) 시민의 요구가 있어서 고심 중이라고 말씀드렸다. 문 대표는 당 안에서 같이 해보자고 말했다."

"호남의 비전, 누가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

20여 년 동안 몸 담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4·29 재보궐 선거 무소속 출마(광주 서구을)를 결정한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16일 오전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몸 담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4·29 재보궐 선거 무소속 출마(광주 서구을)를 결정한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16일 오전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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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 정치의 부활을 강조했다. 과거 충청도의 자민련과 같이, 자칫 지역주의 정당을 세우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도 있다. 호남 정치는 어떤 의미인가?
"전혀 그런 뜻이 아니다. 호남 정치의 부활은 '호남 개혁정치의 부활'을 이야기하는 거다. '자구구국'의 길을 가지는 거다. 자신을 구하고 나라도 구하자는 뜻이다. 호남에는 자기를 희생하며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개혁을 이루려는 '호남정신'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시민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경제적으로 철저히 배제됐다. 사회적으로도 호남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이것을 극복하는 게 호남 사람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낙후와 소외를 극복하자는 것을, 지역패권주의로 매도하는 건 크나큰 오해다. 오히려 호남은 지역패권주의의 피해 지역이다. 호남의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정당을 만들고,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인물도 키워야 한다. 호남의 비전은 누가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 호남의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스스로 나서야 한다."

-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도 광주를 제외하고 여당이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개혁정치를 바라는 열망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것을 대변해줄 대안세력이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야당의 경쟁 상대는 박근혜 정부나 새누리당보다는 야당 자신이다. 우리를 변화시키고 쇄신해서 비전을 갖춘 정당이 돼야 한다."

- 이번 선거의 슬로건은 무엇인가? 
"'이대로는 안됩니다'이다. 거기에 '디호강정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해왔던 말인데 'D(디)'J정신 계승하여, '호'남정치 복원하고, '강'한 개혁야당 만들어서, '정'권교체 이룩하고, '정'의로운 통일복지국가를 만들자는 뜻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야당이 분열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작은 분열을 두려워할 때가 아니다. 너무나 엄중한 시기다. 전면적인 쇄신 없이는 가망이 없다. 그 점을 이해 부탁한다. 비록 탈당했지만 개혁과 진보를 바라는 지지자들을 떠난 것은 아니다. 잠시 당을 떠났을 뿐이다. 어떤 경우에도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과제 앞에서, 그 후 정의로운 통일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일까지 헌신할 것이다. 대의에 맞게 행동하겠다."

20여 년 동안 몸 담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4·29 재보궐 선거 무소속 출마(광주 서구을)를 결정한 천정배 전 법무장관.
 20여 년 동안 몸 담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4·29 재보궐 선거 무소속 출마(광주 서구을)를 결정한 천정배 전 법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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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천정배, #문재인, #재보궐, #새정치연합,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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