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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병교 앞에서 진행된 이명박 고발운동. 산책하는 중장년층의 관심이 높다.
 세병교 앞에서 진행된 이명박 고발운동. 산책하는 중장년층의 관심이 높다.
ⓒ 이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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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60대 이상 중·장년층 여론이 심상찮다. 그것도 부산에서 말이다.

지난달 27일 출범결의대회를 연 민주부산행동(가) 소속 회원 100여 명은 지난 15일 오후부터 부산 지역 8군데서 '국정원대선부정 총책임자 이명박 고발 시민서명 집중활동'을 진행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장·노년층의 참가와 관심이 두드러졌다. 민주부산행동은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30여 개가 모여 만든 단체다.

온천천 세병교로 산책을 나온 다수의 50, 60대 시민들은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주최 측이 틀어놓은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멘트를 유심히 들으며 서명판에 사인을 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한 노인은 이명박 가면을 보더니 "내가 이 놈과 맞짱이라도 뜨고 싶은 기분인데 내 성정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 참는다"면서 "나라 말아먹은 놈은 감옥에 가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발운동을 지켜보던 50대 여성 두 명은 "지도자를 잘 뽑아야 나라가 편안할 텐데 이게 무슨 일이냐"면서 "대통령부터 거짓말을 밥 먹 듯했는데 밑에 있는 사람들은 오죽했겠냐"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

경북 출신이고 70대라고 밝힌 한 남성은 "내가 이명박을 뽑았는데 지금은 이 손목을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격한 발언과 함께 서명을 한 뒤 발길을 옮겼다. 그러나 잠시 후 돌아와서는 "이명박 때문에 박근혜가 힘들잖아, 이 놈 빨리 잡아넣어야 돼"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평소 세병교에서 다양한 실천과 서명을 벌여온 부산여성회 회원 장아무개(48)씨는 "세월호 서명을 받을 때도 나이 드신 분들은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장·노년층의 이런 격한 반응은 처음"이라며 신기해 했다.

"같은 민족끼리 종북이 어디 있냐?"

이명박 고발 설명을 듣던 70대 여성이 조용히 서명하는 모습
 이명박 고발 설명을 듣던 70대 여성이 조용히 서명하는 모습
ⓒ 이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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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입구에서 등산객들을 상대로 이명박 고발 서명을 받은 대학생들은 중장년층의 다양한 반응에 놀랐다.

주최측이 어디인지를 묻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60대 한 등산객은 대학생들이 휴일에 나왔다고 하니 "이런 운동 가지고 되겠냐? 옛날에는 이 정도 되면 대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와서 크게 한판 했을 텐데 요새는 왜 이렇게 패기가 없냐"라고 꾸짖었다. 이어 "같은 민족끼리 종북이 어디있냐? 요새 어떤 세상인데 그런 것이 먹힐 것이라고 보냐?"라고 박근혜 정부의 공안몰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중장년층이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중장년층이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 이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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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의 한 등산객은 "운동을 좀더 대중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신의 의견을 주고 싶다고 주최측 연락처를 받아가기도 했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나왔다는 60대 여성은 "수고가 많다"면서 커피나 뽑아 먹으라고 2천 원을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이외에도 차를 타고 지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시민도 있었고, 큰 박수를 쳐주며 파이팅하라는 등산객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서명운동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민도 있었다. 트럭에서 과일을 팔던 60대 여성은 "이명박한테 뭐라고 하기 전에 문재인에게 가서 좀 뭐라 해라"며 야당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서면과 경성대 앞에서 고발운동을 진행한 민주수호부산연대 회원들은 의외로 젊은층의 호응이 적어 난감해 하기도 했다. 고발운동에 참여한 배아무개(40)씨는 "젊은층의 참여가 폭발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장년층의 열기가 높고 20대는 무관심한 듯해 놀랐다"며 "이명박의 4대강 문제는 좀 오래된 이야기고, 부정선거나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은 잘 몰라서 그런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분노로 들썩이는 부산 중장년층 민심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현재 이명박에 대한 부산지역 중·장년층의 분노가 격한 수준으로 올라갔고 전 정권의 잘못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현 정권에 대한 분노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보수층'이라고 일컬어지는 부산지역 중·장년층의 이 같은 민심은 최악의 경제상황, 뒷걸음치는 민주주의, 종북몰이 등 1970, 80년대로 회귀하는 것에 대한 반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것이 박근혜 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면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박근혜를 지지한 중·장년층의 변화된 민심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한 회원이 광복로에서 피켓을 들고 이명박 고발운동을 홍보하고 있다.
 한 회원이 광복로에서 피켓을 들고 이명박 고발운동을 홍보하고 있다.
ⓒ 이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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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명박고발운동, #이명박, #박근혜, #중장년층여론,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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