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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사진은 지난해 8월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의 모습.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사진은 지난해 8월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의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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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교육부장관의 새 교육정책 추진으로 인해 대학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그 단초는 지난 1월 22일 대통령 업무보고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육부는 '산업수요 중심의 정원조정 선도대학' 사업 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은 산업수요 중심으로 이공계 정원을 늘리는 대학에 예산을 대폭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황 장관은 1월 23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사회적 수요와 대학이 양산하는 졸업생이 양적, 질적으로 매치가 되지 않는데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며 "지금처럼 모든 대학이 인문대학으로 하면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뒤, 한 성과보고회의에 참석해 "우리도 이제 취업을 중심으로 교육제도를 재조정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관련기사: 황우여 교육부 장관 "독문과 취업 얼마나 되나..인문대·사범대 정원 감축")

그러나 '사업계획이 지나치게 산업계 중심'이라는 반발이 일자, 교육부는 지난 2월 4일 사업 명칭을 '산업수요 중심의 정원조정 선도대학'에서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으로 바꿨다. 또한 "특정 학문을 대상으로 당장, 구조개혁을 추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회 수요에 따라 유연성과 탄력성 있게 변할 수 있게 유도해 나간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황우여 장관의 교육실험 최전선 '중앙대'

지난해 8월 25일,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중앙대를 방문해 ‘중앙대학교 제도개혁 우수사례 발표 및 고등교육 정책’에 관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황 장관 및 교육부 관계자 4명, 박용성 이사장, 이용구 총장 및 부총장단, 그리고 각 행정부서장과 총학생회장 등 학생 10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8월 25일,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중앙대를 방문해 ‘중앙대학교 제도개혁 우수사례 발표 및 고등교육 정책’에 관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황 장관 및 교육부 관계자 4명, 박용성 이사장, 이용구 총장 및 부총장단, 그리고 각 행정부서장과 총학생회장 등 학생 10명이 참석했다.
ⓒ 중앙대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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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황 장관의 교육정책은 실제 대학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그가 장관 취임 후 가장 먼저 방문한 대학은 바로 중앙대학교였다. 그는 중앙대 박용성 이사장, 이용구 총장 등과 함께 한 자리에서 "한발 앞서는 정책 등으로 대학 경쟁력 제고에 앞장서고 있는 중앙대학교와 앞으로 정책을 공유하고 싶다"며 동료의식을 다졌다.

결국 중앙대 본부는 교육부 정책에 호응했고, 지난해 8월 28일 구조조정 추진 계획을 밝혀 논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월 26일, 소위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전격 발표하면서 대학사회가 본격적인 논란에 휩싸였다.

황 장관의 대학 교육정책과 대학 당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중앙대가 자연스럽게 황 장관 교육정책의 최전선이 된 셈이다.

성동격서(聲東擊西)는 <한비자(韓非子)>에 등장하는 계책이다. "동쪽을 공격한다고 떠든 뒤 서쪽을 친다"는 말로, 적을 헷갈리게 만들어 허를 찌른다는 뜻이다. 지금 중앙대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와 닮지는 않았을까?

중앙대 구조조정 계획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학과제를 폐지하고 '전공선택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기존 학생 모집 방식이 학과별 모집 정원을 보존해 모집하는 것이었다면, 내년부터는 학과가 아닌 단과대별로 신입생을 모집한 뒤 2학년 2학기부터 학생이 전공을 선택하게 한다. 따라서 전공선택 과정에서 '쏠림현상'을 피할 수 없고, 취업이 잘 안 되는 기초학문은 고사(枯死)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앙대 본부는 계획안에 '학생중심 교육혁신'이라는 슬로건을 붙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홍보를 진행해 왔다. 학생들 입장에서 '성동격서'를 떠올릴 만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꾸준히 강조된 가치는 '사회적 수요'와 '경쟁력'이다. 심지어 신자유주의 성향의 세계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측정한 '대학의 경쟁사회 부합도 순위'를 통해, 대학의 존재의의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결국 실질적 중심은 황 장관이 강조한 '산업수요'와 중앙대 본부의 교육철학인 '경쟁사회 부합'에 있지, 학생에게 있다고 보기 어려워지는 대목이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이와 관련 한국대학학회 윤지관 회장은 "학문에 대한 고려 없이 수요·공급에 따라 대학 정원과 학과 존속을 결정하는 건 철저한 시장 논리"라며 "결국 중앙대가 계속해서 시행해 온 학과 통폐합의 연장선"이라고 논평했다(실제로 2008년 두산그룹 인수 이후, 중앙대는 경쟁력을 이유로 2010년 18개 단과대를 10개로 줄이고 77개 학과를 46개로 통폐합했다. 또한 2013년에는 비교민속·아동복지·가족복지·청소년학과를 폐과시킨 바 있다).

학생의 절박함은 자극, 교수집단은 공개적으로 비난
중앙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본부의 학사 학부구조 선진화 계획(안)에 대한 찬반 투표의 결과를 발표했다. 투표는 마크로밀엠브레인의 대행을 통해, 스마트폰과 이메일 응답을 병행한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다. 투표대상자는 교수회의 의결권이 부여되지 않는 별정제 전임교원, 강의전담교수, 연구전임교수 및 산학협력중점교수 138명과 총장(별정제)을 제외한 864명이었으며, 그 중 555명이 찬성 또는 반대 의사를 표명해 64.2%의 참여율을 보였으며, 반대의사를 표명한 투표자는 513명으로 전체 투표자의 92.4%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본부의 학사 학부구조 선진화 계획(안)에 대한 찬반 투표의 결과를 발표했다. 투표는 마크로밀엠브레인의 대행을 통해, 스마트폰과 이메일 응답을 병행한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다. 투표대상자는 교수회의 의결권이 부여되지 않는 별정제 전임교원, 강의전담교수, 연구전임교수 및 산학협력중점교수 138명과 총장(별정제)을 제외한 864명이었으며, 그 중 555명이 찬성 또는 반대 의사를 표명해 64.2%의 참여율을 보였으며, 반대의사를 표명한 투표자는 513명으로 전체 투표자의 92.4%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중앙대 교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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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계획안을 놓고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첨예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교수협의회 측은 지난 12일 본부 계획안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했다(관련기사 : 중앙대 교수들 구조조정 찬반투표... 반대 92.4%). 결과는 92.4% 반대였다. 투표를 주관한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사태는 중앙대만의 문제를 넘어 모든 한국 대학이 직면한 현안"이라며 "취업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교육부의 근시안적 정책 때문에 대학이 '취업학원'으로 전락할 위기에 몰려 있다"고 논평했다.

이에 중앙대 홍보팀은 학내 커뮤니티에 상단고정게시물을 올려 "투표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투표자 명단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설득력 있다"고 비대위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대학 본부 측의 '학생중심 교육혁신' 홍보 마케팅과 교수협의회의 투표결과 발표, 총학생회의 입장발표 속에서 학생사회는 큰 혼란에 빠졌다. 현재 학생들은 대자보를 게시 하거나 1인 시위를 하기도 하고, SNS와 (학교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등에서 찬반 의견을 표출하며 갑론을박 중이다.
 대학 본부 측의 '학생중심 교육혁신' 홍보 마케팅과 교수협의회의 투표결과 발표, 총학생회의 입장발표 속에서 학생사회는 큰 혼란에 빠졌다. 현재 학생들은 대자보를 게시 하거나 1인 시위를 하기도 하고, SNS와 (학교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등에서 찬반 의견을 표출하며 갑론을박 중이다.
ⓒ 하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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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앙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구조조정 계획안에 대한 학생 총투표를 오는 18일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총학측이 총투표 이전에, 교수 비대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입장을 내고, 본부 측 계획안에 대해 일부 공감한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일부 학과 학생회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갈등의 축이 교수-학생과 학생-학생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경쟁력'을 강조하며 '학생중심 교육혁신'이라고 홍보 마케팅을 진행하는 한편, 교수 집단에 대한 공개적 비난을 병행하는 중앙대 본부의 행보가 마치 중원을 차지하고서 주변부로 밀려난 유목민족들끼리 싸움을 붙여 이득을 취한다는, 당 태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고사를 생각나게 하는 것은 단지 기분 탓일지 모른다.

어쨌든, 이처럼 황 장관의 교육정책 '최전선'인 중앙대에서는 대학 구조조정을 놓고 구성원들 사이에 큰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또 그 논란은 한국 대학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학사회가 과연 인정투쟁을 통해 경쟁중심 사고를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얻어낼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태그:#중앙대학교, #중앙대, #이용구, #황우여, #대학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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