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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려나간 나무들.
 잘려나간 나무들.
ⓒ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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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섬' 가꾸기와 함께 이낙연 전남도지사가 전남의 미래를 위해 '10년 로드맵'을 발표하고 적극 추진 중인 또 하나의 시책은 '숲속의 전남 만들기'다. '가고 싶은 섬' 가꾸기에 2600억 원의 예산을 투자하는 데 비해 '숲 속의 전남' 만들기에는 그 두 배가 넘는 5300억 원의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남도지사가 숲 가꾸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증표다.

하지만 자투리 땅 하나에도 나무를 심겠다는 전남도지사의 뜻과는 반대로 숲을 파괴 중인 전남도 산하 기관이 있다. 바로 전남도립 완도 수목원이다. 완도 수목원은 전라남도 완도읍 장좌리 도유림 112ha에 자연 휴양림을 조성 중이다. 지난 9일 오후 완도 수목원 자연 휴양림 공사 현장을 찾았다.

휴양림 만든다더니... 공사로 몸살 앓는 자연들

공사 현장.
 공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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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휴양림 공사 현장
 자연 휴양림 공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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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수목원은 국민에게 '휴양 공간'을 제공하고 '산림 교육장'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자연 휴양림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 예산만 50여억 원이다. 이 과정에서 어느 기관보다 숲 지키기에 앞장서야 할 완도 수목원은 거목들을 잘라내고 기암 괴석을 마구잡이로 파괴했다.

924.3m²(279평)의 대지를 확보한 뒤 펜션 10동과 관리사 겸 산림복지문화센터 1동 등을 짓기 위해 수백 평의 숲을 파괴한 것이다. 새로운 숲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도 모자랄 완도 수목원이 50억 원이나 되는 혈세를 낭비하며 숲을 파괴하고 있으니 참으로 기막힌 일이다. 환경영향평가는 세부적으로 제대로 한 것인지, 인·허가는 어떻게 가능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펜션 단지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완도의 주산이자 성산인 상황봉 약수터 부근의 산 중턱이다. 그 바로 아래는 완도군민의 식수 공급처인 상수원이 있다. 펜션 단지가 들어서면 이용객이 버린 오·폐수로 상수원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동행한 박남수 완도신문 편집국장에 따르면 완도군민 대다수는 이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고 한다. 군민들을 위한 공청회나 설명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펜션 단지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완도의 주산이자 성산인 상황봉 약수터 부근의 산중턱이다. 그 바로 아래는 완도군민의 식수 공급처인 상수원이 있다
 펜션 단지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완도의 주산이자 성산인 상황봉 약수터 부근의 산중턱이다. 그 바로 아래는 완도군민의 식수 공급처인 상수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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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현장 주변의 표지판
 공사 현장 주변의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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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개요 안내 표지판
 공사 개요 안내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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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헤쳐진 땅, 잘려나간 나무들, 부서진 바위들. 어수선한 공사 현장 근처의 완도 수목원이 세워둔 '난대림 보고 완도 수목원'이라는 간판이 처량해 보였다. 거목들이 마구잡이로 잘려나간 숲에는 또 '황칠나무 희귀종 동백 불법 채취 시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경고 플래카드가 공허하게 나부끼고 있다. 이미 파괴된 수백 평의 숲 속에 있던 동백이나 황칠나무는 몇 그루쯤 될까.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 탓인지 공사는 멈춰 있었다. 산을 파헤치고, 바위를 깨고, 터 닦기 작업을 하던 굴착기 두 대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펜션 건물이 들어설 자리에 서면 완도 앞바다와 섬들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최고의 전망이다. 산 아래 평지들도 많은데 완도 수목원이 굳이 이 깊고 높은 산중에 휴양림 단지를 조성하려 했는지 짐작이 간다.

검은 망 속의 벌목된 나무들
 검은 망 속의 벌목된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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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망을 들쳐보니 잘려나간 거목들이었다. 동행인 완도신문 박남수 편집국장이 끌어안으니 서너 사람이 달라붙어도 다 품지 못할 만큼 거목이다.
 검은 망을 들쳐보니 잘려나간 거목들이었다. 동행인 완도신문 박남수 편집국장이 끌어안으니 서너 사람이 달라붙어도 다 품지 못할 만큼 거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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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망 속의 벌목된 나무들
 검은 망 속의 벌목된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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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에는 건물을 짓기 위한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거대한 바위들은 잘게 부서져 터를 다지는 재료로 쓰이고 있었다. 이미 베어낸 나무들은 어디론가 운반됐고 일부 작은 나무들은 톱으로 곱게 잘려 쌓여 있다.

검은 망으로 덮인 나무들도 있다. 검은 망을 들춰보니 잘려나간 거목들이었다. 동행한 완도신문 박남수 편집국장이 끌어안으니 서너 사람이 달라붙어도 다 품지 못할 만큼 거목이다. 수목을 보호하고, 지키며 연구한다는 완도 수목원에서 벌인 일라고 믿기지 않는다.

휴양림 조성으로 이미 숲이 파괴된 것도 문제지만, 이후 더 많은 숲이 파괴될 것이 더 큰 문제다. 완도읍내 장좌리 대로변에서 공사 현장까지 오는 길은 작은 임도뿐이다. 편도 1차선 도로이니 이용객의 차량 통행을 가능하게 하려면 도로 확장 공사를 하고 포장도 해야 한다. 도로 공사를 위해 잘려나갈 나무들이 또 얼마나 많을지 불 보듯 훤하다.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지해야 마땅한 이유다.

파헤쳐진 땅, 잘려나간 나무들, 부서진 바위들
 파헤쳐진 땅, 잘려나간 나무들, 부서진 바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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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수목원 측 "최대한 훼손 없도록 노력하겠다"
완도 수목원 시설 운영 담당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사 부지의 터를 닦으려면 부득이하게 옮길 수밖에 없는 나무들, 동백나무 30주 정도는 완도군 나무 은행에 기증했다"며 "도저히 이식할 수 없는 어린 치수 같은 나무들은 어쩔 수 없이 벌목했는데 버린 건 아니고 목공예 연구실 운영 등 체험 프로그램에 활용하도록 조처했다"고 답했다.

공사 상황에 대한 군민 대상 설명회가 부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선 "주변 지역의 이장님을 12일 뵙고 설명 드렸다. 농번기를 피해 마을 총회 등 날짜를 잡아주시면 저희가 설명 드리겠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오·폐수 유출에 관한 우려에 관해서는 "전문가의 자문도 구했고, 개별동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한꺼번에 고농도 정화해서 정리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개발이냐, 보존이냐 이런 차이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물론 환경적 측면을 의식하지 않을 순 없지만 자연 휴양림 등이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저희도 공사를 하면서 가급적 존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훼손을 최소화 하려고 한다. 보존을 위한 노력, 그 점에 대해서는 저희도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 조혜지 기자



태그:#완도, #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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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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