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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사건 수사기록 공개 신청(3차) 접수증.
 박종철 사건 수사기록 공개 신청(3차) 접수증.
ⓒ 서기호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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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박종철 고문치사-축소·은폐 사건(아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기록 공개 요청을 또다시 거부했다.

박종철 열사의 친형 박종부씨가 지난 5일 세 번째로 수사기록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11일 서울대 후배인 하종문(서울대 인류학과 1학년)씨 공판기록만 박씨에게 공개했다. 지난달 17일과 5일에 이어 세 번째 공개 거부다.

박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박상옥 후보자가 1987년 6월 27일 열린 1차 재판의 증인으로 나온 하종문씨를 심문한 기록만 공개했다"라고 전했다.

2월 27일과 3월 5일, 11일 핵심 수사기록 공개 연달아 거부

박종부씨는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검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기록 공개를 신청했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동생 사건의 수사검사였다는 사실을 알고 부실수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고문치사 혐의 경찰관 5인(조한경, 강진규, 황정웅, 반금곤, 이정호)과 범인도피 혐의 경찰 간부 3인(박처원, 박원택, 유정방),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과 관련한 재판확정기록 전체를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달 17일 고문치사 혐의 경찰관 5인과 범인도피 혐의 경찰 간부 3인의 사건기록 가운데 증거목록과 공소장, 공판조서(피고인 심문 조서) 등 일부만 공개했다. 고문 경찰관 5인의 신문조서와 자술서, 참고인 진술서, 수사보고서 등 핵심적인 수사기록은 공개하지 않았다.

▲ 사건관계인의 명예와 사생활 침해 ▲ 소송관계인의 기록공개 부동의 ▲ 수사기관 내부문서 ▲ 법원에 제출되지 않거나 증거능력이 없어 재판 중 증거로 사용하지 않은 서류 등이 그 이유였다.

박씨는 2월 26일 2차로 수사기록 공개를 신청했다. 1차 신청 때 받은 '증거목록'을 참조해 작성한 2차 신청자료에는 고문치사 혐의 경찰과 범인도피 혐의 경찰 간부들의 피의자 신문 조서와 진술 조서, 증인 신문 조서, 검찰 실황 조사서, 검찰 검증 조서, 자술서 등이 포함됐다.

그런 가운데 이상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지난 5일 "신청한 부분이 많은데 공개 허용 여부를 검토해서 법률상 허용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공개를 허용하겠다"라고 말했다. 1차 신청 때에 비하면 꽤 전향적인 발언이었지만 또다시 유족들의 기대는 무너졌다. 검찰은 이상호 2차장의 발언이 있었던 날 박씨가 신청한 자료의 '일부'만 공개했다.

검찰은 "기록의 공개로 인하여 국가의 안전보장, 선량한 풍속, 공공의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고, (신청한 자료는) 수사기관의 내부문서로 소송기록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같은 날(5일) 야당의 비판이 거세게 쏟아졌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개인정보 위험이 있다며 내놓지 않고 있는데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검찰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검찰 출신 대법관 지키기'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질타했다.

박종철 사건 수사기록 공개 1차 신청에 검찰이 유가족에게 보낸 '거부 이유서'.
 박종철 사건 수사기록 공개 1차 신청에 검찰이 유가족에게 보낸 '거부 이유서'.
ⓒ 전해철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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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업회가 공개한 자료조차 공개 못한다? 

박씨는 바로 이날 3차로 수사기록을 신청했다. 증거목록에는 있었지만 2차 신청 때는 신청하지 않았던 자료들이 포함됐다. 그는 자료를 신청한 사흘 뒤(9일)에 검찰쪽의 요청에 따라 검찰쪽 인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 동석했던 한 인사에 따르면, 검찰쪽 인사는 "사실확인이 신청목적이라면 다른 사건처럼 수사 과정에서 형성된 증거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라며 "다른 사건과 다르게 취급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관행이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예고한 대로 검찰은 11일, 3차로 신청한 자료 가운데 극히 일부 자료만 박씨에게 공개했다. 박상옥 후보자가 지난 1987년 6월 27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공소유지 검사로서 증인으로 나온 하종문씨를 심문한 내용의 자료였다. 다른 자료들의 공개를 거부한 이유는 역시 공공복리와 국가안전보장, 선량한 풍속, 사건관계인들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검찰이 일관되게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자료는 경찰(치안본부)과 검찰에서 작성되고 재판에 제출된 수사기록들이었다. 지난 6일 긴급차단하긴 했지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그동안 고문경찰관 피의자 신문 조서가 포함된 1·2차 수사기록을 공개해왔다는 점에서 검찰이 세 차례나 자료 공개를 거부한 것은 '그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박씨의 자료 신청을 도왔던 서기호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검찰은 수사기록이 수사기관의 내부문서라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유가족은 증거목록을 기초로 공판에서 증거로 채택된 증거기록의 열람과 등사를 신청했다"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공개된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어 공판장에서 증거조사가 이루어진 증거자료는 검찰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엄연히 소송자료다"라며 "수사기관의 내부문서로 소송기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검찰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또한 검찰은 수사기록 공개가 공공복리를 해친다고 주장하는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우리나라 민주화에도 크게 기여한 사건이다"라며 "이런 사건기록의 공개가 국가의 안전보장, 선량한 풍속, 공공의 질서유지 등을 전혀 해할 우려가 없고 오히려 기록을 공개해 사건의 실체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부합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은 기록의 공개가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는데, 검찰이 열람과 등사를 허용한 공판조서에도 사건관계인, 참고인들의 진술내용이 나온다"라며 "검찰이 공판조서를 공개한 상황에서 경찰과 검찰 단계에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 조서, 진술 조서, 수사보고서 등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그런 사유를 주장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고문경찰관 5인과 관련된 검찰측 증거목록.
 고문경찰관 5인과 관련된 검찰측 증거목록.
ⓒ 서기호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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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종철, #박종부, #박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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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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