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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씨가 고로쇠 수액을 통에 담고 있다. 미선씨는 지리산 피아골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전통식품을 만들고 있다. 마을의 이장도 맡고 있다.
 미선씨가 고로쇠 수액을 통에 담고 있다. 미선씨는 지리산 피아골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전통식품을 만들고 있다. 마을의 이장도 맡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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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상이 아주 여려 보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할수록 딴판이었다. 형광등을 갈아 끼우는 건 기본이었다. 수도를 고치고 막힌 하수구를 뚫었다고 했다. 나무를 하고 지게질도 해봤다고 했다. 엔간한 톱질도 다 한단다.

"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산골이잖아요. 여기가. 기술자를 불러도 곧장 올 수도 없는 거리고요. 기술자를 기다리는 동안 하나씩 해본 것이었는데, 어렵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기술자 안 불러요."

김미선(29)씨의 말이다. 미선씨는 지리산 피아골에서 살고 있다. 피아골에서도 가장 골 깊은, 연곡사 위 직전마을에서 산다. 지리산과 구례에서 얻은 것으로 장류와 절임식품, 발효식품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고로쇠 수액을 이용한 된장과 간장, 청국장을 담근다. 비비추와 엄나무, 머위, 녹차 등을 이용한 장아찌도 무친다. 오미자, 솔잎, 매실, 개복숭아 등을 이용한 진액(엑기스)도 있다. 모두 20여 종에 이른다. '지리산 피아골식품'이란 상표를 붙여 내놓는다. 공장에 '김미선 전통식품연구소'란 간판도 달았다. 지금은 고로쇠 수액도 직접 채취한다.

"부모님이 식당과 민박업을 하시는데요. 어려서부터 어깨 너머로 배우고, 도우면서 배웠어요. 동생들(지혜, 애영)도 돕고 있고요. 현장 판매가 대부분이에요. 인터넷으로도 팔고요. 아직은 매장에 들어갈 만큼의 생산량이 안 돼요."

미선씨의 얘기다. 그녀는 앞으로 전통식품 생산량을 크게 늘리고 장기적으로 수출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 2일 미선씨를 만났다.

미선씨가 집앞 장독대에서 항아리의 뚜껑을 열다가 자세를 취했다. 미선씨의 집은 지리산 피아골 계곡 가에 자리하고 있다.
 미선씨가 집앞 장독대에서 항아리의 뚜껑을 열다가 자세를 취했다. 미선씨의 집은 지리산 피아골 계곡 가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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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피아골의 직전마을회관. 주민들이 모두 음식점을 운영하는 데다 고로쇠 수액 채취철이어서 텅 비어 있다.
 지리산 피아골의 직전마을회관. 주민들이 모두 음식점을 운영하는 데다 고로쇠 수액 채취철이어서 텅 비어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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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씨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고향 피아골로 돌아왔다. 지금은 직전마을의 이장을 맡고 있다. 마을사람들의 신임을 얻어 4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재선' 이장이다. 직전마을에는 30여 가구 60여 명이 살고 있다. 모두 식당이나 민박업을 하고 있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애인 삼아서 살아요. 제 꿈도 여기서 펼칠 거고요. 마을 어르신들이 다 같이 잘 사는 게 꿈이에요. 마을 어르신들이 어려서부터 친구 아빠였고 엄마였고 삼촌들이었거든요. 다 한 식구로 살았어요. 그 꿈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것이고요."

미선씨의 말이다. 마을이 관광지로 바뀌면서 주민들끼리 크고 작은 다툼이 생겨 그녀의 마음이 아팠다. 예전처럼 평화로운 마을을 그렸다. 마을이장을 맡겠다고 나선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오는 미선씨. 그녀가 마을에서 가까운 곳을 오갈 때 귀중한 교통수단으로 쓰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오는 미선씨. 그녀가 마을에서 가까운 곳을 오갈 때 귀중한 교통수단으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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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모두 관광업을 하고 있어요. 이해관계가 얽혀있죠. 마음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이장이 되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절충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조금씩만 서운하도록이요. 어르신들도 많이 도와주시고요."

미선씨의 철학이다. 그녀는 마을의 소소한 일까지 꼼꼼히 챙겼다. 크고 작은 민원 처리는 물론 시설 보수도 직접 했다. 마을 가꾸기에도 적극 나섰다. 주민들의 장점을 살려서 다 같이 잘 사는 방법을 찾고 있다. 녹차, 벌꿀, 약초, 고로쇠 등 특산품을 앞세운 체험마을 사업도 구체화시키고 있다.

전통식품을 만드는 본연의 일에다 이장의 소임까지 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는 나날을 보내는 미선씨다.

지리산 피아골 계곡과 어우러진 김미선씨의 집. 계곡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지리산 피아골 계곡과 어우러진 김미선씨의 집. 계곡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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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씨 집 앞으로 흐르는 지리산 피아골 계곡. 경칩이 지나면서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지리산 계곡은 아직 겨울에 머무는 듯하다.
 김미선씨 집 앞으로 흐르는 지리산 피아골 계곡. 경칩이 지나면서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지리산 계곡은 아직 겨울에 머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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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생각 안 해요. 제가 잠을 조금만 덜 자면 되거든요. 제가 행복한 일이고, 마을주민 모두가 잘 사는 일인데요. 제 꿈을 이루는 일이기도 하고요."

미선씨의 말이다. 자신이 잠을 적게 잘수록 꿈도 빨리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 덕분인지 미선씨가 이장을 맡은 뒤 마을에서 군청에 제기된 민원이 한 건도 없었다. 이장으로서 그녀가 느끼는 자부심이다.

"산골 생활이 좋아요. 여유도 있고요. 다른 사람들은 쉬려고 일부러 찾아오잖아요. 근데 저는 여기서 살아요. 그만큼 좋은 환경이에요. 시내에 나가는 것도 1시간이면 충분하고요. 대도시에서도 영화 보려면 1시간 정도 나가잖아요. 그런 불편 못 느끼고 살아요."

미선씨의 말이다. 그녀는 산골이지만 고정관념만 버리면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고 했다. 깨끗한 환경에서 여유 있는 생활을 누리는 것도 행복이라고 했다. 대학에 다니는 동생 지혜(26)·애영(21)씨도 졸업하면 들어와서 다시 뭉치기로 했다. 동생들은 겨울방학 내내 같이 살았다.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매주 금요일이면 찾아온다.

신세대 이장 미선씨 세 자매가 산골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리산 피아골도 톡톡 튀며 젊어지고 있다.

김미선씨가 자신이 만든 전통식품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어려서부터 식당을 하는 어머니의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 많지 않은 나이에도 전통식품을 만들게 된 계기라고 했다.
 김미선씨가 자신이 만든 전통식품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어려서부터 식당을 하는 어머니의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 많지 않은 나이에도 전통식품을 만들게 된 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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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미선, #직전마을, #마을이장, #피아골,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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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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