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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웅대한 자연문화유산, 낀따마니(Kintamani) 화산은 발리섬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화산활동으로 유명한 인도네시아에서도 이 낀따마니 지역은 살아있는 활화산으로 유명한 곳이다. 발리를 짧은 일정으로 단체여행을 오는 여행자들은 많이 들르지 않는 장소이지만, 발리의 살아있는 자연을 그대로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우리는 우붓(Ubud)에서 차를 타고 낀따마니를 향했다. 차가 1시간 이상을 달린 후 높은 언덕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언덕길 정상에서 낀따마니의 웅대한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낀따마니 화산지대의 바뚜르(Batur) 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 언덕에서는 바뚜르 산을 포함한 낀따마니 화산지대가 눈 앞에 광활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바뚜르 화산을 볼 수 없는 날도 있다고 하는데 오늘 내 눈 앞의 바뚜르 산은 전혀 거침없이 높은 산 정상을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살아 숨 쉬는 활화산의 전경이 펼쳐진다.
▲ 낀따마니 바뚜르산. 지금도 살아 숨 쉬는 활화산의 전경이 펼쳐진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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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따마니 화산지대의 바뚜르 산 정상은 높이가 1460m에 이를 정도로 높은 편이다. 발리 친구, 아롬의 설명에 따르면 바뚜르 산은 두 번에 걸쳐서 엄청난 화산 폭발이 있었다고 한다. 아롬이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설명을 한다.

"저쪽에 최근 화산폭발로 산 아래가 아직도 온통 화산재로 덮여있는 곳이 보이죠? 첫 화산폭발이 1804년에 있었고, 최근에는 1968년에 화산폭발이 있었지요. 그 사이에도 크고 작은 화산용암 분출이 있었지요. 저곳은 아직도 큰 나무들이 자라지 못하고 있어요."

아롬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이 지대는 지금 봐도 검은 용암이 축적된 죽음의 땅같이 보인다. 산 밑에 자리한 작은 마을 바로 앞까지도 용암의 검은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다. 검은 용암대지를 가르고 이어진 작은 길에 가끔씩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들이 한 대씩 지나가고 있다. 용암의 습격으로 울창한 숲은 사라져 버렸지만 해마다 작은 풀들이 새롭게 싹을 틔우고 자라나고 있다. 작은 풀들이 자라고 있는 검은 용암대지를 보면서 자연의 순리를 대하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낀따마니의 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바뚜르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다.
▲ 바뚜르 호수. 낀따마니의 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바뚜르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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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뚜르 산 오른편으로는 화산 폭발로 생긴 바뚜르 호수가 넓고 잔잔하게 펼쳐져 있다. 화산지형의 칼데라 호수들이 아름답게 다가오는 이유는 화산폭발 당시에 용암이 터져 나가고 땅이 꺼진 자리에 아름다운 호수들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런 칼데라 호수는 백두산 천지와 같이, 고도 상으로 아주 높은 고산지대의 산 안에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은 호수를 품고 있어서 그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바뚜르 호수는 발리의 더운 열대기후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항상 비슷한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신앙심이 깊은 발리의 힌두교인들은 바뚜르 호수가 신기하게도 같은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신들이 그 수위를 조절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호수 둘레가 워낙 넓고 바뚜르 산이 아직도 살아있는 활화산이어서 호수 주변까지 접근하는 여행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두리 양식업으로 물고기를 기르는 작은 양식장이 호숫가에 드문드문 눈에 띌 뿐이다.

전망대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거침없이 시원하다.
▲ 전망대 정자. 전망대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거침없이 시원하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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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는 이 언덕 정상에서 계단 한 층을 내려가자 낀따마니 산이 가장 잘 보이는 포인트에 작은 철제 정자가 있다. 이 정자 안에는 낀따마니의 총천연색 지형도와 함께 낀따마니의 화산지형이 어떻게 비롯되었는가에 대한 친절한 설명문이 붙어 있다. 마치 화려하게 컬러 프린트된 잘 만들어진 백과사전을 보는 듯한 안내도이다.

낀따마니 바뚜르산의 자연유산을 자랑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 낀따마니 안내문. 낀따마니 바뚜르산의 자연유산을 자랑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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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육각정의 각 면마다 붙어 있는 낀따마니 안내도에는 낀따마니 산 아래에 자리한 바뚜르 사원과 같은 문화유산, 이곳에서 자라는 식물, 그리고 원숭이들의 생활상이 담겨 있다. 안내도를 보고 있으면 낀따마니의 바뚜르 산 인근 여행만 해도 하루가 부족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산지형의 풍부한 자연환경을 며칠 머무르면서 샅샅이 둘러보고 싶은 욕망이 마음 속에서 일어난다.

낀따마니의 전망대에 선 발리인들도 놀라운 전경에 감탄한다.
▲ 낀따마니 전망. 낀따마니의 전망대에 선 발리인들도 놀라운 전경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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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주변의 과일가게와 선물가게들을 구경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낀따마니 지역이 다른 지역과 다른 특이한 모습이 눈에 띈다. 발리는 워낙 오토바이가 많이 운행되는 오토바이의 섬인데, 이 고산지대에 잔뜩 모양을 꾸민 오토바이가 유독 많이 보이는 것이다.

고산지대인 이곳의 과일은 발리 남부의 과일과는 조금 다르다.
▲ 낀따마니 과일상. 고산지대인 이곳의 과일은 발리 남부의 과일과는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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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눈에 띄는 것은 이 오토바이를 주차시켜 놓고 오토바이 좌석에 걸터앉아 있는 개성 강한 발리인들이다. 복장도 자유로운 영혼임을 알려주고 있는 이들은 오토바이를 사랑하는 오토바이 매니아들이다. 이들은 낀따마니 고산지대를 오토바이로 오르내리면서 속도를 즐기는 오토바이족들인 것이다. 이러한 오토바이 문화는 발리에 오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발리의 새로운 문화이다. 

이 고산지대에는 오토바이를 즐기는 오토바이 매니아들이 모인다.
▲ 오토바이족. 이 고산지대에는 오토바이를 즐기는 오토바이 매니아들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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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낀따마니의 화산지대를 여유있게 조망하기 위해서 전망대가 있는 식당을 찾아보았다. 바뚜르 산을 바라보는 방향에는 몇몇 큰 식당들이 들어서서 화산지대를 향한 탁 트인 전망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나는 차분하게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면서 바뚜르 산과 바뚜르 호수를 바라보기로 했다. 나는 산을 제대로 쉬면서 감상하기 위해서 이 식당에서 쉬어가는 시간도 넉넉하게 잡았다.

이 주변의 지리는 익숙하지 않고 식당들이 많지 않아서 발리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한 식당을 정하고 찾아갔다. 나와 아내는 구아난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발리 현지의 다양한 음식을 현지 뷔페식으로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레스토랑에 들어서자마자 바뚜르 산의 전경이 마치 아이맥스 영화관의 전경처럼 꽉 차게 들어온다.

누구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이 식당이 바뚜르 산을 바라보는 최고의 전망대임을 알 수 있다. 나는 인도네시아식 뷔페에서 여러 음식을 담아 와서 바뚜르 산을 바라보며 식사를 했다. 식당의 다양한 인도네시아 음식은 양이 많지만 맛은 평범하고 깊은 맛은 없다. 나는 망고 주스를 주문해서 천천히 주스를 음미하여 주변을 돌아보았다. 망고 주스는 망고를 간 원액 그대로 담아 온 듯 주스의 농도가 아주 높다. 주변은 세계 각국의 인종 전시장인양 발리 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화산지대를 관람하고 있다. 나는 식사를 하면서 눈 앞의 풍광을 즐겼다.

망고를 그대로 담아온 듯 주스의 원액이 아주 진하다.
▲ 망고 주스. 망고를 그대로 담아온 듯 주스의 원액이 아주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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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의 전망은 화산지대를 보는 시야가 시원하게 확 트여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장엄한 화산을 직접 눈 앞에서 보면서 발리의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가슴에 막혀있던 무언가가 뻥 뚫려나가는 것 같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바뚜르 산의 전망을 즐기며 식사를 한다.
▲ 식당 전망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바뚜르 산의 전망을 즐기며 식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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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뚜르 산은 가까워 보였지만 시야가 넓어서 그렇지 자세히 보면 실제로는 꽤 떨어져 있다. 바뚜르 화산 아래의 밀림은 화산폭발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지금은 숲이 복원되고 호수도 잔잔하여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산 아래의 숲 안에 사람들의 차가 다니는 작은 길들이 이어지고 있다. 나는 화산지대로 향하는 작은 길에 들어가 보았다. 이 작은 길에서 차들이 서로 만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괜한 생각을 해 본다. 숲 속, 호수 옆에는 1917년의 화산 폭발로 인해 터만 남은 바뚜르 사원이 쓸쓸하게 남아 있다. 화산 아래쪽 호수 건너편, 배를 타고 건너는 곳에 작은 마을이 보인다. 나무 옆에 시체를 두는 장례풍습을 지닌 뜨루냔(Trunyan) 마을이다. 나는 더 걸어 내려가서 바뚜르 사원 주변 화산지대의 황량한 정경을 즐겼다.

바뚜르 산의 용암이 흘렀던 화산지대를 차분하게 감상해 본다.
▲ 바뚜르 산. 바뚜르 산의 용암이 흘렀던 화산지대를 차분하게 감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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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뚜르 산 아래쪽을 자세히 보니 용암분출 당시 피해를 입은 곳과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이 지금 보아도 확연히 구분된다. 화산이 휩쓸고 간 자리는 나무들이 없고 검은 현무암 사이로 잡초들만 자라 한적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옆의 불뚝 솟은 작은 봉우리는 용암이 흐르지 않아 짙은 숲이 독특하게 우거져 있다. 마치 화산지대 안에 고립된 수풀의 숲 같다. 골짜기와 능선을 따라 흐르던 용암이 기생화산처럼 볼록한 이곳은 피해갔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관광도시 우붓에서의 일정을 하루 줄이고 이곳 낀따마니 여행을 하루 더 포함시키지 못한 사실이 아쉽기만 하다. 발리 친구 아롬에게 물어보니, 발리의 가이드와 동행하면 화산지대의 그린 존을 걸어 산 정상까지도 걸어갈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바뚜르 산을 한참 바라보다가 화산지대의 끝없는 화산재들을 밟으며 화산지대의 숲 속을 잠시 걸어보았다.

살아 숨 쉬는 화산을 눈앞에서 관찰하면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발리의 매력이 새롭게 다가왔다. 낀따마니는 화산이 용암을 토해내고 검은 세상으로 변한 땅이다. 화산은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지구가 살아서 숨 쉰다는 사실을 신비롭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 인간도 지구에 생겨난 생명체이니 저 화산과 나 인간도 원래는 하나였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송고합니다.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담긴 여행기 400 여 편이 있습니다.



태그:#인도네시아 여행, #발리, #낀따마니, #바뚜르 산, #바뚜르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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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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