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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반테이스레이의 룬타엑(RunTaek) 종합학교. 이곳 학생들이 서로 모여 춤을 추며 놀고 있는 모습.
 캄보디아 반테이스레이의 룬타엑(RunTaek) 종합학교. 이곳 학생들이 서로 모여 춤을 추며 놀고 있는 모습.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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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번이 처음이에요. 해외에 나온 게...여기 있는 동안 몸은 힘들었지만, 뭐라 말하기 힘든 '무언가'를 느꼈다고 할까?"

김소망(부산 동의대, 22)씨가 잠깐 머뭇거렸다. 기자가 '이곳 활동이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곧장 답했다. "이런 봉사활동 경험 자체가 처음이라 다른 것도 이 정도인줄 알았다"고...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학생이 곧장 끼어든다. 권경회(국민대, 25)씨는 "해피무브 프로그램이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빡세다고 한다"면서 "군 생활을 해외에서 보냈지만 이런 일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오전 캄보디아 시엠립 인근의 반테이스레이의 룬타엑(RunTaek) 종합학교. 이곳에선 도서관을 새로 지어주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 역시 기초공사부터 하나같이 학생들이 손으로 직접 참여했다. 이런 공사현장 자체가 낯설 수밖에 없다. 권씨는 "환경 자체가 워낙 낯선데다 활동 하루하루도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이곳서 만난 지역 주민과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보람이 무엇인가를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지은 도서관 이름은 '해피 라이브러리(행복 도서관)' 이었다. 이들이 세운 건물 외벽 한켠에는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커다란 책 위에 올라탄 아이들이 하늘나라 무지개를 향해 날아가는 그림이다. 이 그림 역시 이번 활동에 참가한 미대 여학생의 작품이다. 기자가 만난 이들은 한결 같았다. 힘들었지만, 나를 포함해 우리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는 것….

매년 1000명씩 해외 오지로 봉사활동 보낸다고? 그들의 무모한 도전

캄보디아 씨엠립 인근의 반테이스레이의 룬타엑(RunTaek) 종합학교. 이곳에선 도서관을 새로 지어주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 역시 기초공사부터 하나같이 학생들이 손으로 직접 참여했다.
 캄보디아 씨엠립 인근의 반테이스레이의 룬타엑(RunTaek) 종합학교. 이곳에선 도서관을 새로 지어주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 역시 기초공사부터 하나같이 학생들이 손으로 직접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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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벽 앞에 선 신재민 현대차 사회문화팀 차장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신 차장은 현대차그룹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초창기부터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잘 버텨주고 따라온 학생들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은 현대차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됐다. 청년 대학생을 대상으로 세상의 외딴 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행복을 전하는 것이 목표다. 매년 방학을 이용해 여름과 겨울 등 각각 500명씩 1000명을 선발한다.

신 차장은 "지난 2008년 이후 해피무브를 거쳐간 대학생만 7000명에 달한다"면서 "어찌보면 참으로 무모한 프로젝트였다"고 회고했다. 실제 대학생을 대상으로 이처럼 오랫동안 대규모 해외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곳은 현대차 그룹이 유일하다.

그는 "다른 대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로부터 해피무브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는다"면서 "단순한 비용 차원을 넘어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한 대기업 사회공헌 담당 임원은 기자에게 "솔직히 매년 1000명의 학생을 해외 오지로 보낸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 학생 선발부터 운용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사고 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그는 아예 "현대차그룹이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20여개국 7000명의 학생들...몽고 사막부터 브라질 밀림까지

신재민 현대차 사회문화팀 차장은 이 회사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초창기부터 이끈 주역 중 한명이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잘 버텨주고 따라온 학생들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신재민 현대차 사회문화팀 차장은 이 회사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초창기부터 이끈 주역 중 한명이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잘 버텨주고 따라온 학생들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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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 해피무브 활동은 만만치 않다. 대부분 빈곤지역에 파견돼 학교 시설이나 주택을 지어주는 노력 봉사가 대부분이다. 이 뿐만 아니다. 해당 지역 주민과의 문화교류도 그들의 몫이다. 또 아이들에게 기초생활에 필요한 여러 지식을 나누는 교육봉사도 한다.

유은정(이화여대, 국악과3년)씨는 문화특기자로 14기 활동에 참가했다. 예술 등 특기학생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문화특기자를 선발하고 있다. 유씨와 같이 특기자들은 지역 주민과의 문화행사때 자신들만의 공연무대를 갖기도 한다. 물론 다른 학생들도 팀별로 문화공연을 준비한다.

유씨는 "예체능계 학생들의 경우 자칫 자원봉사활동이 소홀해질 수도 있다"면서 "선배의 권유로 지원을 하게됐는데, 이곳에서 아이들과 만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겐 사소한 물건하나, 작은 도움에도 이곳 사람들은 너무 고마워하며, 기뻐해줬다"면서 "그 자체가 나에게 큰 고마움이었다"고 덧붙였다.

신 차장은 "봉사단에는 전국에 지역별 안배를 비롯해 문화특기자,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사회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전했다. 또 서류와 면접심사를 엄격하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단순 봉사활동을 넘어 향후 글로벌 청년 인재를 키운다는 목표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단순한 스팩용이 아닌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길"

 캄보디아 씨엠립 인근의 반테이스레이의 룬타엑(RunTaek) 종합학교에 들어서는 '해피 라이브러리(행복 도서관)'. 이 건물 외벽 한켠에는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커다란 책 위에 올라탄 아이들이 하늘나라 무지개를 향해 날아가는 그림이다.
 캄보디아 씨엠립 인근의 반테이스레이의 룬타엑(RunTaek) 종합학교에 들어서는 '해피 라이브러리(행복 도서관)'. 이 건물 외벽 한켠에는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커다란 책 위에 올라탄 아이들이 하늘나라 무지개를 향해 날아가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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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4기로 뽑힌 학생 500명은 캄보디아를 비롯해 미얀마, 스리랑카, 인도, 중국 등지를 다녀왔다. 인도에선 현대차 공장이 있는 첸나이 지역에서 마을 공동시설을 만들고, 학교도 새롭게 지었다. 미얀마 양곤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도 빈민 이주민을 위해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새로 만들었다.

해피무브 사업을 함께 진행한 글로벌 사회단체인 플랜코리아 이상주 대표는 "프로그램 자체가 매우 체계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단순히 시혜성 봉사활동이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이고, 지속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사업을 제공하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2008년 이후 중국을 비롯해 브라질, 이집트, 터키, 에티오피아 등 20여개 국에서 펼친 활동이 이를 잘 보여준다. 작년 7월 중국 내몽골 정란치에선 사막화 방지를 위해 수만여 제곱미터 땅에 씨앗을 뿌리고, 녹지조성 사업에 나섰다. 또 의료와 문화봉사활동도 마찬가지다.

물론 학생들의 참여 열기도 뜨겁다. 전북대에 다닌다는 백관수(24)씨는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 학생들사이에서 해피무브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 학생들에 대한 배려와 함께 활동기간도 좀더 늘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학교 홍보대사를 지냈던 홍우택(한양대, 기계공학3년)씨는 "학생들 사이에서 꼭 하고 싶은 봉사활동 프로그램으로 단연 손꼽힌다"며 "직접 참여해 보니 다른 사람을 도와준다는 것 말고도 새로운 나 자신을 느낄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해피무브 봉사활동 학생들과 프라삿쿨 학생들이 서로 학교 벽면에 손도장을 찍으며 서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해피무브 봉사활동 학생들과 프라삿쿨 학생들이 서로 학교 벽면에 손도장을 찍으며 서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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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캄보디아, #해피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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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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