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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가우도 출렁다리. 가우마을과 망호마을을 잇는 인도교다.
 강진 가우도 출렁다리. 가우마을과 망호마을을 잇는 인도교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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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답사 일번지' 전라남도 강진이다. 23번 국도를 타고 마량 방면으로 간다. 오른편으로 펼쳐지는 해안 풍광이 아름답다. 구릉을 따라 만나는 바닷가 마을도 정겹다. 사철 언제라도 좋은 드라이브 길이다.

살짝 차창을 내렸다. 갯내음이 물씬 풍겨온다. 갯가에 기대고 사는 사람들의 진한 삶의 체취다. 저만치 가우도 출렁다리가 보인다. 강진 저두마을과 가우도를 이어주는 다리다. 차를 몰아 바닷가 마을로 내려간다. 다리를 건너 가우도로 가고 싶어서다.

차에서 내리니 바닷바람이 거칠다. 차안에서 느낀 바람과는 차원이 다르다. 춥다. 갯벌에서 한 할머니가 갯일을 하고 있다. 할머니는 두툼한 옷으로 온몸을 감싸고 있다. 얼굴만 살짝 내놓은 채 손만 부산하다. 바로 앞에 놓인 바가지에는 깐 굴이 가득 들어 있다.

저두마을 갯벌에서 할머니가 굴을 채취하고 있다. 그 너머로 보이는 다리가 가우도 출렁다리다. 저두마을과 가우도를 잇고 있다.
 저두마을 갯벌에서 할머니가 굴을 채취하고 있다. 그 너머로 보이는 다리가 가우도 출렁다리다. 저두마을과 가우도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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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을 까는 김금일 할머니. 할머니가 굴을 캐면서 즉석에서 까고 있다.
 굴을 까는 김금일 할머니. 할머니가 굴을 캐면서 즉석에서 까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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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바람이 차가운데, 굴을 캐세요?"
"갠찬헌디. 날도 푸근허고, 바람도 안 불고."

바람이 거칠고 날씨도 추운데, 할머니는 푸근하다고 했다. 이전 날씨보다 부드러워졌다는 얘기일 게다.

"굴이 많은가 봐요?"
"많어. 널린 게 굴이여. 놀믄 멋하겄어. 소일도 허고, 돈도 벌어야제. 물들기 전까지 빨리 허고 갈라고. 금방 물 들어."

고개를 들어보니 바닷물이 밀려오고 있다. 물이 드는 속도가 빠르다. 할머니는 바닷물을 피해 뒷걸음질하며 굴을 캤다. 캐며 바로 까서 알맹이만 바가지에 담았다.

할머니(김금일, 72)의 굴 자랑이 이어진다. 읍내에서도 알아주는 '저두 것'이라고 했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자라 맛이 별나단다. 도회지에선 다른 지역의 굴을 갖고 와서 '저두 것'으로 속이기도 한다고.

그 사이 관광버스가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한 무리의 여행객이 버스에서 내려 가우도로 들어간다. 할머니한테 인사를 건네고 나도 출렁다리로 간다. 지난 1일의 일이다.

저두마을에서 가우마을로 건너는 가우도 출렁다리. 가운데 쯤에 투명하게 만들어져 있어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저두마을에서 가우마을로 건너는 가우도 출렁다리. 가운데 쯤에 투명하게 만들어져 있어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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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도 함께해길. 섬을 따라 나무데크와 숲길로 이어져 있다.
 가우도 함께해길. 섬을 따라 나무데크와 숲길로 이어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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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도 출렁다리는 저두선착장에서 이어진다. 저두마을 사람들이 고기잡이 나가던 곳이다. 다리는 길이 438미터, 폭 2.6미터에 이른다. 2011년에 놓였다. 차는 다닐 수 없다. 사람만 건널 수 있는 인도교다. 주민들은 자동차도 다닐 수 있는 연륙교를 원했지만, 섬을 보존하자는 목소리가 더 컸다.

다리 위에 서니 바람이 세차다. 조금 전 갯벌에서 맞은 그 바람이 아니다. 차원이 다른 바람을 뚫고 다리를 건넌다. 이름은 출렁다리지만, 다리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오른편으로 강진만 구강포가 보인다. 안개 사이로 다산초당과 백련사가 어렴풋이 보인다. 왼편으로는 고바우공원과 강진청자박물관이 있는 대구면이다.

다리의 중간쯤 부분이 투명하게 만들어져 있다. 다리 밑으로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게 돼 있다. 걸으면서 옆으로 본 바다와 다르게 아찔하다.

가우도 함께해길을 걷던 연인들이 바닷가로 내려가 굴을 찾고 있다.
 가우도 함께해길을 걷던 연인들이 바닷가로 내려가 굴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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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분교 앞 해안길. 학교 터가 가우도 해안에 자리하고 있다.
 가우분교 앞 해안길. 학교 터가 가우도 해안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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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서 만나는 가우도는 작은 섬이다. 섬의 모양이 소의 멍에처럼 생겼다고 가우도(駕牛島)다. 이 섬을 한 바퀴 도는 2.4킬로미터의 '함께海길'도 만들어져 있다. 해안은 나무데크로, 섬 안은 숲길로 연결돼 있다. 후박나무와 곰솔나무, 대나무가 어우러진 숲도 단아하다.

섬을 찾은 여행객들이 이 길을 따라 하늘거린다. 바닷가에 내려가 굴을 찾기도 한다. 우연히 굴 한 알을 건진 젊은 연인이 환호성을 지른다. 길에서 영랑나루 쉼터도 만난다. 영랑 선생의 얼굴과 함께 의자가 놓여있다. 시도 여러 편 붙어 있다.

영랑 김윤식(1903~1950)은 민족시인이다. 강진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하다 일본경찰에 체포됐다. 옥고도 치렀다. 이후에도 창씨개명과 신사참배, 삭발을 거부했다. 한국전쟁 때 부상을 당해 4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우리에게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친숙한 시인이다. 짧은 생애 동안 87편의 시를 남겼다.

시인 김영랑과 함께 하는 가우도 함께해길. 해안을 따라가는 나무데크 길에서 만난다.
 시인 김영랑과 함께 하는 가우도 함께해길. 해안을 따라가는 나무데크 길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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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마을에서 본 가우도 출렁다리. 가우선착장에서 망호마을을 잇고 있는 다리다.
 가우마을에서 본 가우도 출렁다리. 가우선착장에서 망호마을을 잇고 있는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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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마을은 데크길 끝에서 만난다. 주민등록상 인구는 53명인데, 30여 명이 상주하고 있다. 문을 닫은 지 20여 년 된 가우분교 폐교도 있다. 잡초 무성한 운동장에 철봉과 축구골대, 농구대가 그대로 남아 있다. 해양낚시공원도 마을 앞에 있다.

낚시공원 옆에서 또 하나의 출렁다리를 만난다. 가우도 선착장에서 신기리 망호마을과 이어주는 다리다. 길이가 716미터로 먼저 건넌 다리보다 길다. 2012년에 놓였다. 가우도를 도암면의 식구로 만들어준 다리다.

"주민들이 좋아하죠.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게 흠이지만, 주민들도 이해해요. 다리가 놓이고 외지인들이 몰려와서 쓰레기를 버리고 굴과 바지락을 함부로 채취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좋아졌어요."

김용현(65) 가우마을 이장의 말이다.

가우도 함께해길. 섬을 가로지르는 숲길이 단아하다.
 가우도 함께해길. 섬을 가로지르는 숲길이 단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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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도 전경. 오른편 다리는 강진군 대구면 저두마을로 이어진다. 왼편의 것은 강진군 도암면 망호마을을 잇고 있다.
 가우도 전경. 오른편 다리는 강진군 대구면 저두마을로 이어진다. 왼편의 것은 강진군 도암면 망호마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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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출렁다리가 놓이면서 가우도도 많이 변했다. 무엇보다 마을사람들의 뭍 나들이가 수월해졌다. 섬을 찾아오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도 많고, 해안길 산책을 위해 찾는 가족도 많다. 섬에 민박집과 펜션도 들어섰다.

강진만의 비경을 보며 공중하강을 체험하는 청자 모형의 체험시설도 설치할 예정이다. 가우도의 정상에 청자전망탑도 설치한단다. 금명간 독특하면서도 감성 넘치는 섬으로 변모할 가우도를 기대한다.

하트 모형의 조형물이 서 있는 강진만 고바우전망대. 가우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하트 모형의 조형물이 서 있는 강진만 고바우전망대. 가우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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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영랑생가.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널리 알려진 민족시인 영랑 김윤식의 생가다.
 강진 영랑생가.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널리 알려진 민족시인 영랑 김윤식의 생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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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 가볼 만한 곳도 많다. 강진만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고바우전망대가 해안도로에 있다. 하트 조형물이 예쁘다. 강진청자박물관과 미항 마량항도 가깝다. 마량에서 고금대교를 넘으면 고금도, 약산도까지 들어갈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돼 와서 처음 머물렀던 주막집 사의재(四宜齋)와 영랑 김윤식의 생가는 강진읍에 있다. 월출산 자락의 오래된 절집 무위사와 미륵대종의 총본산 남미륵사도 좋다. 월출산 자락의 강진다원도 아름답다.

강진 마량항 전경. 가우도 출렁다리에서 가까운 항구다. 미항으로 소문 나 있다.
 강진 마량항 전경. 가우도 출렁다리에서 가까운 항구다. 미항으로 소문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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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국도 목포요금소를 지나 순천 방면으로 남해고속국도를 탄다. 강진무위사 나들목으로 나가 강진읍으로 가서 마량 방면으로 23번 국도를 타면 오른편으로 가우도 출렁다리가 보인다.
문의 : 강진군 도암면사무소 ☎061-430-5601



태그:#가우도, #가우도출렁다리, #마량항, #영랑생가, #고바우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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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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