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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이름'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용한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다. 박물관에 전화하자 관장이 전화를 받았는데 목소리가 친근해 더 기대됐다. 지난 4일 '재미난 박물관'(인천 중구 인중로 190번지)을 찾아 박흥배(61) 관장을 만났다. 체험코너를 돌며 과학 원리와 생활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등을 쉽게 해설해 함께 있던 2시간이 20분 같았다.

창의력을 자극하는 재미난 박물관

 박흥배 재미난 박물관 관장
 박흥배 재미난 박물관 관장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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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이 있는 선의 길이는 재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럴 때는 원형 구슬을 굴곡선에 빼곡히 붙입니다. 원형 구의 지름과 구의 개수를 곱하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굴곡선의 길이를 알 수 있습니다."

박 관장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됐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신선한 충격의 연속이었다. 박 관장은 그런 의도에서 재미난 박물관을 만들었다고 했다. 주입식 사고로 딱딱해진 뇌를 자극해 창의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했다.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이건 종이판 위에 석회암의 미세한 분말을 입힌 겁니다. 물로 글씨를 쓰면 습기를 빠르게 흡수해 까맣게 써집니다. 잠시 후에는 금방 수분이 증발해 다시 회색 석회암 가루 색으로 돌아옵니다."

석회암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박 관장은 <시사인천>이라는 글씨를 써 보였다.

이곳은 체험으로 과학과 수학의 원리를 익히는 것뿐만 아니라 박 관장이 직접 여러 가지 경로로 구입한 신기한 물건을 전시해놓기도 했다.

"컵라면 끓이는 가스레인지 장난감이 있어요. 컵라면을 실제 끓이는 건 아니고요. 뜨거운 물을 장난감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타이머를 맞추면 보글보글 소리가 나, 익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재미난 박물관은 재미를 느끼면서도 다양한 상상을 추동하는 물건으로 가득했다.

성숙한 체험문화를 위하여

석회암 가루에 글씨를 써보는 박 관장.
 석회암 가루에 글씨를 써보는 박 관장.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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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박물관은 체험을 위주로 전시하기에 대부분의 전시품을 개방한다. 눈으로 봐야만 하는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그렇게 원칙을 세웠단다.

"조금만 깨져도 작동이 안 돼 폐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람하는 학생들이 많이 망가뜨려요. 100% 제가 수리하죠. 비싼 전시품이 사소한 부주의로 버려질 때는 가슴이 아프기도 합니다. 체험문화가 성숙하고 발전하려면 부모나 동행하는 보호자가 변해야 합니다. 이곳에 방문하는 분들께 제가 잔소리처럼 아이들이 장난이 아닌 체험을 할 수 있게 지도해달라고 반복해 안내해요."

그러나 그런 박 관장의 발언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거부하는 관람객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럴 때면 주저하지 않고 환불해줄 수도 있으니 가셔도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물론 그런 분들이 악플러가 돼 인터넷에 좋지 않은 글을 올리기도 하죠. 그분들 마음도 이해해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긍정적인 것은 박물관을 개관한 지 올해 12월이면 만 10년인데, 그 전에 비해 체험문화가 엄청 성숙했다는 것입니다."

박 관장은 박물관을 찾아 다양한 경험으로 교육 효과를 얻었으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박물관에 와서 공중도덕을 지키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시작한 고민

 박물관 2층에는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많다.
 박물관 2층에는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많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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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박 관장은 2005년 12월에 재미난 박물관을 개관했다.

"주변에서 미쳤다고 했어요. 제 집사람도 처음엔 심하게 반대했죠. 하지만 제 아이들을 위해 시작했습니다."

박 관장은 자녀가 셋이다. 재미난 박물관은 10년 전 큰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었을 때 개관했다.

"아이들에게 헌신하지는 못했지만 될 수 있는 한 많은 시간을 함께하려고 여러 곳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자극을 받아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더라고요. 관람하면서 목말라했죠. 그 당시는 박물관에서 체험코너를 일부 운영하고는 있었지만 체험을 위주로 하는 박물관은 없었습니다."

반대하던 부인도 나중에는 그의 뜻에 동의해 힘을 실어줬다. 건물 2·3층을 임대해 만든 박물관의 2층은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들을 재미난 과학적인 논리 설명과 함께 전시해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지 알게 꾸며졌다. 3층은 수학과 물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박 관장은 개관 후 관람객이 없어 문을 닫을 고민도 몇 번 했다. 큰돈을 벌 생각으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월세에, 물건 구입비에, 기본 생활비 등도 충당할 수 없었다.

입소문과 관람객의 자발적 홍보로 인터넷에 알려지면서 유아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단체관람이 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이비에스>(EBS)에서 방영한 '방학생활'이라는 코너에 재미난 박물관이 소개되기도 했다.

공부도 놀이도 재미가 있어야

 박흥배 관장이 기존 제품을 모방해 손수 제작한 창의력 발달 도구.
 박흥배 관장이 기존 제품을 모방해 손수 제작한 창의력 발달 도구.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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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제가 고향인 박 관장은 고교 시절 서울로 이사 왔다. 김제 시골동네에서 자란 막내인 그에게 어머니는 어려운 가정 형편이지만 귀한 장난감을 사줬다.

"초등학교 때 사준 빨간 트럭이 제 장난감 역사의 시초였죠. 그 장난감을 분해해 그 안에 담겨있는 과학·수학·물리 원리를 배웠습니다. 어릴 적 장난감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은 없겠지만 유별나게 만지고 고치는 것을 좋아했죠."

그래서일까? 박물관에는 그의 손때가 묻어있는 작품이 많다. 여러 가지 원리를 융합해 체험도구를 직접 만들었다. 물론 재미가 있어서 한 일이다.

"무엇을 해도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공부를 해도, 놀아도, 만들어도 재미가 있어야죠. 세상 살아가는 게 재밌어야 하지 않나요? 박물관 체험도 재미나야 한다고 생각해, '재미난 박물관'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학생(유아·초·중·고) 6000원. 10년 전 개관했을 때와 같단다. 단체손님은 10% 할인혜택이 있다. '(입장료를) 인상해야 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박 관장은 큰돈을 벌려는 욕심은 없다고 했다.

박 관장은 "관람객들이 눈요기할 수 있는 것을 많이 갖출 것과 편의시설도 요구하는데, 아직 그럴 여건이 못 됩니다, 이곳을 다녀가신 분들 중에 프로그램이나 내용보다는 인테리어나 외견상 부족한 면을 지적하시면, 사실 마음이 아프기도 하죠"라며 "부족하지만 나름 자부심을 갖고 운영하니까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고 많이 놀러오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 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태그:#재미난 박물관, #박흥배, #창의력, #체험 박물관, #인천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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