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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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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목홍대(刮目弘大).

이명박 정권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박근혜 정권 초기의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이 있었다면, 최근엔 '괄목홍대'가 뜨고 있다. 홍익대 출신의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취임 이후 산하기관장 자리에 홍익대 출신 인사의 진출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괄목상대(刮目相對 : 사람의 업적이 부쩍 늘어남)한 '홍익대 편중 인사' 논란은 지난달 문체부 산하기관장 임명이 마무리되며 불거졌다. '청와대 인사개입' 공방 끝에 경질된 유진룡 전 장관에 이어, 지난해 8월 취임한 김 장관은 영화진흥위원장(김세훈 홍익대 시각디자인 전공), 한국저작권위원장(방석호 홍익대 법대 교수), 아리랑TV 사장(오승종 홍익대 법대 교수) 등 문체부 산하기관장에 홍익대 출신을 임명했다.

영화진흥위원장과 함께 임명된 영진위원 3명 중 2명도 김 장관과 같은 홍익대 출신이고, 다른 1명은 김 장관이 석사학위를 받은 미국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교(Art Center College of Design) 출신이다.

문체부 "이영철 감독 해임, 아시아문화개발원이 결정"

'괄목홍대' 현상은 최근 이영철 전 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예술감독이 갑작스럽게 해임되면서 다시 불거졌다. 아시아문화개발원은 지난달 9일 이 전 감독을 해임하고, 지난달 30일 문화창조원 내 창제작센터장을 예술감독에 준하도록 정관을 바꾼 뒤 그 자리에 홍익대 출신의 목진요 연세대 디자인예술학부 교수를 앉히려 하고 있다.

2012년부터 아시아문화개발원 초대원장, 아시아문화전당 전시예술감독을 지낸 이 전 감독은 "(문체부의) 홍익대 중심의 전국적인 인사 교체 논란이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에도 재현 중인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을 둘러싼 괄목홍대 논란이 커지자 5일 문체부는 A4 1장 분량의 해명 보도자료를 냈다. 내용은 "이 전 감독의 해임은 계약 체결권자인 아시아문화개발원장이 결정한 것"으로 요약된다. <오마이뉴스>가 문체부의 해명 보도자료와 이 전 감독이 보내 온 서면 자료를 비교해봤다.

문체부는 "이 전 감독의 계약 해지 건은 아시아문화개발원이 결정한 것"이라 김 장관은 이 전 감독의 해임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 "(이 전 감독과의) 계약 체결권자는 아시아문화개발원장"이라며 "계약 내용 이행이 미흡해 창조원 개관 여부가 불투명하고 이 감독의 소속대학 휴직기간 연장 여부도 불확실하며, 전당의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 기능인 창제작센터의 운영이 지지부진하다고 (아시아문화개발원장이) 판단해 (이 전 감독을) 해임했다"고 적었다.

이어 아시아문화개발원이 창제작센터장으로 임용해 결재 절차를 진행 중인 목 교수와 관련해선 "김 장관 취임 이전부터 창제작센터 운영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고, 아시아문화전당이 지향하는 예술과 기술 등의 융복합 콘텐츠 전문가인 점 등을 고려해 아시아문화개발원이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갑작스럽게 해임된 이영철 전 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예술감독.
 지난달 갑작스럽게 해임된 이영철 전 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예술감독.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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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특별지시' 외부 평가위원... 홍대 출신에 김 장관 인척도

하지만 이 전 감독의 해임 사유 중 하나인 '외부 평가'가 문체부의 특별지시에 따른 것으로 드러나 문체부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문화개발원은 이 전 감독의 해임 이유로 "2015년 1월 6일 실시한 외부 평가 결과, 창조원 계획 및 콘텐츠 구체성 결여에 따른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일정 차질 판정"을 내세우며 "평가는 문체부 특별지시에 의해 실시됐다"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은 "해임 사유 중 하나인 외부 평가가 문체부 특별지시였고, 홍익대 출신 교수와 김 장관의 인척이 직접 외부 평가에 관여했다"며 "평가에 객관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감독에 따르면, 김성희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가 외부 평가위원장을 맡았고, 김 장관과 처남매제 사이인 윤정섭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

이 전 감독은 "평가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아시아문화개발원이 지난해 2월 (평가 업무를 맡는) 콘텐츠위원회를 구성했고, 현재 이들의 임기가 1년 가까이 남아 있다"며 "갑자기 외부 평가위원회를 구성한 배경에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감독은 "연말연초에 긴급히 구성된 평가단이 평가 당일 50분도 되지 않는 예술감독의 사업설명과 질의응답만으로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아시아문화개발원의 해임) 사유서에 첨부된 최종평가보고서는 평가 장소에 비치해 둔 추가자료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내린 결론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일원에 조성 중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17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은 문화전당을 구성하는 5개원 중 공사가 완료된 문화창조원 등 4개원의 내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 오른쪽은 옛 전남도청 건물 중 일부로, 민주평화교류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일원에 조성 중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17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은 문화전당을 구성하는 5개원 중 공사가 완료된 문화창조원 등 4개원의 내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 오른쪽은 옛 전남도청 건물 중 일부로, 민주평화교류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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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문화전당, 그동안 공들인 네트워크 무용지물"

한편 이 전 감독의 해임으로 그가 직접 책임 프로듀서를 맡았던 아시아문화전당 복합 1관의 '괴력난신 : 각角·도道·우宇' 등을 포함한 복합관별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에 참여한 이리트 로고프 영국 골드스미스대 교수는 김 장관과 최종만 아시아문화개발원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전 감독은 "우즈베키스탄, 네팔, 인도, 이란, 인도네시아, 팔레이시아, 카자흐스탄, 터키,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문화기관 및 전문가와의 협업 준비도 모두 중단됐다"며 "그 동안 공들여 쌓아놓은 국제 네트워크가 전당 개관 전에 무용지물로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문체부 측은 "이 전 감독은 전시 내용 변경에 따른 예산 낭비와 부실 운영을 주장하고 있으나 아시아문화전당은 이미 개발된 전시콘텐츠는 보완하여 향후 전시 및 아카이빙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예산 낭비는 없을 것이며 부실 운영은 오히려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김종덕, #이영철, #아시아문화전당, #홍익대, #괄목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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