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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시리아 접경지에서 실종된 한국인 김아무개군에 대한 경찰의 수사결과가 지난 1월 21일 발표됐다. 경찰은 컴퓨터 분석결과, 김군의 여행 경로 등 여러 정황을 근거로 김군이 시리아로 넘어갔을 것으로 봤다. 사진은 지난 1월 20일 오후 서울 김군의 집 앞.
▲ 터키 실종' 김군 어디로..? 터키의 시리아 접경지에서 실종된 한국인 김아무개군에 대한 경찰의 수사결과가 지난 1월 21일 발표됐다. 경찰은 컴퓨터 분석결과, 김군의 여행 경로 등 여러 정황을 근거로 김군이 시리아로 넘어갔을 것으로 봤다. 사진은 지난 1월 20일 오후 서울 김군의 집 앞.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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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가 쓴 IS(이슬람 국가) 관련 글이 최근 도마에 올랐다. 이 교사가 IS에 참여하겠다며 터키에서 실종된 김아무개(18)군의 행위를 옹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조사 지시, 보수단체는 고발? 글 내용 살펴보니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서울시교육청에 이 글에 대해 실태조사를 지시했다. 한 보수단체 대표는 글을 쓴 교사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지난 3일 고발했다. 5일 오후에는 '반전교조' 활동 등을 펼쳐온 보수단체들이 해당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단초가 된 것은 지난 1월 30일 <조선일보> 기사였다. 이 신문은 이날 12면에 "전교조 교사 'IS 참여 청년 이해해줘야' 글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지난 1월 30일자 <조선일보> 기사
 지난 1월 30일자 <조선일보> 기사
ⓒ 조선일보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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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터키에서 실종된 김아무개(18)군 사건과 관련, 서울의 한 중학교에 재직 중인 전교조 정아무개 교사가 'IS 참가를 꿈꾸는 청년들을 이해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남겨 논란이 예상된다"면서 정 교사가 지난 1월 26일 전교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시리아에 있을 김군에게'라는 편지 형식 글을 보도했다.

그러나 정 교사가 쓴 글 어디에도 "IS 참여 청년 이해해줘야"란 내용은 없다. <조선일보>는 기사 리드에서도 "서울의 한 중학교에 재직 중인 전교조 정아무개 교사가 'IS 참가를 꿈꾸는 청년들을 이해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남겨 논란이 예상된다"고 적었다. '취지'라는 말을 적어놓긴 했지만 사실과 거리가 있는 표현으로 보인다.

정 교사가 쓴 글을 보면 '이해'라는 단어는 다음과 같은 문장에 한 번 등장한다.

"왜 '일베'들이 그런 빗나간 정치활동을 벌이게 됐는지, 한편으로 이해해 줘야 한다면 'IS 참가'를 살짝 꿈꾸는 청년들도 마찬가지네."

이를 <조선일보>가 '일베의 정치활동을 이해하려는 세력이 있다면'이라는 가정법 문장을 갖고 와서 "IS 참가 청년 이해해야"라고 왜곡했다는 지적인 것. 게다가 이 신문은 정 교사가 IS의 청년 참여를 비판한 내용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이 보도를 본 보수단체들은 정 교사가 'IS 참여를 옹호했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 교사는 해당 글에서 청년들의 IS 참여에 대해 깊이 우려했다. 심지어 정 교사는 "(IS) 참여에 대해 도시락을 싸들고 말리고 싶다", "지금이라도 거기에서 나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 교사 "IS 참여 말리고 싶다, 거기에서 나오라"

정 교사가 전교조 조합원 게시판에 올린 글.
 정 교사가 전교조 조합원 게시판에 올린 글.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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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나 같은 선생들한테 'IS가 저는 끌리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고 도움말을 청했더라면 다들 아서라, 하고 말렸겠지."

"나는 이슬람 독재 그 자체는 비뚤어진 길이라고 여기므로 거기 참가하겠다는 젊은이가 있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네."

"우리는 김군 자네를 말리고 싶네. 지금이라도 거기서 나오라고 말일세."

"페미니즘에 반대해서 거기를 찾아간 것이라면 정말 번지수를 잘못 짚었네. 혹시나 자네가 패권국가 미국을 반대해서 거기를 찾아간 것이라 해도, 그것은 문제 해결의 올바른 길이 아닐세."

이어 정 교사는 IS를 겨냥해 "테러리스트들, 줏대 없는 세력, 낡은 옛날을 고집하는 정치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정 교사는 지난 4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나는 '불쌍한 한 청년을 매도하지 말자'는 취지로 글을 쓴 것인데 <조선일보>의 보도는 마치 내가 IS 참여 청년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쓰지도 않은 내용을 제목으로 붙였다"면서 "게다가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IS 참여를 비판하거나 우려한 내용은 기사에서 감췄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정 교사는 "이는 전교조 교사를 비난해 전교조에 대한 흠집을 내기 위한 왜곡"이라면서 "국민들이 전교조 조합원용 내부 게시판에 올라간 글 전체의 내용을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정 교사가 전교조 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이다. 5일 0시 10분 현재 이 글의 조회 수는 145명이다.

시리아에 있을 김군에게

이름도 모르고 얼굴은 더더욱 모르는 김군에게 편지를 보내네. 어떤 형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IS 캠프에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김군에게 코리아에 있는 무명씨(無名氏)가 말과 생각이라도 건네고 싶어서 글을 올리네. 이 글이 김군의 눈에 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는 생각되지만 인터넷이 열린 세상이니 그 가능성이 꼭 전무(全無)한 것은 아닐 터. 어쩌면 김군과 비슷한 생각을 잠깐씩 떠올리는 젊은이들이라도 이 글을 읽을 수 있으니 꼭 시지푸스처럼 헛된 바윗돌을 들어올리는 것은 아니겠지.

이곳, 코리아의 언론은 김군의 행동으로 하여 난리가 났네. "아니, 저 악마의 소굴로 착한 코리안이 들어갔다니! 이를 어째!" 김군의 정황에 대해 언론도 잘 모르는 탓에 더 긴 얘기를 떠들지는 않지만 김군과 연락이라도 된다면 "정신 차리고 얼른 돌아와!" 하고 불호령이라도 내릴 태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다짜고짜 호들갑을 떨고 싶지는 않네. 자네(미안하지만 연배가 한참 위라서 말을 놓겠네)가 왜 거기 갔을까, 그 곡절과 연유부터 헤아리고 싶네.

자네는 무엇인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무척 힘에 겨웠던 것 같다. 이를테면 "페미니스트들이 싫어서 이슬람국가(IS)가 좋다"고 자네가 말한 적 있다지? 자네가 연애에 실패한 좌절감에 원망의 화살을 '페미니즘'으로 돌린 것 아니냐 하고 어느 문학가가 풀이했다는데 그 추론이 아마 들어맞을 거야.

그런데 이렇게 세상을 밝은 눈으로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이 김군 자네만은 아니네. 나는 분필을 쥐고, 아이들을 잡도리하며 살아가는 훈장이라서 예전부터 자네 같이 어두운 낯빛을 한 아이들을 도처에서 만났지. 공부를 지지리도 못하는 어떤 애는 내게 "울 엄마가요, 저더러 군대 가서 말뚝 박으래요"하더군.

그런 얘기를 듣는 아이가 학교와 이 사회를 얼마나 희망찬 곳으로 바라보겠는가. 옆의 아이랑 사귈 주변머리가 없어서 하루 종일, 1년 내내 제 책상에만 앉아 있는 아이도 여럿 있었지. 공부는 제법 했는데 부유한 집 애들이 다니는 학교에 진학한 탓에 늘 지독한 열등감에 부대낀 아이도 있었고.

지금 아이들의 미래는

그런 아이들 가운데서 자네가 나왔네. 자네가 그런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언론이 'IS 어쩌구...' 떠들 때마다 나는 아무 것도 어쩌지 못하는 교사로서 또 가슴이 오그라 붙었네. 자네가 나 같은 선생들한테 "IS가 저는 끌리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하고 도움말을 청했더라면 다들 아서라, 하고 말렸겠지.

문제는 그렇게 선생한테 털어놓지 않는다는 것이고. 자네 경우는 아예 학교가 자기 삶에 힘을 주는 것 같지 않아서 아예 학교를 관둬 버리지 않았는가. 그러니까 자네 소식에 내가 짠했던 것은 어쩌면 자네가 안쓰러웠던 것이 아니라 이렇게 아이들이 헤매고 비틀거리는 데도 뭘 어쩌지 못하는 우리 선생놈들의 무기력한 형편이 안쓰러워서 그랬던 것일지도 몰라.

나는 성급하게 '얼른 돌아와!'를 외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자네처럼 IS에 마음이 쏠려서 거기 찾아간 청년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네. 82개 나라의 청년 2만 명이 찾아갔다던가? 거기 가려다가 붙들린 프랑스의 두 고교생은 시리아에서 지하드(이슬람교도들의 성스러운 전쟁)를 벌이는 일이 옳고 근사해 보여서 그랬다는데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과 서유럽의 국가기관들은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을 쫓아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거기서 지하드를 벌이는 사람들을 지원하지 않았는가?

그러니까 프랑스의 두 고교생의 지하드 참가는 유럽 국가들이 부추긴 일[곧 자업자득]이 아닌가? 여러 해 전에는 강대국들이 리비아의 국가원수 카다피를 쫓아내는 지하드를 지원했던 것을 하늘이 알고 땅이 알지. 서방 언론들은 왜 전에는 지하드가 좋은 짓이라고 했다가 지금은 나쁜 짓이라고 규탄하는가?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카다피나 알 아사드를 쫓아내는 것은 좋은 짓이고, 지금은 그들이 미국을 쫓아내려 하기 때문에 나쁜 짓이 됐는가?

IS는 자본 체제가 만들어낸 것

물론 나는 이슬람 독재 그 자체는 비뚤어진 길이라고 여기므로 거기 참가하겠다는 젊은이가 있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네. 하지만 말리는 것도 무턱대고 "그 놈들, 나쁜 놈들이야! 애비!"하고 대지를 일이 아니라 어떤 점이 왜 문제가 되는지 조곤조곤 따져서 말려야 하겠지. 얼마 전에 어떤 고교생이 민족화해를 말하려는 콘서트장에 화약을 던져 넣었다가 쇠고랑을 찬 일이 있다네. 이 청년도 이 세상에서 뭔가 소외돼 있다는 억울함에 '내게도 낄 자리를 주세요!'하고 소리를 질렀을 거야. 빗나간 짓일망정 그것은 딱한 소외감의 표현이었네.

'IS 참가'가 서슬 퍼렇게 말려야 할 일이라면, 화약을 던진 고교생이나 일베 사이트에서 활약하는 젊은이들도 서슬 퍼렇게 말려야 하네. 주류 언론들이 강대국에 대드는 짓은 패륜으로 몰아붙이고, 힘 약한 민중에게 해코지하는 일은 별것 아닌 양 무심하게 넘어가는 것은 참으로 낯짝 뜨거운 위선이지. 왜 '일베'들이 그런 빗나간 정치활동을 벌이게 됐는지, 한편으로 이해해 줘야 한다면 'IS 참가'를 살짝 꿈꾸는 청년들도 마찬가지네.

왜 21세기 들어 이슬람 근본주의가 그렇게나 시끄럽게 일어났을까? 잘 나가는 북쪽(미국과 유럽)과 점점 더 무너지고 쪼그라드는 남쪽(아시아, 아프리카) 사이에 골이 더 깊어지고 남쪽 민중의 설움과 절망이 더 깊어져서 그렇네. 서방 자본가들이 주름잡는 자본체제가 제3세계를 닥치는 대로 수탈해 가고 있는 데 대한 원초적 원한일세.

게다가 불황과 실업난에 시달리는 유럽의 본토 민중이 이주노동자들을 내쫓고 싶어 할수록 이슬람나라 출신들의 원한도 더 깊어 가겠지. 며칠 전에는 파리에서 수만 명의 유럽인들이 '언론의 자유'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는군. 무함마드를 조롱하고 놀려 먹을 자유를 달라는 것이네! 오바마 대통령이 그 집회장에 나오지 않았다 하여 바가지로 욕을 먹었다지? 유럽에서 그런 난리굿이 벌어지는 한, IS를 찾아가는 청년들의 대열은 끊이지 않을 걸세.

하지만 결국 우리는 김군 자네를 말리고 싶네. 지금이라도 거기서 나오라고 말일세. 페미니즘에 반대해서 거기를 찾아간 것이라면 정말 번지수를 잘못 짚었네. 혹시나 자네가 패권국가 미국을 반대해서 거기를 찾아간 것이라 해도, 그것은 문제 해결의 올바른 길이 아닐세. IS는 서방 강대국이 저지르는 폭력을 고스란히 따라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국가 하나를 움켜쥔다 한들 그 국가가 정말로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세계 민중이 서로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그런 평화로운 지구촌을 만드는 데에 앞장설 수 있을까? 이슬람경전에서 저희들한테 이로운 구절 몇 개 따다가 자기 권세를 지탱해가는 것 말고 다른 아무런 비전도 없는 테러리스트들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뒷배를 봐줘서 자기들 살림살이를 지탱한, 정치적 줏대가 없는 세력들이?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네. IS가 힘 약한 여성들을 지극 정성으로 떠받든다면 우리는 '너희, 싹수 있다'고 긍정해주고도 싶네. 그런데 IS는 힘 약한 여성들을 업신여긴다고 들었지. 그런 정치세력은 애시 당초 싹수가 없네. 하나를 보면 열을 알지. 그들의 정치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정치가 아니라 낡은 옛날을 고집하는 정치라서 말일세.

김군 미안하오!

김군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 오네. '종북 몰이'를 당한 누구에게 덩달아 돌팔매를 날린 누구를 생각해도 짠하네. '무함마드를 조롱할 자유를 달라'고 외치는 유럽의 젊은이들을 생각해도 가슴이 막혀 오네(옆에 누구는 무슬림 차별에 눈을 떠서 시리아로 찾아가는데 말이다). 이 모두는 자기 앞날이 캄캄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눈먼 몸부림이 아닌가. "여기, 사람답게 살아갈 좋은 길이 있소! 이쪽으로 오시오!"하고 말을 건넬 준비가 돼 있지 못한 우리는 그래서 우리 자신을 깎아내릴 수밖에 없네. "김군, 미안하오!"하고 말일세.

하지만 기다려 보게. 어디선가 빛이 새어나오겠지. 옛날에 함석헌 선생이 말씀하셨듯이 '눈물 어린 눈에는 하늘이 비치는' 법이니까. 시리아에서든 또 어디서든 눈물이 설핏 어리거든 하늘이 어디 있는지 잘 살펴보게. 그 깨달음이 자네에게 살아갈 힘을 줄 걸세. 그럼 안녕!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IS, #전교조, #김군, #터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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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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