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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조는 1월 2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무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고발했다.
▲ 시급 2천원, 최악의 알바, 고시원-독서실을 고발한다 알바노조는 1월 2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무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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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A씨는 목표한 시험 공부도 하고, 집에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고시원 총무 일을 시작했다. 숙식을 해결하면서 생활비도 벌 수 있는 일자리였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중계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가장 무난해 보였던 일자리가 바로 고시원 총무 일이었다. 한 가지, 급여가 마음에 걸렸다. 일하는 시간에 비해 급여가 너무 적은 편이어서 그나마 조건이 나은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월 51만 원. 숙식제공, 주 7일 8시간 근무.'

다른 고시원에 비해 10만 원 더 주는 한 고시원이 눈에 띄었다. 구인광고에 "남는 시간 많습니다. 공부하시는 분 원합니다"라는 말도 적혀 있었다. 그런데 '숙식제공'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숙박은 사무실에서 가능했고, 식사는 밥에 김치, 김, 라면, 삼분카레가 전부라고 했다. 그래도 고시원 개별 방청소는 없으니 그냥 하자는 생각이 들어 일을 시작했다(이전에 일했던 고시원은 총무가 입실자들의 방청소도 해야 했다).

일을 하기로 하고 A씨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이 또한 이전 고시원 총무가 노동청에 진정을 내서 바뀐 부분이라고 했다. 그 전에는 근로계약서도 없이 구두계약을 하고 일했다). '오후 6시~자정 근무, 사무실 취침 후 오전 7~9시 근무'인데, 사장은 "월 급여 51만 원에 맞춰 근로계약서를 써야 한다"며 '오후 6시~10시 근무, 그 이후부터 오전 9시까지는 휴게시간'으로 하자고 말했다. 불합리했지만, 싫다고 하는 순간 다시 또 일자리를 구해야 하고, 다시 면접을 봐야 하는 시간들이 아까워 '고시원 총무일이 거기서 거기지'라는 마음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4시간 근무, 10시간 휴게시간... 허위로 근로계약서 작성

A씨는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전화·방문 입실상담, 입실료 수불, 순찰, 고시원 정리 등 기본적인 총무의 업무 외에도 밥짓기, 인터넷 점검, 방간 소음 확인, 분실물 CCTV 확인, 택배 수령 등의 업무도 수반되었다.

"야간 총무이다보니, 입실자들이 모닝콜을 요청하기도 하고, 자고 있는데 술취한 입실자가 방키를 잃어버렸다며 문을 열어달라고도 해요. 입실자의 보호자가 전화해서 아이가 잘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등 사소로운 일까지. 잠도 제대로 자기 힘들었어요."

A씨는 51만 원을 받아 휴대폰 요금을 내고 밥을 먹고 공부할 책 몇 권을 사면, 돈이 떨어졌다. 그때마다 A씨는 "이 생활을 벗어나려면 공부해야지. 비참하다"고 생각하며 그때서야 시급을 계산해보기 시작했다.

510,000원÷30일 = 일당 17,000원
17,000원÷8시간 = 시급 2,125원

A씨는 "시간당 2125원이라니. 최저임금에 반도 안 되네"라는 생각이 들어 6개월 동안 하던 고시원 총무 일을 그만 두게 되었다.

"처음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어요. 거의 모든 고시원이 비슷한 조건이고요. 고시원에서는 여전히 '공부시간이 아주 많고 할 일이 없다'는 말을 하며 돈을 적게 주는 사장과 일부 총무 사이에 암묵적 동의가 있는 것이죠. 어떤 일(직업)이든, 바쁠 때와 바쁘지 않을 때가 있고 바쁘지 않다고 해서 급여를 적게 주거나,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의 반도 안 되는 돈을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시원 총무, 독서실 총무의 평균 시급은 약 2200원

22일 알바노조는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고시원·독서실 알바노동현실 고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열악한 총무들의 노동실태를 고발했다.

알바노조가 1월 15일부터 21일까지 알바천국, 알바몬 등 아르바이트 중계사이트에 올라온 구인공고 100건을 조사한 결과, 고시원 총무의 평균 시급은 약 2350원, 독서실 총무의 평균 시급이 225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급이 1천원 이하인 곳도 9곳이나 됐으며, 심지어 무급인 경우도 있었다. 최저임금을 준수하는 곳은 단 12곳 뿐이었다.

어떤 독서실 업체의 구인광고. 주7일 일10시간 일하면서 급여는 35만원이었다.
▲ 독서실 총무 아르바이트의 구인광고 어떤 독서실 업체의 구인광고. 주7일 일10시간 일하면서 급여는 35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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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알바현장에서 착취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고시원과 독서실은 노동시장에서도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으며, 얼마나 심각한 노동착취가 일어나는지 노동청이 나서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영구 좌파노동자회 대표는 "독서실, 고시원의 급여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야만"이라며 "알바, 임시, 계약직 노동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와 노동부는 이런 현장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도록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시원, 독서실 총무의 열악한 노동실태에 대해 최승현 노무법인삶 공인노무사는 "먹고 자는 것이 보장되기 때문에 낮은 임금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당연히 최저임금이 보장되어야 한다, 숙식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는 것은 임금의 4대원칙 중 통화불과 직접불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2015년 최저임금은 시급 5580원으로 주 40시간 기준으로 월 116만6220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서희는 알바노조 홍보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독서실, 고시원 총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최저임금을 받으신 분은 알바노조(02-3144-0936, www.alba.or.kr)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태그:#독서실, #고시원, #총무, #알바,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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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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