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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재강, 재성, 기운
▲ 수현이 생일 축하해 친구들 재강, 재성, 기운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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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현이의 생일인 오늘. 수현이와 친구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아마, 낙원상가에 가서 악기들을 둘러보고 음악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햄버거를 사 먹었겠죠? 항상 그랬으니까요."

1월 17일 토요일. 세월호 참사로 안타깝게 생을 마친 단원고 2학년 4반 박수현군의 생일. 수현이와 중학교 때부터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들인 김재강, 김재성, 나기훈군이 대답한다.

하늘공원
▲ 수현이가 있는 하늘공원 하늘공원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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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
▲ 수현이가 있는 하늘공원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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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이가 없는 수현이의 첫 생일 날. 친구들은 수현이 가족들과 함께 수현이가 있는 하늘공원을 찾아 생일상을 차렸다. 정작 수현이는 한 숟가락도 뜨지 못한 음식을 수현이 집에서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현 엄마는 팥떡, 치킨, 피자 등을 미역국과 함께 친구들에게 챙겨주고, 올해 단원고를 졸업한 수현 누나는 옆에서 수다를 떨었다. 수현 아빠는 수현이의 사진을 인화한 꾸러미를 가지고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다.

엄마아빠가 결혼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집은 수현이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수현이의 방은 수현이가 수학여행을 떠난 그 날 그대로 있었다. 그 작은 방 안에서 수현이의 친구들은 기타를 뚱땅거리며 아무일 없다는 듯 재미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잊지 않을게
▲ 수현이의 방 잊지 않을게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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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상가 돌아다니기
▲ 수현이가 생일이면 하던 낙원상가 돌아다니기
ⓒ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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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현이는 평소 때 어떤 이야기를 즐겨 했어요?
김재성 : "수현이랑 저는 이야기 하면 90프로는 음악 얘기예요. 여자 이야기는 5프로도 안 되었던 것 같아요(웃음). 수현이가 우리 중에 제일 인기가 많았어요. 친구도 여자가 많고... 분위기 메이커였거든요. 수현이는 우리나라 인디밴드 음악도 많이 알고, 작곡에 대한 꿈이 있어서 학원도 다녔어요.

중학교 때 교장 선생님을 설득해서 록밴드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수현이 덕분이었어요. 그때 모두 7명이었거든요. 키보드는 수현이가 기타는 저, 베이스는 저기 있는 기훈이, 드럼은 재강이, 보컬하는 친구는 예고로 갔고요. 일러스트는 순영이, 또 기타 한 명 있었는데 경미라는 아이예요. 순영이, 수현이, 경미가 단원고로 진학했는데 세 명 모두 잃었어요."

- 어떻게 밴드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김재강 : "사실 밴드에서 저만 중학교가 달라요. 저는 수현이 친구 성호랑(수현이과 세월호에서 같은 침대에서 발견된 2학년 4반 최성호 학생) 두 살때부터 친구예요. 수현이가 중학교에서 재성이랑 함께 밴드 멤버를 구하기 시작하면서 성호가 저를 추천했어요.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죠."

맨 앞에 녹색 반팔 남방을 입은 수현이
▲ 수현이와 친구들 맨 앞에 녹색 반팔 남방을 입은 수현이
ⓒ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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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줘서 고맙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 수현이와 친구들 태어나줘서 고맙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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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와서 가족들과 함께 있었다는 세 명의 친구들. 부모님이 챙겨주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르다며 그릇을 정리한다. 상도 접어서 정리하고 설거지를 도와준다. 그 사이 수현 엄마는 만둣국을 끓여서 다시 한 상을 봐놨다. 친구들은 서로 더 이상 못 먹겠다는 눈치를 보낸다.

"네 먹을게요. 어머니 저는 만두 한 개만 주세요."
"한 개는 정 없으니까 두 개씩 줄게."

다시 거실에 둘러앉아 만둣국을 먹는데 재성군이 어항을 보면서 말한다.

"어? 이거 다 살아있네요? 수현이랑 대형마트 가서 물고기밥 사는 게 일이었는데..."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졌다 싶었는지 다시 밝게 말을 잇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햄버거를 사먹었죠."

처음부터 수현이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던 기훈군에게 물어본다.

"어떨 때 (수현이가) 가장 그리운가요?"

한참을 눈을 굴리면서 생각을 하는데 눈에 눈물이 고인다. 한참을 있다가 기훈군이 이야기를 한다.

"이런 질문에 제가 대답을 해야 하나요?"

하늘공원에 가서 한참을 울어서 다른 친구들이 토닥이느라 애먹었다는 기훈군. 그 모습을 바라보던 수현 아빠가 말한다.

"수현이의 친구인 게 업보가 되어버린 거죠. 수현이의 아빠인 거, 엄마인 거, 친구인 거, 그리고 수현이를 알게 되어버린 것. 그것이 업보가 되어서, 이런 사건을 짊어지고 함께 아파할 인생이 되어버린 것이 안타깝죠."

행복했던 시절
▲ 엄마,누나와 수현군 행복했던 시절
ⓒ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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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텅빈 수현이 집이 걱정되었다. 함께 있어준 같은 반 희생자 경빈이 엄마, 아빠, 경빈이 동생, 시민분들 그리고 친구들이 수현이의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하고 갔으니 마음은 조금 따뜻해졌을 테지만. 아들이 없는 아들의 첫 생일 날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

수현이를 잊지 않기 위해 가족들이 만든 블로그에 수현 엄마가 남긴 편지를 보니 하루 동안 슬픈 모습 안 보이려 바지런하게 이것저것 챙겨주던 수현 엄마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너의 생일 날이면 제일 먼저 일어나 미역국을 끓이고 네가 좋아하는 반찬과 떡을 만들면 부시시 팬티만 입은 모습으로 웃으며 다가와 "엄마, 낳아 주셔서 감사합니다."하던  네가 사무치게 그립다. 제일 먼저 떡부터 먹고는 기분 좋아 미소짓던 아들. 엄마가 정말 미안하고 사랑한다.

너희들 대신 죽을 수 있는게 엄마라고 자신있게 말했는데 그런 시도도 못한 못난 엄마라서... 엄마 자신 있는데... 아들 대신 엄마가 죽을 자신 있는데... 그런 시도도 못한 상황이  더 억울하기만 하다. 사랑하는 아들. 오늘 너의 생일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다. 너희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는 많은 분들과 4반 부모님들  그리고 너의 사랑하는 친구들...  함께 있었던 거지!  너를 기억해 주시는 모든 분들의 사랑과 응원 지지 덕분에 엄만 조금씩 더 강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보고 싶은 수현아! 가만히 네 방에 앉아 있으면  네가 그려진다. 어떻게 말하고 행동 하는지... 다른 기관이 망가진다면 제발 너를 기억하고 있는 엄마의 뇌가 제일 나중에 망가지기를.... 혹시라도 너에 대한 기억이 조금이라도 사라질까봐 많이 두렵다. 껌딱지 아들 수현아! 오늘 너의 생일엔 더 많이 더 사무치게 보고 싶고 그립구나. 아들! 엄마가 많이 많이 사랑하고 생일 축하한다."


태그:#세월호, #단원고,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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