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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마인드프리즘지부가 지난 12월 29일 설립 총회를 열고 있다. 마인드프리즘은 정혜신 박사가 설립한 심리 치유 전문 기업으로 경영난과 구조조정으로 노사 갈등을 겪어왔다.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마인드프리즘지부가 지난 12월 29일 설립 총회를 열고 있다. 마인드프리즘은 정혜신 박사가 설립한 심리 치유 전문 기업으로 경영난과 구조조정으로 노사 갈등을 겪어왔다.
ⓒ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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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2일 오전 10시 59분]

"해고자를 치유한다면서 바로 옆 사람이 해고되는 걸 두고 볼 순 없잖아요."

2년 전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의기투합한 심리치유전문기업 '마인드프리즘'이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회사가 경영 위기를 내세워 조직과 인력을 크게 줄인 데 이어 1년 계약직 마음 치유사들까지 해고하려 하자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구명에 나선 것이다. 

마인드프리즘 직원들, 노조 만들어 계약직원 살리기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는 지난달 29일 서울지역본부에 마인드프리즘지부(지부장 박세영)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마인드프리즘은 지난 2004년 정신과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설립한 심리 치유 전문 기업으로 그동안 쌍용차 파업이나 5·18 등 국가 공권력 피해자와 해고 노동자, 청년 실업자 등을 상대로 심리 치유 활동을 펼쳐왔다. 여기에 지난 2012년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회사 지분 70.5%를 인수하고 '1000만 힐링 프로젝트'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이후 김 의장 친동생인 김화영 현 케이큐브홀딩스 대표와 정혜신 박사가 공동 대표를 맡아 개인 맞춤형 심리 분석 프로그램인 '내 마음 보고서'와 기업이나 단체 대상 '내마음·홀가분 워크숍', 카카오톡을 통한 심리 치유 메신저 '힐링 톡' 등 심리 치유 대중화에 나섰다. 

2년 사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직원 수가 9명에서 28명까지 늘었지만 적자 상태가 이어지면 자본 잠식 상태고, 김범수 의장이 회사에 빌려준 26억 6500만 원을 비롯해 회사 부채가 3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해 6월 정혜신 박사가 세월호 유가족 치유에 전념하려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김화영 전 대표가 회사 조직 축소와 인원 구조 조정에 나서면서 직원들과 갈등을 빚었다. 결국 회사는 권고 사직을 철회했지만 그 과정에서 직원 8명이 희망 퇴직 형태로 회사를 떠났고 김 전 대표도 지난해 10월 물러났다.

아울러 김범수 의장도 지난해 11월 자신이 빌려준 돈을 책임지기로 하고 보유 주식을 현 공동대표에게 모두 양도한 뒤 회사에서 손을 뗀 상태다.

김범수-정혜신 '1천만 힐링 프로젝트' 2년 만에 손 떼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왼쪽)와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13년 6월 26일 서울 역삼동 마인드프리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직장인 마음 건강 캠페인'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왼쪽)와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13년 6월 26일 서울 역삼동 마인드프리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직장인 마음 건강 캠페인'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마인드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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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김창성·박인정 공동대표 체제로 수습에 나섰지만 이달 중 1년 계약이 끝나는 워크숍 사업 담당 계약직 직원 2명을 해고하기로 하면서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계약직 가운데는 정혜신 박사가 지난 2011년 쌍용차 해고자 가족 등 국가 공권력 피해자들을 위해 설립한 심리치유센터 '와락' 시절부터 마음 치유사로 활동해온 김미성씨도 포함돼 있다.

김씨는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게 마인드프리즘의 핵심 가치"라면서 "해고자들 마음을 치유한다면서 정작 자기 옆 사람이 해고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있느냐, 그렇게 해서 우리 안에 생긴 트라우마는 어떻게 치유할 거냐고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직원도 살고 회사도 살고 '함께 살자'는 것이다

노조는 12일 성명서를 통해 계약직 직원 2명의 정직원 채용과 더불어, 노사와 시민사회가 '마인드프리즘 발전위원회'를 함께 구성해 회사의 중장기 발전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공동 대표, 임원 등을 제외한 평직원 17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9명이 노조에 참여하고 있다.

마인드프리즘 노조는 "경영진들은 그동안 마인드프리즘이 지켜왔던 '사람에겐 마음이 있다'는 가치를 훼손하며 일방적인 부서 개편을 단행하고 소통을 거부했다"면서 "급기야 성과가 증명되어 계약 갱신이 예상되던 심리치유 활동가에게 계약종료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1년만의 계약 종료를 통한 워크숍 축소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소통하고 치유하는 노력을 중단하겠다는 선언"이라면서 "이는 결국 '치유의 토양을 만들겠다'는 회사의 핵심가치와 비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창성 마인드프리즘 대표는 지난 9일 "회사 경영상 적자가 계속되던 중 사업 규모 대비 높은 인력 숫자 등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려고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팀장이나 직원 대표단과 협의했지 일방적으로 진행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계약직원 해고에 대해선 "워크숍 사업의 수주, 매출 숫자와 향후 예상이 극히 저조한 상황이어서 이 사업을 담당하는 두 계약 직원에게 경영 상황에 따른 계약 기간 종료를 통지했다"면서 "오는 22일 노조 면담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회사에 공식적으로 요구한 건 없다"고 밝혔다.

김범수 의장과 정혜신 박사는 지난 2013년 6월 서울 역삼동에 있는 마인드프리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인 마음 건강 캠페인' 계획을 발표했다. 경제적, 사회적 압박에 지친 1700만 직장인들이 건강해야 대한민국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2년이 흐른 지금 1700만 명은 고사하고 20명 남짓한 자사 직원들의 마음 건강조차 챙길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김 대표는 "이제 김범수 의장, 정혜신 박사, 김화영 전 대표 세 사람 모두 마인드프리즘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태그:#마인드프리즘, #정혜신, #김범수, #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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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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